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지식문화사 - 세상 모든 지식의 자리, 6000년의 시간을 걷다
윤희윤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달에 최소 2번은 아이들과 함께 동네 공공도서관에 간다. 가서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기쁨과 도서관에 다니는 습관을 만들어가기 위함이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습관도 도서관에 자주 드나들었던 10대부터 시작되었다. 물론 빌린 책을 100% 읽은 것은 아니었지만.

<도서관 지식문화사>(윤희윤 지음 / 2020 / 동아시아)는 최초의 도서관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도서관 역사를 집대성한 도서관 역사책이다. 책의 역사는 여러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했지만, 도서관의 역사는 낯설었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하는 점이 아닐까 싶었다. 저자인 윤희윤 교수는 현재 대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이자 40년을 오직 도서관을 좇으며 살아온 문헌정보학자이다.

책과 도서관은 인류에게 어떤 존재인가. 기록과 보존, 그것은 인간의 본성이자 유전자다. 처음에는 동굴과 암석 등에 삶의 흔적을 기록했고 이어 점토판, 파피루스, 양피지, 죽간목독 등에 기억을 새겼다. 그중 책의 원조는 파피루스며, 이를 항아리에 담아 동굴에 보관했다. 항아리가 서고의 원형이라면 동굴은 도서관의 모태다. 동굴과 항아리에 잠재되어 있던 기록과 보존의 유전자가 고대 및 중세에 변이를 일으키고 근대에 변용되어 현대의 도서관이 되었다. 그래서 도서관은 고금의 역사, 문명과 문화, 문자와 매체, 지식과 정보가 직접된 인류의 지적문화유산이다.


<도서관 지식문화사> 프롤로그 중

책의 역사만큼 오래된 도서관의 역사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고대 도서관에서 중세, 근대를 거쳐 현대 도서관까지 6000년 역사를 시대별로 잘 정리되어 있어 놀라웠다. 이것은 마치 도서관에 대한 백과사전과도 같았다. 이 책을 집필하기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뒷표지의 문구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방대한 자료와 중간중간 귀한 사진 자료까지 더해져 도서관 시간여행을 떠나는 느낌을 주었다.

잘 몰랐던 도서관의 역사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지만, 특이하고 색다른 도서관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로마 제국에 존재했던 '목욕탕 부대시설로 조성한 공공도서관'은 정말 특이했다. 목욕탕의 부대시설이 도서관이라니. 생각해보니, 휴식을 취하고 몸을 깨끗하게 하는 목욕탕과 뇌의 휴식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도서관의 역할이 비슷한 면이 있었다. 그런 도서관이 있다면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중세시대의 도서관은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중세 수도원에서 지식은 신을 알현하는 통로로 여겨졌다고 한다. 그러니 그만큼 책이 많이 필요했고, 도서관과 사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도서관 없는 수도원은 상상할 수도 없고 성립될 수도 없을 정도라니, 당시 도서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금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중간중간 나와 있는 당시 도서관 사진 자료들은 나의 시선을 붙잡았다. 화려하고 근엄하고 고귀한 분위기. 당시 사람들이 책을 어떻게 대했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해외여행에 가서 오래 전에 지어진 성당을 보고 많이 놀랐는데, 그와 비슷한, 아니 그보다 더 웅장한 도서관을 사진으로 볼 수 있었다. 단순히 책을 보관하고 공유하는 곳이 아닌, 지식 공유의 장으로서 도서관은 아주 훌륭한 역할을 해왔다.

 

 

 


 

문득, 고등학교 시절 생각이 난다. 책을 좋아했던 터라 희망 학과를 정할 때 문헌정보학과가 늘 3순위 안에 들었다. 사서가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꿈은 직장인이 되고나서도 가슴 한편에 늘 자리잡고 있었다. 사서교육원이나 대학원까지 알아볼 정도였으니.

