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왔다 




더럽게 왔다

혼자만 있을 때 왔다

살짝 기울어진 히야신스처럼 왔다

필통 위에 반짝이는 노란 별처럼 왔다

고인 물에 입맞춤하는 금붕어처럼 왔다



찌무룩한 루카*씨 혼자서

창과 밖을 바라보고 있을때 왔다



*'찌무룩하다'의 발음기호 [-루카-]에서 따옴




- 성미정 詩集, <읽자마자 잊혀져버려도>













봄비, 히야신스, 필통, 반짝이는 노란 별, 금붕어. 좋아하는 것들이 다 들어 있는 '봄비가 왔다'.

이맘때면 저절로 떠오르는 이 詩를, 죽지도 않은 내가 올해도 찌무룩하게 커피를 내리며, 올해의 꽃대를 올리는 히야신스의 싱싱함을 선물로 바라본다. 오늘은 詩人의 <나는 팝업북에 탐닉한다>를 피노키오처럼 읽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지
하야시 기린 지음, 오카다 치아키 그림, 김지연 옮김 / 책과콩나무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양지는 ‘햇볕이 잘 드는 땅‘이다. 이곳을 행패로 차지하는 고양이 트래비스가 어느날 생선 꼬리를 건네는 고양이 미켈레에게 ˝난 필요 없어. 네 거잖아. 너 먹어.˝ 퉁명스럽게 말하지만 미켈레는 지금까지 ˝너 먹어.˝라는 말을 처음 들어서 둘은 친구가 되었다. 이 땅에서의 이별은 새드 엔딩이지만 , 어떤 존재이든 비록 양지에서 쫓겨 나더라도, 선의의 다정함과 진정한 ‘사랑의 인사‘를 겪은 후에는 , 음지에서도 여전히 ‘양지‘의 햇볕같은 사랑을 다른 존재에게도 나눠 줄 수 밖에 없는 그런 참 좋은 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할머니 어디 가요?

-예배당 간다



근데 왜 울면서 가요?

-울려고 간다



왜 예배당에 가서 울어요?

-울 데가 없다.




/ 김환영의 동시, <울 곳>







귀뚤귀뚤





오늘도 참 많이 울었다



풀에게 미안하다



이 계절

다 가기 전에

벗어둘

내 그림자



한 모금 이슬이 차다



문득 씹히는

내생來生의 별





/ 이원식 詩集, <비둘기 모네>에서.








어떤 꽃나무





이쁜 날들은 갔어


그래도 널 사랑해


네가


어떤 꽃나무였는지

아니까





/ 도종환 詩集,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에서.
















한밤중, "하느님, 심심한데 茶나 한 잔 합시다." 칭얼칭얼.

저녁에 수녀님과 통화 中 '어떤 꽃나무'에 대한 이야기.

그래,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이들에게 '어떤 꽃나무'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월되지 않는 엄마 - 임경섭의 2월 시의적절 14
임경섭 지음 / 난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의적절‘ 이번 2월은 임경섭 詩人의 ‘이월되지 않는 엄마‘이다. 인생에서 처음 마신 술이, 초등학교도 가기 전 정월대보름에 엄마에게 한 모금 얻어마셨던 귀밝이술이었던, 이십사 년 전 밸런타인데이에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한마디 ˝좋은 시인이 돼라.˝ 말씀에 76쪽 ‘베텔게우스‘로 답한다. 좋은 詩人과 그의 어머님 덕분에, 이문세 님의 ‘눈 나리던 날‘을 들으며, 눈 내리는 정월대보름날 귀한 선물로 도착한 라넌큘러스 하노이와 버터플라이, 퍼플 튤립, 장미와 은엽 아카시아와 설유화, 스톡크들의 향기와 더불어 늦은 귀밝이술을 시작한다. 모두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무탈하시길 기원하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 그리운 날엔 분홍 소시지
박지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색색의 체크 키친 크로스 위, 사람의 손길을 많이 받은 빈티지 그릇에 담긴 심플한 음식 사진들과 맛깔난 글밥을 읽노라면 벌써 각자의 마음속에 저장된 이야기들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따뜻하고 다정한 冊이다. 애틋하고 맛있고 다양한 수많은 이야기들 中, 초등학교 때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상처받은 ‘치사빤스 간장달걀밥‘에 덩달아 마음이 쓰라리다.ㅋ, 아무리 어려도 그렇지 놀러 온 친구는 안 주고 혼자 스댕 대접에 간장달걀밥을 열심히 비벼 먹는가 말이다. 음식은 함께 맛있게 나눠 먹어야지. 쯧, 점심은 아욱국에 간장달걀밥을 먹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