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선비는 정말이지 좋아하는데 한자(한문)는 두팔 걷어부치고 도망가듯 치를 떨며 싫어하는 나에게 대한민국의 마지막 선비님이라는 전주이씨 덕천군의 후예이신 해산 이은춘 공님을 만나게 되니 어찌할바를 모르겠다는게 첫 만남의 심정이었다. 한문을 많이 알아서 술술술 읽어 나가고 그뜻을 옳은가고 음미하여 어렵게 한학을 공부하신 분을 통해 해석해 둔 내용들을 읽기 전에 말씀하시고자 한 것들을 가슴에 느낄 수 있었다면 더 깊은 감동이 전해 졌을텐데 아쉽게도 나에겐 너무나 먼 한자(한문)여서 그 뜻을 풀이하면서 읽기 보다는 문중,장손,일가,정자등 요즈음에는 흔히 쓰지 않는 용어들이겠지만 어릴적 많이 듣던 말이라 거기까지 다가갔다고 안도함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갓 쓰시고 곰방대를 들고 앉으신 모습이 전혀 낮설지 않은 모습이라서 참 다행이다 싶으면서 내 아이들에게 비칠 이 모습은 단지 옛날 사람 중 한분 일것이라 생각케되니 너무 죄송스러웠다. 유교집안 씨족마을에서 자란 나에게 일가들은 멀지 않은 친척이고 동네 어르신이었다. 삼년탈상을 하며 조석을 올리던 풍습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어서 보고 자란 티가 몸에 베어 있는것도 같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때 문중에서 호(학산이셨다)가 내려오고 5일장 내내 그 깡시골에 도포,갓 봇짐삼아 전국에서 올라오셨던 기억 아직도 생생하다.만장록은 생소하지만 제를 지내는 모습이나 마을 구석구석에 있는 정자들이 더 없이 친근해서인지 어르신께서 읊으신 시들이 낮설진 않았다.한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어쩜이리도 은율에 맞게 잘 지으셨는지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한문으로는 해석이 불가하지만 우리말로 풀이해 둔 글을 읽으면서 해산 이은춘 공님은 참으로 감성이 뛰어나신 분이시구나 느끼고 아스팔트 숲에서 자란 우리의 아이들에게 이런 감성들이 전해질 수 있을지 안타깝기만 하다.창원이라는 시골에 계시면서도 나라의 크고 작은 일들을 알고 그 날들을 기념하여 시를 읊으신 모습이 나 아닌 가족에게조차 신경 쓰기를 귀찮아하는 요즘시대의 사람들에게 참다운 "어른다움"을 잘 보여주시는 것 같아 더없이 감사하다. 한문이 좌르륵 터져나오는 책이라고 어렵다는 선입견은 멀리하시고 이은춘 공님의 삶에 대해서 돌아보고 우리의 어르신들의 삶에 대해서 그 분들의 사상에 대해서 다시한번 되집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을 알기를 원한다. 특히 차세대 주자인 우리의 아이들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우리의 것은 좋은 것이다. 우리의 것을 잘 알아야 우리의 뿌리가 든든해 질 수있고 그래야만 다른문화를 접했을때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반듯하셨던 모습 후대를 위한 유고집을 펴시기를 유언하시고 잘 살으라고 울지말라 당부하신 말씀에 고개숙여 예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