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관하고 공유하며 지식을 나누는 것도 그만큼 중요함을 알 수 있었다. 도서관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도서관 지식문화사> 한 권만 봐도 머리속에 그간의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직접 가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쉬운 내용과 사진이 매력적인 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장 좋아하는 한국소설을 물으면 신경숙의 <깊은 슬픔>이라고 답했다. 한 줄씩 읽어내려가는 순간이 아쉬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어갔던 책. 20대에 읽고, 30대에 읽었던 책. 내 책장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잡은 신경숙 작가의 작품들. 그런 신경숙 작가가 오랜만에 새 장편소설을 썼다고 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실, 표지를 열기까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신간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보면서 다시 한번 신경숙 작가의 글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전 소설도 그렇지만 이 소설 역시 신경숙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보인다. <깊은 슬픔>에서 나왔던 이슬어지도 보이고. 마치 영상을 보듯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는 이 책에도 여지없이 돋보였다.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와 이런 시간을 보낼 기회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각자의 가정을 돌보고 일을 하다보면 고향의 부모님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마련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헌' 역시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자신의 가정을 돌보는 데 힘을 썼다. 하지만 딸을 잃은 순간, 평범했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렸고 겨우 숨만 쉬는 삶으로 바뀌었다.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자식을 잃는다는 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그 자식이 나 때문에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이미 엄마로서의 생은 다한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주인공 '헌'은 혼자 계신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고향을 찾았다. 그동안 자신의 인생과 딸에게 모든 것을 쏟았던 삶으로 인해 보이지 않았던 아버지의 삶. 그것이 400페이지 가까운 이 소설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아버지의 삶이 그리 고단하고 힘들었던 것은 당시 어려웠던 시대상과도 아주 밀접하지만, 아버지라는 자리가 주는 책임감과 무게감이 스스로 입을 닫게 만들었다. 도시에 나가서 바쁘게 사는 자식들에게 나까지 짐이 될 수는 없다는 아버지.

 

나무 궤짝에 보관하던 편지들, 포장도 뜯지 않은 홈쇼핑 택배 상품들에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아버지에게 6남매의 학사모 사진은 아버지 인생, 그 자체였다.

 

 


 

 

 

가방끈은 짧았지만 소설 속 아버지에게선 오랜 연륜에서 우러나온 삶의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 마치 우리 아버지가 나에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주인공이 모르는 아버지의 병. 얼마나 오래 전부터 앓아왔는지, 그걸 헤아리지 못한 자식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사는 길이 꼭 앞으로 나아가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돌아보고 뒤가 더 좋았으믄 거기로 돌아가도 되는 일이제.

앞으로만, 빠른 속도로만 달려가는 것이 최고라고 여겨지는 시대. 돌아보고 뒤가 더 좋았으면 거기로 돌아가도 되는 일이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아버지가 생각났다.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며 엄마 생각이 계속 나서 눈물이 났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 책 역시 읽는 내내 아빠 생각이 많이 났다. 물론 자라온 환경과 시대는 다르지만, 우리 아버지도 아마 이런 책임감과 무게감으로 인생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 옆에 계시다면 이 책을 꼭 선물해 드리고 싶다. 울 아버지도 많이 고생하셨다고. 마음으로나마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슴이 많이 아프고, 울림이 큰 소설.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총과 도넛 - 존경과 혐오의 공권력 미국경찰을 말하다
최성규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평점 :
일시품절


잘 몰랐던 미국 경찰에 대해 잘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총과 도넛 - 존경과 혐오의 공권력 미국경찰을 말하다
최성규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평점 :
일시품절




'미국 경찰'이라 하면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2020년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비무장 상태의 흑인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의식을 잃은 플로이드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건 당일 밤 사망했으며, 이에 사건이 일어난 미니애폴리스는 물론 미국 전역에서 플로이드의 죽음과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됐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이 사망한 사건. 도시 전체에 폭동이 일어난 것을 연일 뉴스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필 그 당시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 아끼는 후배가 살고 있어 보안은 괜찮은지 자주 안부를 묻곤 했다. 우리나라 경찰과는 분명 다른 것처럼 보였다.

<총과 도넛>(최성규 지음 / 동아시아 / 2021)은 최성규 현 서울성북경찰서장이 쓴 책으로, 미국 경찰과 우리나라 경찰을 비교한 책이다. 단순히 책에서만 얻은 지식이 아닌,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겪은 일을 토대로 한 것이라 보다 생생한 정보가 가득했다. 특히 2017년 시카고 총영사관 경찰영사로 임명되어 3년간 재외국민 보호업무를 하며 현지 경찰과 교류를 하면서 겪은 사실들을 통해 미국 경찰과 우리나라 경찰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알 수 있었다.




