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기적
올해는 삼월이 시작되자마자 장례식장을 많이 다녔다. 친구들의 부모님들이 혹독한 겨울을 겨우 버티다가 끝내 꽃이 피기도 전에 돌아가셨다. 검은 상복을 입고 상주가 된 친구의 슬픈 얼굴을 바라보며 둘러앉아 붉은 육개장을 먹었다. 노인들을 저세상으로 가장 많이 데려가는 삼월. 매화가 피기도 전에 노인들이 표표히 이승을 떠나버리는 삼월. 겨울인지 봄인지 알 수 가 없는 괴이한 삼월. 겨울보다 추위가 더 삼엄해져 찬 바람이 발목과 슬개골과 목덜미에 스산하게 감기는 삼월. 몇 번이나 세탁소에 겨울 외투를 맡겼다가 다시 꺼내어 입는 올해의 삼월.
우리 동네 골목엔 간신히 핀 목련이 질 준비를 하고 벚꽃이 갓 피기 시작했다. 올해는 유독 꽃 개화기를 표시한 지도를 인터넷에서 뒤졌고, 카메라를 들고 꽃을 찾아 기웃거렸다. 사람들은 아직도 패딩점퍼 차림이지만 꽃은 천천히 북상하고 있다.
한 친구는 봄나물을 정성스레 무쳐서 식사에 초대했고, 한 친구는 곰취 장아찌를 담가 보내주었고, 나는 시장에 나가 달래와 냉이와 쑥을 사와서 된장국을 끓였다. 아직도 추울 뿐이지만, 봄이 짧아져서 언젠간 사라질지도 모른단 생각에, ‘봄’이라는 믿음을 입밖으로 자꾸 내어 따스함을 보내본다. 봄은 그냥 봄이 아니라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기적 중 하나니까.
-김소연, 『한 글자 사전』, 마음산책,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