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성당에 나무의말 그림책 12
조동익 지음, 소복이 그림 / 청어람미디어(나무의말)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0년 전에 들었던 조동익 님의 ‘엄마와 성당에‘를 다시 들으며, 소복이 님의 그림을 보며 읽으니 문득 사무치는 마음이 절절하다. 성당엘 가든, 교회엘 가든, 시장엘 가든, 엄마와의 마음은 한결같지 않은가. 그 옛날, 내 손을 잡고 성당을 오갔던 엄마와, 어린 아들과 성당을 다녔던 마음과, 지금도 다 큰 아들과 손잡고 성당에 가는 마음이 어찌 다르겠는가. 아름다운 책 덕분에 비내리는 밤에 , 감사를 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음악소설집 音樂小說集
김애란 외 지음 / 프란츠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이 없었던 ‘음악 앤솔러지‘ 소설집. 믿음값에 나뭇잎의 섬세한 잎맥처럼 응답한 다섯 작가분들의 아름다운 ‘音楽小說集‘ 덕분에 이 여름이 좋은 여름이 되었다. ‘정답은 변하지만 음악만은 변하지 않는다.‘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씨 유 어게인
김지윤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혜화동, 소나무길 옆 노랑 등불의 한옥 ‘맛나 도시락‘. 70년 평생 인생은 독학의 연속이었고, 그냥 노인이 아닌 어른으로 살고 싶은 마음뿐인 큐티하고 호쾌한 정금남 여사의, 호일에 싸인 하얀 쪽지가 밥 밑에 깔려 있는 따뜻하고 푸짐한 도시락 이야기가 저마다에게 극복과 치유를 선물해 준다. ˝씨 유 어게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콜리플라워 창비시선 503
이소연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뭐라고 할까, 그냥 읽고 있어도 물방울처럼 퐁퐁, 마냥 즐겁지만은 않지만 生의 어쩔 수 없는 탄력이 솟는 詩集. 2022년에 읽었던 <거의 모든 기쁨>처럼. 야누스의 얼굴처럼 이율배반적인 일상을, 일부러 보란 듯이 꾸며내진 않았겠지만 싱싱하게 삶을 나무 수액처럼 채즙한 詩集. ‘죽도록 미워하려고/ 중랑천 끝까지 걸어가는 동안/ 죽도록 사랑하고픈 마음이 생기고 난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 사과





안동 다녀오는 길에 문경에 들러

가을빛 환한 사과밭에 간 적 있었다.



맛보기로 내놓은 두어 조각 맛보고 나서

주인의 턱 허락받고

벌레 먹었나 따로 소쿠리에 담긴

못생긴 사과 둘 가운데 하나 집어 들고

한입 베어 물었지.

입에 물린 사과,

입꼬리에 쥐가 날 만큼 맛이 진했어.

베어 문 자국을 보며 생각했지.

사과들이 모두 종이옷 입고 매달려 있었는데

이놈은 어떻게 벌레 먹었을까?

주인 쪽을 봤지만

그는 다른 고객 쪽으로 몸을 돌리고 있었어.

혹시 이 세상에서 진짜 맛 들려면

종이옷 속으로 벌레를 불러들일

그 무엇이 있어야 하는가?

제 몸 덜어내고

벌레 먹은 과일 소쿠리로 들어가야 하는가?

초가을 볕이 너무 따가웠다.

상자 하나를 차에 실었다.




_황동규 시집. <봄비를 맞다> 中






시인의 눈은 참 환하다. 히아신스의 開花나, 봉지를 뚫고 들어선 벌레 먹은 단사과의 짜릿한 단맛같이. 1968년 삼인 시집 '평균율' 동인, 황동규 시인, 마종기 시인과 함께 했던 김영태 시인의 표지 컷이 이 詩集을 더욱 다정한 얼굴로 맞이한다.









"나는 나에게 늘 반듯하고 실한 사과를 먼저 꺼내어 깎아주는 사람이 될 것이다. 아삭, 달큰한 사과 향이 퍼졌다."



사과 한 상자를 열면, 싱싱한 사과, 평균치의 사과, 멍든 사과 等이 섞여있을 것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과는 공장의 제품이 아니라, 제각각의 사정이 발생하고 있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할머니께서 항상 상한 것을 먼저 드시고 손녀에게는 가장 좋은 사과를 주신 기억을 되살린다.



나같은 경우에는, 우선 상한 사과가 다른 사과까지 상하게 할까봐 먼저 따로 골라 놓고, 사과잼을 하든 아무 생각없이 상한 부분을 도려내고 그 사과맛을 본 뒤에, 만족을 하면 제일 예쁜 사과들을 먼저 골라 예쁜 사람들에게 줄 것이다. 

'사과'는 '사과'다. 사과는 최선을 다해 열매를 맺었을 것이다. 사람의 삶도 '사과'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비님이 반갑게 오시는 날, 예산사과와인 추사 40도 500mm를 선물 받아 그냥 반가운 마음에, 사과 이야기를 마니또 친구에게 보내는 쪽지처럼 적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