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거룩한 밤

 

 

침묵의 시간이다. 동지(冬至)에 밤은 가장 깊어지며, 만물은 침잠한다. 한편, 침묵의 밤은 곧 있을 신성한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주역 쾌상을 보면 동지는 지뢰복괘(地雷復卦)다. 음이 뻑뻑한 가운데, 맨 아래 양 하나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어둠(음)이 짙을수록 새벽(양)이 다가오는 조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양기의 따뜻함은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여전히 춥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욱 추울 것 같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추운 겨울도 반드시 따뜻해진다. 그 출발점이 바로 동지다.

 동지와 나란히 자리한 성탄절을 떠올려 보라. 이날 밤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그리고 '어둠에 묻힌 밤'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가장 칠흑 같

 

 

은 밤에 '왕이 나셨도다'. 그 왕은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이요, 어떻게든 혹독한 겨울을 견디라는 격려 혹은 명령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믿음을 굳건히 지키며 살아 남는 것이다. 동짓날은 아세(亞歲), 즉 '작은 설날'이며 태양탄생일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태양이 하루하루 올라와 부활한다고 하여 축제로 삼았다고 한다. 부활한 태양은 어디 있는가? 태양은 아직 미약하다. 그래서 12월 24일에는 촛불을 밝힌다. 이는 어둠과 빛이 팽팽히 대립하는 동지에 빛을 지키는 상징적 행위였다. 동지에 일양래복(一陽來復), 즉 하나의 양기가 다시 돌아온다고 했는데, 그것이 바로 촛불이었던 것이다.

 

 

동지책력과 다이어리

 

 

동지는 하지와 더불어 이지(二至)에 속한다. 지일(至日)은 하늘과 땅이 회전을 시작하고 음과 양이 극으로 치닫는 시점이다. 하지에는 양이 최고조에 올랐다 음으로 향해 가고 동지에는 음이 절정에 도달했다 양으로 치닫는다. 한마디로 이때를 분수령으로 낮과 밤, 추위와 더위의 벡터가 뒤바뀐다. 동지는 태양탄생일이지만 양기의 힘은 아직 미약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압도적인 음기에 맞서 양기를 보존하기 위한 방법을 궁리했다.

 

 

            음양이 바뀌는 시기에는 반드시 적극적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질

            병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체는 계절의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니 음양이 교체되는 때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갖

            가지 방식으로 음양의 순조로운 변화를 꾀했는데 이 방식들이 특정한

            세시풍속으로 남았다. 샤오팡, [중국인의 전통생활풍습] 김지연 외 옮김. 국립민속박물관

            2006. 333쪽

 

 

         그 풍속의 일환으로 하선동력(夏扇冬曆)이다. 하지에는 부채를, 동지에는 달력을 주고 받았다. 동지 때 배포되는 달력을 동지책력(冬至冊曆)이라 했는데 여기에는 앞으로 펼쳐질 1년 동안 일상생활에서 해도 좋은 일 좋지 않은 일이 빼곡히 적혀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동지책력을 길잡이 삼아 새해를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실천로드맵을 구상했다. 동지책력의 배포는 옛사람과 현대인의 관심사가 다르지 않음을 보여 준다. 요즘도 연말이면 다이어리가 꽤나 팔린다. 스마트 기기 사용자가 늘어나 예전만큼은 못할지라도, 이들 또한 일정관리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니 본질적으로는 같다. 다이어리는 패션아이템이 아니다. 지저분하게 120% 사용해야 그 몫을 다한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짜야 하는가?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딱 잘라 말할 수 없지만, 동지에는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어 계획을 짜는 일 자체가 중요하다.

