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고인이 된 프랑스의 아베 피에르 신부는 평생을 집 없는 가난한 사람들과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며, 살아 있을 때 이미 '살아 있는 성자'로 불렸습니다.

 

 그는 자신이 쓴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구분은 '신자'와 '비신자'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구분은 '홀로 족한 자'와 '공감하는자', 곧 '타인의 고통 앞에서 등을 돌리는 자'와 '타인의 고통을 함께 나누기를 바라는 자' 사이에 있다. 어떤 '신자'들은 '홀로 족한 자'들이며, 어떤 '비신자'들은 '공감하는 자'들이다.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샤르트르는 말했다. 나는 마음 속으로 그 반대라고 확신한다. 타인들과 단절된 자기 자신이야말로 지옥이다. 그와 반대로 천국은 무한한 공감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곳은 하느님의 빛에 에워싸인 채 나누고 교환하는 데서 오는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영생과 심판에 관해 이렇게 말을 합니다. "영생은 죽음 뒤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타인의 기쁨과 고통에 공감할 것인가, 아니면 자기 자신에 만족한 채 매일매일을 살아갈 것인가를 선택함으로써 지금 이 순간, 바로 현재의 삶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심판할 일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만든 자기 자신의 모습, 곧 홀로 족한 자인가 아니면 공감하는 자인가를 보게되는 광명의 순간이 바로 심판이 될 것이다. 인간은 이미 자신의 심판관이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단순한 기쁨> 에서).

                                       

                                            -  민들레 국수집, 민들레 소식.2/27 가난한 사람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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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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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읽었으나.. 짧지 않은 여운이다. 깔끔하고 세련되고, 재기발랄한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 삶의 찰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일이 무릇 그러하지 않겠는가. `노서아 가비` 한 잔 맛있게 잘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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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작업 中, 물을 마시러 나오다 수조를 들여다 보니.. 귀동이가 푸드팬스에 매달려 있는 팽군을 뜷어져라 쳐다보며 팽팽하게 갈등을 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수조에 사료를 넣어주면 정신없이 몰려 들어 먹이를 먹지만, 귀동이는 규칙적인 자신의 생활패턴을 영유하는지라 먹이도 꼭 푸드팬스에 와서 먹곤 한다. 그런데 수조 청소를 목적으로 함께 키우는 자홍달팽이 부부인 팽군과 팽이가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채 꼭 귀동이의 푸드팬스에 남은 사료를 먹으며 나날이 거대하게 자라는 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푸드팬스를 이리저리 끌고다녀 항상 엉뚱한 곳에 있다. 귀동이는 그것이 못마땅하고 자신의 사료를 늘 가로채는 그 한쌍의 몰지각한 양태가 싫은 듯 싶다.  그리고 또 한가지, 가끔 거품을 만들어 놓으면 그 부부가 다가와 거품을 다 망가뜨리는 일이다. 베타라는 어종은 원래 조용히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는 어종이고 거품을 짓는 일은 수컷이 산란후의 거품집에 매달려 있는 새끼들을 극진하게 보살피고 지키는 일이거나, 아니면 우리 귀동이처럼 솔로인 경우에는 고양이가 캣 그라스를 좋아하는 이유처럼 가끔 알몬드잎을 띄워 주면 너무나 기분이 Up!되어 거품을 만드는데 그 거품을 얼마나 애지중지 하는지 거의 하루의 대부분을 거품집 아래서 지낸다. 그런데 팽씨부부는 빈번하게 그 거품집을 망가뜨리니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어느날, 그런 불상사가 벌어진 날..귀동이는 팽군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접전을 벌이다 달팽이의 더듬이가 나오는 순간 꽉, 물어 버렸다. 그 순간 팽군은 툭, 떨어져 버리고~^^  귀동이는 단지 자신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싶을 뿐인데 자꾸 개념없는 달팽이 부부가 자신의 영역을 침해하는구나.

 물고기라고 감정이 없겠는가. 식물도 감정이 있는데. 살아 있는 것들은 다 감정이 있는데.

 언제나 바른생활 물고기인 귀동이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하는 달팽이부부의 생활을 보며 문득, 우리 인간의 삶의 양태를 떠올려 본다.

 그래도 다행한 일은 그런 갈등상황만 지나면 그들은 다시 언제 그랬냐는둥, 함께 어깨를 맞닿고 평화롭게 물속 생활을 다정하게 영유하는 것이다. 참 다행이고 정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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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물에 밥을 말아서 마리아의 오이지랑 자꾸자꾸 먹었다.

 오독오독하고 짭자름하니 싱싱하다. 

 마리아는 지금 하늘에서 그녀의 오이지로 밥을 먹는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빙긋이 웃으며 바라볼 것 같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山에 갔던 사람. 그 산에서 첫 번째 투병에 회복을 하고, 이번 두 번째 투병에서 살고자 하는 불타는 의지의 끈을 놓고 이젠 하늘에서 편히 쉬고 있을 것이다. 늘 그녀를 볼 때마다 온갖 생의 시련들을 끈질기게 이겨내며 항상 최선을 다해 살다 간 그 사람 앞에서  늘,  "나는 왜 저토록 열심히 살지 못하는가?" 부끄러웠던 사람. 그리고 그녀의 집에 가서 화분과 오이지를 가져와서 무침을 해 내게 가져다 준 H와 함께 밥을 먹으며 우리는 그녀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조금만 더 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조금만 더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다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얘기를 했다. 그녀의 이 오이지에는 소금을 듬뿍 넣고 절여서 아직까지도 무르지도 낡지도 않은 그녀의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아삭아삭 오독오독. 이 오이지를 먹을 때마다 우리는 그녀를 많이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그렇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겠다는 아름다운 의지를 씹고 삼킬 것이다. 영혼의 오이지다. 마리아의 이 오이지는.

 문득, 顯彬을 임신하고 그해 여름에 신혼집에 오이지를 한가득 무쳐오신 엄마의 기막히게 맛있던 오이지도 생각 나고.  그리고 엄마도 이제 신입으로 이사 온 마리아와 하늘에서 편히 계시리라.

 마리아에게 선물 받았던 '제주난꽃향 그린티'를 마신다.

 아, 사는 일은 이렇듯 사랑의 빚을 잔뜩 지고 가는 길이구나. 나는 나중에 어떤 사랑의 기억을 남길 것인가. 조금이라도 더 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당신이 걷고 또 걸으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길이라고 부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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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씨의 입문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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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의 그림자`는 언어의 고요함이 충분히 좋았다. `파씨의 입문`에서도 실핏줄 같은, 삶에 대한 작가의 `관찰`과 `사유`에 감탄을 했으나 실험적인 기교(?)에 불편했음도 사실이다. 기대치가 큰 탓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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