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하우스
스티븐 J. 굴드 지음, 이명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아기에는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점점 나이를 먹고 성숙해지며 자신 존재의 객관적 위치를 전체 속에서 파악하게 된다. 그래서 유아기 때는 자기중심적 행동을 할 수 밖에 없고 성숙해야 남을 배려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인간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과거 인간은 스스로를 세상의 중심이고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런 인간이 사는 지구는 당연히 세상의 중심이어야 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과학적 사실들이 밝혀짐에 따라 인간은 점점 세상의 중심이었던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어쩌면 일부 사람들에게는 중심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일부 귀퉁이라도 잡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실험과 검증을 거치며 과학의 역사는 진실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었다.

 

   우리를 객관적으로 보도록 만든 것들 중에서 충격적 사건은 아마도 다윈의 진화론일 것이다. 큰 반향을 일으킨 만큼 수많은 버전의 진화론이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나왔다. 누구의 진화론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과학자가 어떤 철학적 기반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주장하는 진화론의 내용이 달라지는 것 같다.

 

   이 책은 한마디로 스티븐 제이 굴드의 진화론이다. 인간만이 고등하며 자연의 중심이라는 편협한 생각을 버리고 다양한 개체들에 의해 이루어진 자연의 참모습을 깨닫기를 바란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다윈의 진화론에서 자연선택 기본 이론은 전반적인 진보에 대한 말을 하고 있지 않으며 전반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메커니즘도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윈은 진실하지 못한 면도 있었다. 엄청난 성공을 구가하고 있는 국가에서 최고위급 귀족(다윈)이 어떻게 영국 사회의 번영을 정당화시켜주는 이론을 포기할 수 있었을까?(195) 그는 지적 욕구와 사회적 욕구의 상반된 요구들을 타협시켰다. 이 모순되는 요구를 종의 기원맨 마지막 장에 적어 놓았다. 진보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기득권을 누리던 다윈이 학문적 이론과 대치되는 사회적 요구를 적당히 얼버무리면서 많은 갈등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굴드는 파악한다.

 

   인류가 무성한 생명의 나무에 속한 아주 작은 가지 하나에 지나지 않으며, 더욱이 그 가지가 돋아난 시기가 지질학적 연대에서 바로 얼마 전이라면 인류는 근본적으로 진보적 성질을 가진 생명진화의 예정된 결과가 아닐 것이다. 인류의 탄생은 한순간 우연히 일어난 우주적 사건에 지나지 않으며 생명의 씨앗이 다시 뿌려져 생명의 나무가 비슷한 조건에서 자란다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사건임을 의미한다.(35)

 

   순전히 무자위적인 결과에서도 규칙성은 자주 나타난다. 외견상의 방향성 또는 경향은 한 시스템 안에서 변이의 정도가 축소되거나 확장된 결과이지 어떤 것이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여간 결과가 아니다.(55)

 

  말의 진화에 관한 이론은 일반적으로 가장 잘못된 오류 중의 하나다. 히라코테리움에서 에쿠스까지 이루는 계보는 지난 55000만 년에 걸쳐 엄청나게 복잡한 패턴으로 흥망성쇠를 거듭했던 얽히고설킨 가지들 중에서 단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이 특정한 진화 경로가 말의 진화와 관련된 중심 경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92)

 

  인류의 문화적 변천은 생물의 진화와 전혀 다른 원리에 의해 진행된다. 그것은 진보라고 불러도 좋고 어떤 것을 향한 조종된 경향의 존재라고 생각해도 좋은 과정이다. 진화라는 용어를 자연의 역사와 문화의 역사에서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의미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306) 문화는 폭발적인 속도로 변할 수 있고 어떤 방향성을 축적할 수 있는 능력을 자지고 있지만 자연에는 이런 능력이 없다.(307)

 

   결론적으로 굴드는 인간중심의 우월감을 내려놓으라고 한다. 인간을 꼭대기에 올려놓고 인간이 특별하고 독보적으로 진보해갔다는 생각의 오류는 버리라고 한다. 왜냐면 그것은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체 시스템 관점 즉 풀하우스 모델을 통해 우리와 다른 생명체를 인정하고 모든 생명을 중시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변이와 다양성을 그 자체로 존중하라고 한다. 그것이 전체 시스템이 진화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다양성 존중, 생명 존중...... 땅콩 회항, 무릎 꿇은 아르바이트생, 목숨 끊은 경비원, 예전에도 있어왔겠지만 특히 논란이 되는 요즘 굴드의 호소가 절실하게 다가온다. 전체 시스템 속에서 모든 생명과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이 시대 모두가 유아기적 사고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