 

겨울에 로드맵을 세워 놔야 봄에 뭔가 씨앗을 뿌릴 것 아닌가? 씨앗을 뿌려야 할 때,그제서야 다이어리를 뒤적이며 허둥지둥 계획을 짜면 이는 곧 때를 모르는 '철부지'다. 동지엔 모름지기 차분한 마음가짐을 갖는게 중요하다. 까닥하면 동지 즈음에는 간장과 신장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풍요의 원천

 

 

크리스마스 트리에 달린 양말 속 선물을 기다리는 마음은 설렌다. 그런데 지극히 서양적인 양말 풍속이 실은 동양에도 있었다는 사실! 이를 옛 선인들은 동지헌말(冬至獻襪)이라고 불렀다. 헌말은 곧 '버선을 바치다'라는 뜻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동지는 양기가 움트는 상서로운 날이다. 그 양기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눈으로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다. 그런데 밟을 수는 있다. 어떻게? 양기는 땅속 깊은 곳으로부터 솟아난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흙을 퐁 뚫고 나오는 새싹이다. 그러나 그 훨씬부터 양기는 물밑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어디에서? 바로 우리가 밟고 있는 땅바닥에서 말이다.

 

    

발바닥으로부터 양기를 흡수한다고 하니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발바닥, 하면 용천혈(湧泉穴)이다. 양기가 울뚝불뚝 용솟음쳐 결혼을 앞둔 새신랑이 꼭 알아야 할 바로 그 용천혈! 용천혈은 인체의 12경맥 중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의 출발점이다. 족소음신경! 족소음신경의 신경(腎經)이 바로 신장의 경맥을 가리킨다. 요컨데 동지에 한 줄기 양기가 샘솟고 발바닥으로 그 기운을 흡수하여 신장을 보양하니 '간신'이 살아난다.

   새 신랑뿐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마찬가지다. 정기가 발바닥인 용천혈로 솔솔 흘러들어오니, 이는 곧 생명력의 원천이다. 용천혈을 자극해 몸 안에 감도는 양기는, 다름 아닌 동지에 생성되는 일양(一陽)에서 비롯한다. 연말에 들뜨고 분주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방 안에서 차분하게 발바닥을 주무르고, 친구의 발도 주물러주자.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경험, 이만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또 어디 있으랴? 한편, 양말과 버선은 화수분처럼 풍요의 상징이다. 동서양이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상징물을 동짓날 사용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서로의 거친 발을 어루만지며 풍요로움과 사랑스러움을 퐁퐁 만들어 보자. 그것이 동지에 비치는 한 줄기 빛이다. (P.246~251 )

 

 

 

 

                                            -몸과 우주의 리듬 24절기 이야기 <절기 서당>-에서

 

 

 

 

 

 

 

 

 

          오늘은 동지(冬至)이다. 일년 중 밤이 가장 긴 날,

          일요일이기도 해서 모처럼 식구들이 다 함께 모여 편히 쉬는 날

          후애님께 선물 받은 책 <절기 서당>,을 펼치고 '동지(冬至)'편을 읽어 보니

          그저 동지에는 팥죽만 끓여 먹었는데,  여러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어

          즐겁게 읽었다..^^

          오늘 밤은 누가 또 부른다고 뛰어나가지 말고 차분히 앉아, 동지팥죽에 동치미를 

          먹으며 서로의 새해 계획도 나누어 보고 식구들 발이나 조근조근 주물러 줘야겠다~ 

          이 즐거운 책을 읽게 해주신 후애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맛있는 팥죽 드시고

          모든 분들이 생명력 넘쳐나는, 좋은 새해 되시길 인사 드린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놀 2013-12-22 19:4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섣달 들어 오늘 별이 가장 밝구나 싶더니
달력을 보니 새삼스레 오늘이 드디어 동지였군요.

어릴 적부터 동지는 참 섣달 가운데 따스한 날이었고
오늘도 여러모로 포근하네요~

appletreeje 2013-12-23 09:32   좋아요 0 | URL
예~저도 어제
참 몸도 마음도 따스했어요~*^^*

2013-12-22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23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22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23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착한시경 2013-12-23 16:28   좋아요 0 | URL
주말에 부산에 다녀왔는데,,, 팥죽이 아주 유명하더라구요^^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스산한 오후네요~ 마음만은 따스하게 보내보려해요~^^

appletreeje 2013-12-26 14:33   좋아요 0 | URL
아~~부산에 다녀 오셨군요!
아..저도 부산 가고 싶네요...흑흑..

2013-12-24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26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24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26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