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쟁이
비 개인 뒤 소금쟁이를 보았다
곧 바닥이 마를 텐데, 시 한 줄 쓰다 마음에 걸려
빗물 든 항아리에 넣어두었다
소금쟁이가 뜨자 물은 갑자기 생각난 듯 물이 되었다
마음에 소금쟁이처럼 떠 있는 말이 있다
가라앉지도 새겨지지도 않으면서 마음 위를 걸어다니는 말
그 말이 움직일 때마다 무심(無心)은 문득 마음이 되었다
잊고 살았다 그러다 열어 본 항아리
그 물의 빈 칸에 다리 달린 글자들이 살고 있었다
마음에 둔 말이 새끼를 쳐 열 식구가 되도록
눈치채지 못했다. 저 가볍고 은밀한 일가를 두고
어찌 마음이 마음을 지우겠는가
내 발걸음 끊었던 말이 마음 위를 걸어다닐 때
어찌 마음이 다시 등 돌리겠는가
속삭임처럼 가는 맥박처럼 항아리에 넣어둔 말
누구에게나 가라앉지 않는 말이 있다 (P.13 )
-박지웅 詩集,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