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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과 도넛 - 존경과 혐오의 공권력 미국경찰을 말하다
최성규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평점 :
일시품절

'미국 경찰'이라 하면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2020년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비무장 상태의 흑인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의식을 잃은 플로이드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건 당일 밤 사망했으며, 이에 사건이 일어난 미니애폴리스는 물론 미국 전역에서 플로이드의 죽음과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됐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이 사망한 사건. 도시 전체에 폭동이 일어난 것을 연일 뉴스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필 그 당시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 아끼는 후배가 살고 있어 보안은 괜찮은지 자주 안부를 묻곤 했다. 우리나라 경찰과는 분명 다른 것처럼 보였다.
<총과 도넛>(최성규 지음 / 동아시아 / 2021)은 최성규 현 서울성북경찰서장이 쓴 책으로, 미국 경찰과 우리나라 경찰을 비교한 책이다. 단순히 책에서만 얻은 지식이 아닌,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겪은 일을 토대로 한 것이라 보다 생생한 정보가 가득했다. 특히 2017년 시카고 총영사관 경찰영사로 임명되어 3년간 재외국민 보호업무를 하며 현지 경찰과 교류를 하면서 겪은 사실들을 통해 미국 경찰과 우리나라 경찰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알 수 있었다.

미국에 얼마나 많은 경찰서가 있는지는 한국과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한국은 국가경찰 하나만 존재해서 휴전선 이남부터 마라도까지 경찰들이 똑같은 제복을 입고 똑같은 경찰마크를 단 순찰차를 탄다. 전국 257개 경찰서, 13만 명의 경찰관이 경찰청장 한 명의 지휘하에 움직이면서 같은 시스템으로 같은 법을 집행한다. 하지만 미국은 전국 1만 7,985개 경찰서 각각이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위에서 보듯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찰 조직은 전혀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경찰청장을 수장으로 한 중앙 집권식(?) 조직이며, 미국 경찰은 전국의 경찰서가 각각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현장 중심의 조직으로, 초동 수사나 시민과의 밀접성 등이 강화된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의사결정이 빠를수록 수사엔 박차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1인 경찰서도 많다고 한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워낙 땅이 넓고 인구가 적기에 그에 적합하다는 게 저자의 의견. 이러한 미니 경찰서가 가능한 이유를 분석한 것이 흥미롭다.
첫째, 경찰 공권력에 대한 존중과 경찰관을 가치게 하면 받게 되는 막중한 처벌.
둘째, 시스템의 힘. 미국은 주경찰과 보안관, 시경찰이 서로 돕고 협력하다보니 미니 경찰서로도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
미국 경찰의 모든 방식을 적용할 수는 없더라도, 합리성이나 시민편에서 좋은 점이라면 충분히 본받을 점이라 생각된다.
내가 이 책에서 본 '미국 경찰'과 '한국 경찰의 큰 차이점은 바로 이것이다.

한국은 ... 현장이 중요하다면서도 지구대나 파출소보다 경찰서나 경찰청 등 본부의 덩치를 계속 키운다. 현장에서 시민을 상대하고 중요한 초동조치를 하는 순찰부서는 본부에 치이게 마련이다. 초동조치가 중요하고 순찰경찰이 경찰의 주인공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반면 미국은 수사부서가 처리하는 사건도 기본적으로는 일반형사법만 다룬다. (중략)
한국이 경찰서 본서 근무자와 지구대, 파출소 근무자 비율이 5대 5라면 미국은 3대 7이나 2대 8이다. 수도 많고 계급별로 조직되는 경찰노조도 순경급이 가장 크며 부업도 많이 하니 현장근무를 싫어하거나 창피애할 이유가 없다.
한국 경찰은 현장보다 본부가 우선이고 승진이 우선인 반면, 미국 경찰은 지구대나 파출소 근무자가 더 많고 현장 업무의 비중이 더 크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인해 이득을 얻는 건 시민들이다. 그만큼 더 시민들과 가깝고 시민들의 일상에 밀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밖에도 <총과 도넛>에는 미국 경찰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경찰이 부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사실, 경찰노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 모든 경찰차가 방탄차는 아니라는 것. 특히 주별로 책정된 예산에 따라 경찰차의 레벨일 달라진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또한 시민들의 투표를 통해 경찰서를 해산할 수도 있단다. 그 실제 사례가 앞서 설명했던 조지 플로이드 사건. 시의회가 나서서 경찰관이 1,100명이나 되는 대규모 경찰서를 해산시켰다고 하니 가히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경찰이라 할 수 있다.

경찰서에서는 처음 경찰관이 될 때 입직(入職)이라 표현하지 않고 투신(投身)이라 한다.
어감이 강한 투신이란 용어를 쓰는 이유는 하는 일이 그만큼 위험하고 다른 직업보다 훨씬 강한 사명감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 직업에 들어간다는 게 아니라, 몸을 던지는 게 바로 '경찰관'의 임무라는 사실이 놀랍다. 그러한 사명감만큼 대우를 받는 것이 또 미국 경찰이다. 순직했을 때의 예우는 물론 연금이나 기타 복지 등등, 업무에 대한 보상이 남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 경찰도 '투신'의 사명감을 갖고 임하는 경찰관이 많은 만큼,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어지길 바란다.
이 책을 읽으며, 평소에 궁금했지만 알 길이 없던 한국 경찰과 미국 경찰계의 실상을 잘 알 수 있었다. 저자의 말처럼, 선진국의 방식을 무조건 받아들이자는 것이 아니고, 또 무조건 비판하자는 것이 아니다. 몸을 던져 헌신을 다하는 경찰의 업무 중심에 '국민'이 있는지 돌아보고,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그래서 우릴 든든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는 경찰로 거듭나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