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미자 씨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18
정주희 지음 / 북극곰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도 미자 씨는 전생의 취향대로 꾸민, 다음 생의 자신만의 예쁜 방에서 잠이 깨어 방을 나가 나비와 방긋 웃으며 인사를 합니다. 삐삐삐삐 ˝아침부터 누가 날 찾는 거지?˝ ˝자 그럼 가 볼까?˝ 그렇게 미자 씨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손녀와 아들과 복자 씨와 큰딸과 길냥이와 반려견과 영감님의 그리운 호출에 그들의 기억 속에 들어가 그들과 맘껏 함께 하며 위로를 줍니다. 짠~˝오늘도 잘 살았다!˝ 미자 씨는 여전히 영원히 사랑하는 존재들과 함께 합니다. 오늘은 우리 엄마 기일이다. 나도 김안나 씨와 꿈속에서라도 만나겠네. 엄마야 엄마의 딸로 태어나게 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항상 나답게 살 수 있게 키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살다 보니 쫄리는 마음도 점점 커지지만, 그래도 엄마의 딸답게 잘 살다가 와락, 기쁘게 만납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별은 모차르트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7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7권‘. 쇼팽 콩쿠르 입상자인 빛 한 점 보지 못하는 맹인 피아니스트 사카키바 류헤이 앞에 가짜 뉴스를 만드는 악질 기자가 등장해 협박을 하는 가운데, 그 기자가 류헤이의 연습실에서 살해를 당하고 용의자가 된 그는 폴란드에서도 자기를 도와준 미사키 요스케에게 도움을 청한다. 단순한 얼개이지만,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도 시의적절한 소설이다. ‘미사키는 남다른 능력을 거의 타인을 치유하고 구하는 데 쓴다.‘ ˝무엇보다 남을 저주한다고 제게 이득되는 건 하나도 없구요.˝ 작금, 이곳에도 미사키 요스케가 나타나 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小說.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두부를 시켜놓고






바닷가 허름한 두붓집

벚꽃이 피기 전에 모두부를 시켜놓고

나는 파도를 보네 어디로 갔을까

해변의 젖은 발자국들을 보네

막 일어서는 파도도 좋고

꽃이 필 사월도 좋지만 나는

다정한 모두부의 윤곽을 더 사랑하네

모두부의 비밀은 자르기 전에도

눈물겹도록 알 수가 있네  (P.12)






카카오






톡, 화면을 열자 십이월 오늘

'생일인 친구'에 그의 이름이 뜬다

지난여름에 죽은 사람인데

생일은 남아 찬바람에 식어가고 있다

함께 협궤열차를 타고 바닷가 역까지 갔던 사람

이제 그 역은 사라지고 더불어 기차도 사라지고

협궤는 남아 멀리 사라지는 길 끝을 보여준다

이 길은 기어이 철거가 될 것인데도

철로변에 누가 심었나 카카오 나무 한 그루

이 추운 곳에서는 살 수 없는 나무 그것이

이파리를 쑥쑥 내밀어 바람을 부르고

카카오 카카오 오 카카오 열매를 부풀린다

오늘 폐역사에 툭 떨어진 카카오 열매 하나

초콜릿이 되기에는 아직은 너무 쓴 열매   (P.34)







사과를 잘 먹는 새





사과를 잘 씻어서 과도로 자릅니다

반은 아내에게 주고 반은 내가 먹습니다

접시에 남는 것은 꼭지와 속입니다

사과를 잡고 키우던 꼭지는 마르고

속은 차올라야 잘 익은 사과입니다



아침 저녁 창가에 찾아오는 새는

잘게 썬 사과의 속을 잘 먹습니다

여섯 번 두리번 거리고 한 번을 쪼아먹는 새

흑연같은 눈을 바람에 닦습니다

난간을 꼭 쥐었던 발은 가늘게 떨고

날이 추워지면 아주 멀리 날아갈 새입니다



썰어준 사과는 먹고 지어준 이름은 들고

가슴의 어린 깃은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도록

짧은 울음을 흘리며 멀리를 바라봅니다

나는 생각할수록 너무 먼 하늘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이슬은 차가워지기 시작합니다  (p.63)





보이저





 모로 누우면 남쪽 창으로 하현이 들어옵니다 밤늦게 뜨는

달입니다 낮에 뜬 달이나 저녁에 뜬 달은 모두 멀어지는 어

제의 일이구요



 참 편안한 신발이었거나 다정한 문고리였거나 목에 잘 맞

았던 베개는 그믐에서 초승으로 건너오지 못하고 지금 내

게는 모로 누워 아픈 어깨와 창문을 막 벗어나려는 하현뿐

입니다



 한밤의 창문은 빛나는 세계 내게는 아직 하현이 있고 희미

하게 흔들리는 커튼이 있습니다 창틀 너머 너무  멀리 간

것들로 나의 방은 끝없는 두 평의 어둠을 만듭니다 그 속을

당신은 아직 혼자 가고 있겠지요 이 아픈 생각의 끝보다

더 멀리 가는 당신 도착은 없이 가기만 하는 당신 가다 가다

한 번은 돌아보며 손을 흔들어주세요 나는 여태 이곳이어서

하현에 몇자 적어 보냅니다   (P.80)





-심재휘 시집, <두부와 달걀과 보이저>에서












'백미! 쿠쿠가 맛있는 취사를 시작합니다' 정든 목소리처럼, 오랫동안 좋아한 詩人의 새 詩集을 밥솥처럼 읽는다.

'서두르는 마음을/ 허락하지 않는 스위치는 그 빠른 전기 앞에 서서 내게 빛을/ 줄 때와 안 줄 때를 구분했다 화투짝만한 마음의 어디를 누/르면 되고 또 어디를 누르면 안 되는지 알지 못하고 많은 계/절이 갔다'처럼 나도 그렇게 많은 계절을 속절없이 보내고, 오늘 미세먼지 뿌연 하루를 보내고, 산토리 위스키에 얼음과 탄산수, 레몬을 짜내어 하이볼을 마시는 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루할 틈이 없는 무덤 관리인의 하루
한수정 지음 / 희유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루할 틈이 없는 무덤 관리인의 하루>라는 제목 못지않게, 읽는 사람에게도 한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은 소설이었다. 유일한 가족인 삼촌을 잃고도 장례비 해결을 위한 빚을 진 수영이 마침 삼촌이 묻힐 묘지의 무덤 관리인에 취직하며, ‘망자를 위한 무덤 관리와 유족을 위한 마음 관리‘를 위한 직원들의 분투기를 통해 상실을 겪고도 여전히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이지 않는 희망‘으로 잘 보여주는 치유의 小說.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가들의 꽃 - 내 마음을 환히 밝히는 명화 속 꽃 이야기
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 지음, 안진이 옮김 / 푸른숲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내를 돋보이게 하는 소품으로의 명화 속 꽃그림들이 아닌, 그야말로 시대와 유파를 초월한 예술가 48인의 생생한 꽃그림 108점이, 몬드리안의 나무로 만든 꽃에 채색 사진, 포토페인팅 작품들, 남성 중심의 미술 평론계 속 오키프의 자연을 표현한 꽃그림, 오토크롬 기법, 호크니의 석판화, 종이 오림의 3차원의 꽃 等等, 예술가 저마다의 의미와 관점으로 표현된 作品들이, 꽃애호가로서의 ‘꽃‘에 대한 부활과 실존주의적 메시지와 고화질 도판으로 한층 기쁜 에너지를 받은 아주 새롭고 멋진 꽃화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