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경제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이제 너무 익숙해져서 우린 그냥 살아요.’라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특히 청년들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탈출구가 있기는 한 것인가 싶다. 내가 어릴 때 많이 듣던 이야기가 있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그래서 부모들은 억척스레 공부시켰었다. 지금도 학생들은 정말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그런데 무슨 공부를 하고 있는 걸까? 누군가 주입하는 생각에 비판 없이 세뇌당하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자유무역이 당연하고 지적소유권, 특허니 물가안정, 통화량 규제 등등 사실과 다른 한갓 신자유주의적 경제학의 입장을 옹호하며 현실에서 일어나는 경제적 문제들에 대해 엉뚱한 곳에서 원인을 찾으려 하거나 아예 아무 생각도 없이 살았을 거다. 물론 이 책 저자의 주장이 다 맞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강자의 논리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개발도상국들은 1980년대 이후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기록했던 성장률의 절반 정도의 속도로 성장했다. 특히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이 철저하게 실행된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두드러진다. 1945년 이후 세계화에 대한 진실은 정사와는 상반되게 진행되었는데 개발도상국들의 국가주의적 경제 정책이 끔찍한 재앙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왜곡된 역사 기록을 퍼뜨리는 의도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패를 감추고자 하는데 있다.

 

   부자 나라들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세계 경제의 규칙을 만들고자 한다. 가난한 나라들이 특정한 정책을 채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악한 삼총사라 부르는 IMF, 세계은행, WTO는 주로 부자 나라들에 의해 통제되고 부자 나라들이 원하는 나쁜 사마리아인 같은 정책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긴다.

 

   자유 무역의 옹호국인 미국, 영국도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산업 강국이 되기 전 과거 모두 보호 무역과 국가주의적인 정책을 폈고 그 기간에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그런데 이제는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면서 가난한 나라들을 상대로 자유시장, 자유무역 정책을 강요해왔다.

 

  개발도상국의 산업이 너무 일찍부터 국제적인 경쟁에 노출되면 살아남지 못한다. 선진 기술을 익히고 효율적인 조직을 만드는 등의 능력을 키워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유치산업을 장려하지 않고 자유 무역주의를 추구했다면 한국은 지금과 같은 중요한 무역국가가 되지 못하고 1960년대 주된 수출 품목이었던 (텅스텐 원광, 생선, 해초 등의)원료들이나 (직물, 사람의 머리털로 만든 가발 같은)낮은 기술 낮은 가격의 상품들을 수출하고 있을 것이다.

 

  1945-1971년 사이에 개발도상국들은 금융위기는 단 한 번도 겪지 않았는데 1980년대 및 1990년대에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강권에 못 이겨 자본 시장을 개방한 뒤로 금융 위기를 훨씬 더 자주 경험하게 되었다.

 

   지난 20~30년 동안 신자유주의의 득세로 국가 소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져나갔지만, 세금과 민간 기업에 대한 규제 능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는 자본주의적 시동을 걸기위한 훨씬 실용적인 해결책이다.

 

   지적소유권 제도와 특허는 개발도상국들의 지식획득 비용을 높게 만든다. 또한 물가 안정과 통화량 규제가 번영의 기초라고 신자유주의자들은 주장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의 결과를 낫고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와 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거시경제 정책을 개발도상국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들이 더 빨리 성장하도록 해주는 대안적인 정책을 허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나쁜 사마리아인들 자신에게도 이익이 된다.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나게 되면 나쁜 사마리아인인 부자 나라들이 팔 수 있는 시장이 크게 넓어지기 때문이다.

 

   정말로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나쁜 사마리아인 같은 정책으로 이득을 볼 수 있어서가 아니라 이런 정책이 옳다고 확신하는 이데올로그들이다. 그러나 희망적인 것은 나쁜 사마리아인들 대다수가 순응주의자가 되는 편이 훨씬 쉽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잘못된 정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과거 부자 나라들이 나쁜 사마리아인들처럼 행동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 역사적 시기 개발도상국 세계는 그 이전과 그 이후를 통틀어 경제적으로 가장 높은 성과를 올렸다. 그 경험에서 교훈을 찾는 것은 우리의 도덕적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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