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은
역사의 빛깔
사랑스럽게 물결치는 슬픔의 빛깔
저 나무 갈피의 빛깔. (P.4 )
어둠 속에 몸이 울릴 때*
밝은 몸은 보지 않지요
그사이 꽤 여윈 것도 개의치 않구요
어떻게 생겼는진 알까 몰라요
존재 자체만 생각한다구요
살아있는 말이던가요. (P.165 )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의 변형
성장
채 다 울지 못하고
크는 나무를
본다. (P.201 )
-오정진 <노란, 깊은>-에서
가렴주구
폐지 줍는 노인에게 삥 뜯기
컴퓨터만 있어도 TV 수신료 받아내기*
그래도 1번?
여기는 좀비세상. (P.8 )
*KBS는 2013년 12월 17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에, 수신료 부과
대상을 TV수상기에서 TV수신카드가 장착된 컴퓨터, 휴대전화,
노트북, 태블릿PC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정책건의서를 함께
냈다.
인권의 어떤 존재양식*
모로 길을 비키는 우리를 올려다볼 때
말갛게 인권이 움튼다
온식구가 베란다의 상추꽃을 들여다볼 때
쑥쑥 인권이 자란다
배달받고서 바로 문 닫지 못할 때
수줍게 인권이 돌아본다
장바구니를 걸고서는 행상 앞을 빙 돌아갈 때
저 만치서 인권이 걷는다
자동세차 후 걸레질하는 분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
남아서 인권이 서성인다
중국집에서 "고추잡채 맛있겠다"던 할머니를 떠올릴 때
꼬옥 인권이 품는다
꼬꼬가 야옹이들과 왁자 놀 때
꺄르르, 인권이 구른다. (P.23 )
*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번 '인권영화' [어떤 시선]에 분노한 어느 날들.
책 이야기
당신도 기억하는 항구도시의 스피노자와
그의 존재에의 긍정과 사랑을 좇는 [공통체]*
[율리시즈]**의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의 느낌,
조지 오웰이 말하는 '보통 사람들의 품위'. (P.167 )
* 안토니오 네그라마이클 하트, [공통체: 자본과 국가 너머의 세상],
사월의책, 2004.
**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오정진, <쓰지않은 일기 : 100 days>-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