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물며'라는 말
하물며라는 말이여, 참으로 아름답도다. 그 말에는
슬픔 가득한 서광의 눈동자가 들어 있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다시 한 번 돌아다보는 사랑이 들어 있다.
비천한 것들에 대한 굉장한 비탄이 들어 있다
사랑하지 않는 마음에는
하물며가 없다.
마음이 마음이 아닐때 들려오는 말이여,
하물며라는 증오를 거부하는 말이여,
아무것도 아닌 네가 아무것도 아닌 나를
한 번 더 은은히 돌아보는 눈길 같은 말이여
한없는 바닥에서 굉장히 쟁쟁한 말이여 (P.29 )
-김승희 詩集, <희망이 외롭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