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예쁜 것 - 그리운 작가의 마지막 산문집
박완서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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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님의 미출간글들을 읽으며 행복했다. 인위적인 도덕심이나 미사어구 없이도 삶처럼 흐르는 글을 읽으며 다시금 큰 힘을 받는다. 시대를 살아온 어른으로서 세상에 좋은 기운을 남기신 선생님께 큰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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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은 연인의 몸에서 우주를 본다

 




시인은
연인의 몸에서 천체를 읽는다.
땅에서 하늘을 점치듯이, 그것이
우리 인간에게 부여된 유일한 감지 기능.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우리는 비로소
우주 조화의 아름다움과
따스함을 읽는다.

 




- 민용태의《시에서 연애를 꺼내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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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에 '피에타'를 보았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아멘'을 빼고 다 보았지만 이상하게 요즘은 나이를 먹어서인지 감정이 허약해졌는지 왠지 이번 영화는 선뜻 내키지 않았다. 미리 내용을 다 알고 그 어둡고 잔인하고 무거운 영화 속으로 걸어들어 갈 자신이 없어서였을까.

 그런데 친구가 예매를 해버려 결국 보았다.

 시작부터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들이 나왔지만 이미 상상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서인지 담담하게 몰두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사람이 마땅히 지니고 있어야 할 모든 것이 결여(缺如)된 이강도라는 이름의 악마같은 사채업자 하수인이, 채무자들에게 돈을 받기 위해 상해를 폭력으로 협박하고 강요해 장애인이 되게 해 보험금을 타내거나, 궁지에 몰아 자살로 몰고 가는 끔찍하고 잔인한 이야기들로 이어진다.

 그러던 어느날, 이강도 앞에 "널 버려서 미안해. 나를 용서해 줘"하며 엄마라는 사람이 나타난다.

 이강도는 비웃으며 네가 내 엄마가 맞냐고 믿지도 않았지만 차츰 자꾸 자신의 뒤를 쫓아 다니는 엄마라고 믿게 되버린 여자에게 마음을 주게 되고. 그리고 이 영화의 다음 과정의 스토리가 전개되고 비통한 결말을 맞는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꺼졌지만, 지금도 마음이 뻑뻑하고 얼얼하다.

 뭐라고 할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가지는 절대적인 가치와 그 돈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비참한 삶의 현실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정작 내 마음이 어지러운 이유는 바로 그 이강도라는 남자와 그 엄마의 이야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며 결여(缺如)와 결핍(缺乏)이 떠올랐다. 특히 사람으로서의 삶에 대해.

 결여(缺如)란,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빠져서 없거나 모자람이고 결핍(缺乏)은, 있어야 할 것이 없어지거나 모자람일 것이다.

 이 영화의 악마 이강도에게는 처음부터 사람답게 살아가야 할 모든것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사람으로 살아가는 지극히 당연한 삶을,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엄마라는 사람과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며 비로서 타인의 비통함을 자신이 당하면서 이해하게 된다.

 엄마의 복수와 자신의 상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라도 붙잡으려 비통해하며 마지막으로 타인에 대한 죄책감과 용서를 구하며 죽는 이강도의 모습에 아직도 가슴이 쓰라리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은 늘 삶의 절망을 또렷이 직시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이 영화 역시 그렇다.

 영화를 보면서 역시 예술이구나, 하는 느낌도 들고 철학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나 비참한 결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구원'에 대한 영화라는 생각으로 애써  인간의 삶에 대한 '희망'을 만난다.

 함께 영화를 본 친구는, 뭔가 느낌을 말하려 하면 울컥거린다고, 엄마의 마음보다 강도때문에 자꾸 눈물이 난다고. 어디 가서 실컷 울고 싶다고 하고. 나는 이런 좋은 영화를 볼 수 있어 감사했다.

 '크나큰 사랑으로 사랑하고, 크나큰 경멸로 사랑하라'한 니체의 말이 떠오르는 저녁이다.

 힘들고 아픈 영화이지만 김기덕 감독의 소망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다시금 삶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기를 나역시 바란다.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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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서른 아홉 살. 자유공원에서 노숙한지 두 달이나 되었답니다. 배가 고프답니다. 먹지를 못했는지 비쩍 말랐습니다. 말못할 사정으로 이혼하고 다니던 회사 사람들이 이혼했다고 수근대는 것이 싫어서 퇴직하고 퇴직금이라고 삼천만 원 정도 받아서 친구와 함께 인하대 앞에서 동업으로 장사를 했다가 쫄딱 망했습니다. 빚이 이천오백만 원 정도 있답니다. 죽고싶은 마음 뿐이랍니다.


가진 것이라곤 헌옷 몇 벌 들어있는 가방 하나 뿐. 정신을 놓아버리면 이 가방마저 눈깜짝 할 사이에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막노동이라도 할 수 있게 헌 안전화라도 한 컬레 얻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민들레가게에 있는 헌 안전화를 드렸더니 좋아합니다. 

민들레 식구인 석원(가명) 씨가 다리 관절에 염증이 생겨서 인천의료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베로니카와 함께 세번 째 면회를 갔을 때 민들레국수집 vip 손님 한 분을 만났습니다. 임00 씨입니다. 민들레국수집 시작할 때부터의 손님입니다. 혼자 외롭게 입원해 있습니다. 내일 위 절제 수술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돈이 한 푼도 없으니 난감한 모양입니다. 베로니카께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봤더니 눈물을 주루룩 흘립니다. 너무너무 고맙다고 합니다. 속옷과 수건 그리고 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물티슈 등등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곧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꼭 필요한 것이 있으면 쓰라고 이만 원을 쥐어주었더니 너무너무 고맙다고 합니다. 수심에 가득찼던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태풍 피해가 있습니다. 어린이 밥집 지붕 일부가 날아가버렸습니다. 그리고 비 새는 곳에 덮었던 천막이 찢겨져 날아가버렸습니다. 다행이 사람이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고마운 분께서 민들레희망지원센터에 새책을 한 상자 보내주셨습니다.


민들레희망지원센터에서 책을 읽고 있는 우리 손님을 보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센터 1층은 이제 작은 도서관처럼 책읽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집에 식구가 늘었습니다. 민들레와 다롱이가 있는데 다롱이가 강아지 엄마가 되었습니다. 지난 7월 13일에 강아지 다섯 마리가 태어났습니다. 가장 약했던 한 놈이 죽었습니다. 그저께 두 마리를 분양했고 두 마리가 남았습니다. 9월 1일이면 전부 분양이 됩니다. 예쁜 강아지들이 새벽 서너 시가 되면 놀아달라고 끙끙거립니다. 엄마인 다롱이는 이제 강아지에게 젖을 물리지 않습니다. 강아지들이 가까이 오면 도망다니기 바쁩니다. 날카로운 이빨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서 한 시간 가량 놀아주면 다시 잠이 듭니다. 금새 똥 누고 오줌 싸고 난리가 아닙니다. 강아지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치워줘야 합니다. 그렇게 새벽을 보냅니다. 

 

                                        -민들레국수집, 민들레소식 8/29. 죽고싶은 마음 -에서 옮겨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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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산조각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정호승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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