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 -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올리버 색스 지음, 김한영 옮김 / 알마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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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올리버 색스는 신경정신과 임상교수로 많은 환자들을 만나며 다양한 사례들과 인간의 뇌와 정신활동에 관해 여러 권의 책을 썼다고 한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로 다양한 사례들이 나오며 쉽게 씌여있어 흥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관심 내용을 따라가며 읽다 보니 저자가 쓴 의도와는 다르게 내 맘대로 읽은듯한데 그것 또한 독서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환각이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거나 듣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환각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진짜라고 여긴다고 한다. 뇌에 이상이 있으면 환각, 환청, 음악 환각, 냄새 환각 등을 경험한다. 그리고 감각을 박탈당할 경우에도 환각이나 환청을 겪게 되는데 시력을 잃은 상태가 지속되면서 환각을 보게 되는 것를 샤를보네증후군이라고 한다. 그런데 샤를보네증후군 환자들이 겪는 환각은 단지 환자의 기억 속에서 나오는 것만이 아니라 전혀 알 수 없는 내용과 장면을 환각으로 보기도 한다.

 

  정상적인 사람들도 감각발탈을 당하면 환각이나 환청을 겪을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명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정상인 사람들에서도 평상시에 환청을 겪는 것도 드문 일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정신병으로 오해받을까봐 내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뇌의 몇 가지 중추들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었을 때 환청을 듣는다고 한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6장의 변성상태인데, 사람들은 여러 방법을 통해 초월적 경험을 추구한다고 한다. 알코올이나 약물 혹은 명상, 기도, 영적수련을 통해 초월상태에 도달하고 영성의 암시를 발견한다고 한다.

 

   “모든 문화는 초월을 경험할 수 있는 화학적 수단을 발견했고,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도취제를 마술이나 신성한 일에서 제도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식물에서 향정신성 성분을 추출해서 신성하게 사용하는 관행에서는 오랜 역사가 있으며,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서 다양한 주술과 종교 의례의 일부로 이어지고 있다.

소박한 차원에서 약물은 마음을 깨우거나 확장시키거나 집중시키기 위해, 즉 지각의 문을 정화시키기 위해 사용되지만, 그와 함께 쾌감과 도취감을 제공한다.“ (126)

 

  클뤼버는 환각성 약물이든 편두통에 의한 환각이든 동일하며 환각에서 보는 기하학적 도형들은 기억, 개인적 욕망 등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뇌의 시각계를 구성하는 구조 자체에 구축되어 있다고 한다. 이것은 세포 차원의 작용이며 따라서 환각의 형태는 인간 경험의 기초에 놓인 생리학적 보편 원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간질 발작은 뇌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전기 방전 때문이라고 한다. 간질 발생시 황홀경이나 기쁨을 보이기도 하는데 도스토옙스키는 간질로 인해 합리주의적 존재와 신비주의적인 존재 사이에서 살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특히 게슈빈트증후군이 발생하면 종교에 대단히 열중하게 된다고 한다. 무아경 상태 등 종교적 발작을 겪는 동안 환자들은 신의 현현을 느끼는데 이때 측두엽 발작 초점도 함께 활성화된다고 한다. 잔다르크는 무아경 전조를 수반하는 측두엽 간질을 앓았을지도 모른다고 윌리엄 제임스는 말한다.

 

  이전에는 초월적이거나 초자연적인 생각에 무관심했던 사람도 무아경 발작을 겪으면 세상을 보는 눈이 흔들린다. 그리고 열렬한 신비적, 종교적 감정, 다시 말해 신성한 존재에 대한 느낌이 모든 문화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런 감정에 생물학적 기초가 있음을 시사한다. 미적 감정처럼 종교적 감정도 인류의 유산일 수 있다.” (206)

 

  많은 종교와 전통에서는 묵상이나 명상 기도 등의 영적 수련 등을 이용해 환각적인 상을 유도하여 신의 목소리를 듣고 모습을 보게 하는데 이런 경험은 평생 신앙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명상 수행을 하면 뇌의 혈류량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임사체험의 경험자들은 공통적인 경험을 하는데 케빈 넬슨의 연구에 의하면 대뇌 혈류량의 감소는 의식의 해리, 몸의 마비, REM수면의 특징인 환각을 일으킨다고 한다. 밝은 빛을 체험하는데 뇌간의 뇌교에서 피질하 시각 중계소를 거친 뒤 후두피질로 이동하는 뉴런 흥분의 흐름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블랑케는 우뇌 각회(두정엽과 측두엽의 윗부분)의 특정 부위들을 자극하면 유체이탈 체험을 하는 것을 입증했다.

 

  정상적인 사람도 가금씩 누군가 있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뇌 손상은 어떤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한다고 한다. J 알렌 체인은 이런 존재감은 생물학적 발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사람들은 이 존재감을 종교적 용어, 신비적 용어로 해석하며 믿음의 대상을 지성의 힘으로 이해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닌 직접적으로 감지되는 유사 감각적 실재의 형태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책을 통해 명상을 통한 초월적 체험이나 신의 존재 체험 등이 뇌의 변화에 따른 반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뇌의 손상이나 이상에 따라 다양한 환각 환청 등을 겪게 되며 다양한 사례들을 보며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하나의 앎은 또 다른 하나의 질문의 출발점이 된다. 그렇다면 뇌의 손상이든 감각의 박탈에서 비롯되었든 환각이나 환청 등의 다양성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개인의 경험을 뛰어넘는 환각이나 환청을 구성하는 구체적 내용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이 책에는 나오지 않는다. 이 궁금증이 또 다른 책을 읽고 싶도록 하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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