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물에 밥을 말아서 마리아의 오이지랑 자꾸자꾸 먹었다.

 오독오독하고 짭자름하니 싱싱하다. 

 마리아는 지금 하늘에서 그녀의 오이지로 밥을 먹는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빙긋이 웃으며 바라볼 것 같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山에 갔던 사람. 그 산에서 첫 번째 투병에 회복을 하고, 이번 두 번째 투병에서 살고자 하는 불타는 의지의 끈을 놓고 이젠 하늘에서 편히 쉬고 있을 것이다. 늘 그녀를 볼 때마다 온갖 생의 시련들을 끈질기게 이겨내며 항상 최선을 다해 살다 간 그 사람 앞에서  늘,  "나는 왜 저토록 열심히 살지 못하는가?" 부끄러웠던 사람. 그리고 그녀의 집에 가서 화분과 오이지를 가져와서 무침을 해 내게 가져다 준 H와 함께 밥을 먹으며 우리는 그녀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조금만 더 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조금만 더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다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얘기를 했다. 그녀의 이 오이지에는 소금을 듬뿍 넣고 절여서 아직까지도 무르지도 낡지도 않은 그녀의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아삭아삭 오독오독. 이 오이지를 먹을 때마다 우리는 그녀를 많이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그렇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겠다는 아름다운 의지를 씹고 삼킬 것이다. 영혼의 오이지다. 마리아의 이 오이지는.

 문득, 顯彬을 임신하고 그해 여름에 신혼집에 오이지를 한가득 무쳐오신 엄마의 기막히게 맛있던 오이지도 생각 나고.  그리고 엄마도 이제 신입으로 이사 온 마리아와 하늘에서 편히 계시리라.

 마리아에게 선물 받았던 '제주난꽃향 그린티'를 마신다.

 아, 사는 일은 이렇듯 사랑의 빚을 잔뜩 지고 가는 길이구나. 나는 나중에 어떤 사랑의 기억을 남길 것인가. 조금이라도 더 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당신이 걷고 또 걸으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길이라고 부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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