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식탁
게리 웬크 지음, 김윤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각 장이 질문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제목을 왜 감정의 식탁이라고 번역했을까? 책에 담고 있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내용을 제목이 너무 축소시키는 듯이 보인다.

 

  약물이든 음식이든 모두 신경세포와 신경전달물질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 우리의 생각과 감정과 태도 또한 바뀔 수 있다고 한다.

 

  하느님의 존재나 가슴 뛰는 사랑, 영혼이나 연애의 감정 같은 마음 속 깊은 감정들은 모두 생화학적 결과다. 미래에는 신과 대화하도록 도와주고 사랑에 대한 욕구가 솟구치도록 할 약 또한 개발될 수 있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당분을 섭취하고자 하는 이유는 뇌가 그 보상으로 도파민과 내인성 아편 물질을 분비해 기분 좋은 상태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뇌가 학습과 기억에 필요한 화학물질을 생성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당분이 필요하지만 과도한 당분 섭취는 췌장이나 심혈관계 건강에는 해롭다.

 

  칼로리 제한은 노화를 늦추고 전반적으로 건강을 향상시키는 아직까지는 유일하게 효과적이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 뇌는 먹을 것이 부족한 시기에 진화했기 때문에 먹을 것이 있을 때 뭐든 먹어두려는 유전적 습성이 남아있다.

 

  뇌의 주요 목적은 우리가 살아남아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는 것이며 이 목적을 이루는데 먹는 행위는 우리 뇌가 계획하고 통제하는 아주 중요하고 필수적인 행동이다. 생존에 필요한 칼로리를 섭취하면 뇌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엔도르핀과 엔도카나비노이드라는 강력한 신경전달 물질을 분비한다. 배가 이미 고통스러울 정도로 불렀는데도 계속 먹게 되거나 식사 후 포만감이 있는데도 열량 높은 디저트를 탐닉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광대버섯이 일으키는 환각은 평범한 물체가 실제보다 더 크게 보이거나 작게 보인다고 보고하는데 작가 루이스 캐럴은 분명 이 버섯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지각변화를 인지하고서 이 요소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집어넣었을 것이라고 한다.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은 감정 조절 외에 많은 일을 하는 화학물질로 통칭해서 카테콜아민으로 불린다. 노르에피네프린은 각성, 각성과 관련된 행동들과 관련이 있고, 도파민은 보상의 경험, 보상을 얻기 위한 행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코카인은 시냅스에서 도파민과 세레토닌의 효과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암페타민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 코카인이 뇌에 작용하면 각성도가 높아지고 허기가 줄어들며 신체적 정신적 지구력이 강해지고 운동신경 활동이 늘어나며 일상에서 느끼는 쾌감이 강렬해진다. 코카인의 중독은 무척 강력하고 뇌 기능에 미치는 결과도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공급이 떨어지면 심한 우울증이 찾아온다. 코카인 남용이 일으키는 감정의 기복은 로봇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LSD라는 환각제는 단 몇 분 만에 세레토닌성 신경세포의 활동이 눈에 띄게 느려지는데 사실 환각이라는 뇌의 복잡한 과정에 시동을 거는 첫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향정신성 혹은 정신확장성 약물은 우리의 의식과 시공간에 대한 감각, 실제 주변 세계에 대한 지각을 바꾸어 놓는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조직적인 종교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고대의 신비주의 사회는 신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환각유발 식물을 보편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출현할 수 있었다.

 

  세레토닌성 신경세포는 환각제가 일으키는 작용에 관여하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의 개개인이 신앙을 표현하는 일에도 관여할 수 있다. 실제로 종교 체험은 오른쪽 해마의 뒷부분이 활성화 되거나 두정엽의 윗부분이 비활성화되는 현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지 모른다. 아니면 실제로 신과 소통하면서 뇌가 보이는 반응일지도 모른다.

 

  우리 뇌가 계획적으로 설계되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뇌는 그저 우리가 지금의 환경에서 살아남아 후손을 남기는데 필요한 만큼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익숙한 환경이 너무 갑작스럽게 변했을 때 우리 인간이 살아남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종의 95퍼센트는 이미 멸종 했다. 진화는 그때그때 생존에 필요한 무언가를 만들어낼 뿐 그 이상을 의도적으로 창조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뇌는 어떤 계획된 의지가 아닌 환경의 중립적인 힘에 의해 체계화되었다.

  일반적으로 건강에 나쁘다고 인식되는 일부 물질이 뇌의 노화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니코틴은 킬레이트 물질이 다량 함유하고 있어 신경 보호 작용을 할 수 있다. 흡연과 카페인 음료를 마시면 파킨슨병의 발병률이 낮아지고 알코올은 알츠하이머 병의 발병 시기를 늦춰준다. 마리화나는 다발성 경화증, 파킨슨 병, 알츠하이머병, 헌팅턴병, 다양한 자가면역질환 등 뇌의 염증을 수반하는 노화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인지력을 크게 개선하거나 뇌의 노화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한다.

 

  결국 도파민, 노르에프네프린, 세레토닌의 작용이 인간의 감정과 행동까지 통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 세 가지 물질의 작용과 흡수과정을 아는 것은 인간을 통제할 수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된다.

 오늘도 커피 한 잔을 갈망하는 내 뇌는 도파민 분비를 통한 보상을 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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