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씨 어딨소?

 

                              

 

          갑작스레 원고 청탁이 오거나

          글을 써야 하는데 도무지 써지지

          않을 때 김수영 시집을 찾게 된다

          집에는 백석과 이상과

          테라야마 슈지와 보르헤스도 있는데

          왜 꼭 김수영이야 하는지 나도 모르지만

          달나라의 장난감을 팔아먹는 일도

          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시를

          긁적거리는 일도 수십 년 전 눈빛이

          유난히 형형했던 시인이

          이미 예기(預期)했듯 모두

          팽이처럼 도는 일상에 불과할

          뿐이라서가 아닐까 혁명도 되지 않고

          한쪽 손잡이가 떨어져나간 밥솥도

          바꿀 수 없는 일상 속에서

          갑갑스레 원고 청탁이 오면

          이 우연한 싸움만큼은 한번 이겨보고

          싶어서 김수영을 찾는다

          혁명도 이미 끝내버렸고 거즈도

          보기 좋게 접어놓고 잠든 시인을

          오늘 밤도 다리 뻗고 잠들긴 글러버린

          시인 나부랭이가 감히 질투한다

 

 

                           - 성미정 詩集, <읽자마자 잊혀져버려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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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3-01-05 19:27   좋아요 0 | URL
아... 김수영 시인님.
저도 김수영 시집을 찾으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이겨보고 싶기 때문에 찾아야 겠습니다.

appletreeje 2013-01-05 22:1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어젯밤에 이 詩를 읽었어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이런 귀절이 있더군요.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소이진님! 행복하고 충만한 밤 되세요.*^^*

드림모노로그 2013-01-06 14:23   좋아요 0 | URL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서재를 두리번 거리곤 해요 ㅋㅋ
그런 행위가 이상하게 위안이 된다능 ㅋㅋ
나무늘보님이 올려주시는 페이퍼는 늘 감동이네요 ^^ ㅎㅎ

appletreeje 2013-01-06 23:08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자신이 마음 가는 곳에 있으면
위안이 되지요. 위안이 되는 곳이 누구에게라도 있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밤이에요.

드림님의 마음이 늘 감동이시라 그래요~`^^
전 드림님의 방문이 더욱 감동인걸요^^
평온하고 행복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