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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미술관 -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
이진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평점 :
언니네 미술관
낭패다.
차라리 책 한 권을 통으로 옮겨 적는 필사단을 뽑지 왜 서평단이었을까~싶다.
김소연 시인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시집도 #마음사전.. 저기 건너 책장에 #시옷의세계 세로면이 보인다.
그분의 책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한 문장 한 문장 내 못난 표현대로라면 너무 멋지다.라고 밖에는...
그래서 그런 문장이 나올 때마다 책 모서리를 접고 그 문장을 베끼고 베껴 서평을 쓰려했더니 아래와 같은 문장도 나온다.
'지식이란 정보들이 논리에 따라 연결되어 있는 구조물이라서 깊은 지식일수록 규모가 크고 구조가 복잡하다. 따라서 앞뒤를 모두 살펴 문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책 한 권을 문장 단위로 분리해서 마구 흐트러뜨린 뒤 순서 없이 읽게 하는 일 즉 전체를 부분으로 난도질하여 퍼뜨리는 일에 탁월하다... 사람들은 인과를 궁금해하지 않고 경향만 취하려고 한다...'
그래서 또 멈칫한다.
그냥 이전처럼 내 맘에 드는 문장 옮겨 적고 내 이야기를 보태는 식으로는 이 책에 대해 무어라고 옮겨 놓기가 참 그러한 기분이 든다.
이렇게 어려운 상태로 맞닥뜨린 서평 쓰기라니...
작가님이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즉 그분이 지어 놓은 구조물을 어떻게 하면 새가 하늘에서 내려보듯 이 책만의 조감도를 그려낼 수 있을지...
망설이는 중이라 그런지 뒤 표지의 김소연 님의 추천사라고 해야 하나? 대단하게 읽힌다.
옹호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더 일찍 또렷하게 만들어주는 책...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부디 읽어보아야 하는 책
낡은 통념들을 봄볕에 눈 녹듯 풀어버려 자연스럽게 전복시키고 사소함과 자상함과 섬세함에 깃든 힘을 문장으로 느끼게 해주는 책
그리고 마지막! 철학과 미술과 문학이 한 이불을 덮고 다정하게 말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한 책이라고.. 나는 읽힌다.
슬픔, 사소함 , 서투름, 근육, 마녀, 거울, 직선과 곡선과 같은 단어로 풀어내면서 말이다.
아마 이 부분에서 김소연 시인의 책을 읽었을 때와 같은 느낌을 받았을 듯하다.
자 이제 감탄만 하지 말고.. 내 글을 써보자.
'언니네 미술관'이라는 제목에서 '언니'는 크게 유념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작가는 이미 앞서 성에 구분 없이 누구나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내고 있으니까...
그러면서 김소연 님이 말하는 '옹호하고 싶은 것'에 대해 그림과 문학을 통해 차분하게 이야기해 준다.
모두가 오해 없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이해가 쉽도록 말이다.
보이는 몸보다 기능하는 몸을 욕망했으면 하는 것
시대를 불문하고 똑똑한 여성들에게 언어를 빼앗은 배경에 대해... 여신 아니면 마녀로 몰렸던 그것에 관해
거울(인간이 발명한 스스로를 대하는 물건..)을 대하며 반사에서 반영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대해
나이 든 얼굴을 볼 때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슬픔과 우리가 젊고 예쁜 것에 과도한 권력을 주는 경향에 대해
카이로스(한번 지나간 기회는 다시 잡기 힘들다는 뜻에서 매끈한 뒷머리에다 날개까지.. 단 나풀거리며 다가오는 앞머리를 잘 움켜잡아야...)와 크로노스적인 시간에 대해
거울에게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쁜지를 묻는 동화 속 질문과 본질적으로 닮은 질문에 대해.. 즉 아름다움이 계급화되고 계층화되고 권력이 주어지는 것
슬픔이 슬픔에게 말을 건네고 슬픔이 슬픔을 어루만지는 것, 세상 사람들의 곤경과 고통과 슬픔을 부지런히 보아야 한다는 당부
인간이 가장 배울 만한 가장 소중한 것과 인간이 배우기 가장 어려운 것이 같다며 그것이 '타인의 슬픔'이라고 말하는 것
서투름... 결국 불사는 죽음이고 전능은 무력이라 전언하며 서투름은 변화의 친구이고 성장의 어머니라고 말해주는 것이라며 우물쭈물할 시간과 우왕좌왕할 공간을 주어야 한다는 당부
오른손의 변주에 감탄하면서도 왼손의 정확한 정박자를 잊지 말라는 당부
데페이즈망, 대상을 상식적인 맥락에서 떼어내 이질적인 상황에 배치해 보려는 낯설게 만드는 시도
이 밖에 스며들기와 여러 겹의 사람, 강물이 불어나면 큰 싸움배가 자유로울 수 있는 상황의 교훈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한 단어를 다시 한번 적어본다.
슬픔, 사소함 , 서투름, 근육, 마녀, 거울....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더욱 또렷하게 분명해졌고...
나 혼자만의 각성이 아닌 모두가 이해하고 연대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들이며 이 단어들은 결핍과 부족이 아닌 더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단어라는 것도 조금.. 아주 조금 알 듯하다.
한번 더 읽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주관적으로 글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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