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위한 물리학 - 10년 후 세계를 움직일 5가지 과학 코드
리처드 뮬러 지음, 장종훈 옮김 / 살림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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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를 넘기면 화려한 극찬의 추천사들이 나온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미국 주도의 현재의 상황이 영원무궁하길 바라는 미국인들의 찬사였음을 깨닫고 조금 씁쓸해진다.

 

   현대 사회의 중요한 5가지 과학적 주제 테러리즘, 에너지, 원자력, 우주, 지구온난화에 대해 물리학자인 저자는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대통령(사회의 지도자)이 알아야 하는 핵심 주제이며 이에 대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객관적으로 접근한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현재 미국의 위상과 지위가 영원히 유지하길 원하는 미국인이고, 책에는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본 정신이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과학적 사실만을 얻기 위해 이 책을 읽을 수는 있겠지만 미국인이 아닌 나는 읽는 내내 심기가 편하지 만은 않았다.

 

 1부 테러리즘에서 9.11테러로 붕괴된 건물의 붕괴 원인에 대한 과학적인 조명,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과학적 평가, 2부 에너지에서는 태양에너지의 경제성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런데 3, 원자력으로 가면 저자의 주장이 과학이란 이름을 쓴 정치적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기 시작한다. 과학적 원리를 쓴 내용들이야 일반 독자들은 그냥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과 진실을 알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실이란 무엇일까?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로 죽은 사람들 중에  방사능 피폭 후유증으로 암이 발병해 죽은 사람은 대략 2%미만이다.’(110) 이 말이 사실인지는 차치하고 2%미만이란 너무 작은 수치라서 재고의 가치가 없다는 의미로 쓰고 있다.

  제 4부 우주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무인 우주탐사와 로켓을 이용하자는 자료에 인용된 2%는 상반된 의미로 쓰인다.

 

  ‘우주왕복선은 안전하지 않고 적어도 가까운 장래에는 그렇게 될 수 없다. 생명을 담보로 하면서까지 꼭 그렇게 사용해야 하는가? 좀 솔직해지자. 왕복선을 활용한 임무는 계속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려면 각 임무당 사망 확률이 2%는 된다는 것을 공개하고 시작하자는 것이다. (중략) 대중들은 그렇게 위험성이 높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275)

절대적 수치로 따진다면 방사능 피폭으로 인해 암에 걸려 사망한 사람 수가 훨씬 많을 텐데 말이다.

  제5부 지구 온난화에서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고 한다.

  ‘대중이 지구 온난화에 대해 아는 것 중 대부분은 왜곡되고, 과장되고, 선별된 것들에 근거를 두고 있다.’(336)

 

  ‘온도 변화의 주요 원인은 이산화탄소의 농도 변화가 아니라 지구의 자전축과 공전 궤도 요소의 변화 때문이다.’(361)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국은 1998년 국제 기후변화의 협약의 교토 의정서에서 발을 뺐다. 클린턴이나 부시 시절에는 아예 상정된 적도 없다고 한다.

 

  ‘미국은 지난 50년간의 온도 상승에 부분적으로나마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앞으로 나타날 변화에 대해서 미국이 책임질 일은 없을 것이다. 피고는 아마도 인도와 중국이 될 것이다.’(377)

 

  저자는 책에서 CO2/GDP의 비율을 나타내는 그래프를 인용하며 이산화탄소의 배출 책임을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가들로 몰아가고 있다. 그런데 각 나라별로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이 얼마인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왜 가장 기본적인 자료인 총 배출량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일까?

 

  모든 책임에서 벗어난 미국은 지구 전체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20%를 쓰는 것 또한 당연하다는 전제하에 저자는 자신의 논리를 펼쳐나간다.

 

  저자는 잘못된 정치 논리에 선동되지 말고 세상을 과학적으로 판단하라고 하는데 과연 사회, 정치와 떨어진 과학은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 책 또한 과학이란 이름을 쓴 또 다른 선동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금수저의 논리는 흙수저의 논리가 될 수 없지 않은가? 책 속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과학적인 사실들은 우리에게 지적 깨달음과 넓은 안목을 키워주지만 이 또한 선별해서 받아들이는 눈을 키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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