미국에 얼마나 많은 경찰서가 있는지는 한국과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한국은 국가경찰 하나만 존재해서 휴전선 이남부터 마라도까지 경찰들이 똑같은 제복을 입고 똑같은 경찰마크를 단 순찰차를 탄다. 전국 257개 경찰서, 13만 명의 경찰관이 경찰청장 한 명의 지휘하에 움직이면서 같은 시스템으로 같은 법을 집행한다. 하지만 미국은 전국 1만 7,985개 경찰서 각각이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위에서 보듯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찰 조직은 전혀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경찰청장을 수장으로 한 중앙 집권식(?) 조직이며, 미국 경찰은 전국의 경찰서가 각각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현장 중심의 조직으로, 초동 수사나 시민과의 밀접성 등이 강화된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의사결정이 빠를수록 수사엔 박차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1인 경찰서도 많다고 한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워낙 땅이 넓고 인구가 적기에 그에 적합하다는 게 저자의 의견. 이러한 미니 경찰서가 가능한 이유를 분석한 것이 흥미롭다.

첫째, 경찰 공권력에 대한 존중과 경찰관을 가치게 하면 받게 되는 막중한 처벌.

둘째, 시스템의 힘. 미국은 주경찰과 보안관, 시경찰이 서로 돕고 협력하다보니 미니 경찰서로도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

미국 경찰의 모든 방식을 적용할 수는 없더라도, 합리성이나 시민편에서 좋은 점이라면 충분히 본받을 점이라 생각된다.

내가 이 책에서 본 '미국 경찰'과 '한국 경찰의 큰 차이점은 바로 이것이다.

 


한국은 ... 현장이 중요하다면서도 지구대나 파출소보다 경찰서나 경찰청 등 본부의 덩치를 계속 키운다. 현장에서 시민을 상대하고 중요한 초동조치를 하는 순찰부서는 본부에 치이게 마련이다. 초동조치가 중요하고 순찰경찰이 경찰의 주인공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반면 미국은 수사부서가 처리하는 사건도 기본적으로는 일반형사법만 다룬다. (중략)

한국이 경찰서 본서 근무자와 지구대, 파출소 근무자 비율이 5대 5라면 미국은 3대 7이나 2대 8이다. 수도 많고 계급별로 조직되는 경찰노조도 순경급이 가장 크며 부업도 많이 하니 현장근무를 싫어하거나 창피애할 이유가 없다.

한국 경찰은 현장보다 본부가 우선이고 승진이 우선인 반면, 미국 경찰은 지구대나 파출소 근무자가 더 많고 현장 업무의 비중이 더 크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인해 이득을 얻는 건 시민들이다. 그만큼 더 시민들과 가깝고 시민들의 일상에 밀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밖에도 <총과 도넛>에는 미국 경찰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경찰이 부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사실, 경찰노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 모든 경찰차가 방탄차는 아니라는 것. 특히 주별로 책정된 예산에 따라 경찰차의 레벨일 달라진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또한 시민들의 투표를 통해 경찰서를 해산할 수도 있단다. 그 실제 사례가 앞서 설명했던 조지 플로이드 사건. 시의회가 나서서 경찰관이 1,100명이나 되는 대규모 경찰서를 해산시켰다고 하니 가히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경찰이라 할 수 있다.

 


 

경찰서에서는 처음 경찰관이 될 때 입직(入職)이라 표현하지 않고 투신(投身)이라 한다.

어감이 강한 투신이란 용어를 쓰는 이유는 하는 일이 그만큼 위험하고 다른 직업보다 훨씬 강한 사명감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 직업에 들어간다는 게 아니라, 몸을 던지는 게 바로 '경찰관'의 임무라는 사실이 놀랍다. 그러한 사명감만큼 대우를 받는 것이 또 미국 경찰이다. 순직했을 때의 예우는 물론 연금이나 기타 복지 등등, 업무에 대한 보상이 남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 경찰도 '투신'의 사명감을 갖고 임하는 경찰관이 많은 만큼,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어지길 바란다.


이 책을 읽으며, 평소에 궁금했지만 알 길이 없던 한국 경찰과 미국 경찰계의 실상을 잘 알 수 있었다. 저자의 말처럼, 선진국의 방식을 무조건 받아들이자는 것이 아니고, 또 무조건 비판하자는 것이 아니다. 몸을 던져 헌신을 다하는 경찰의 업무 중심에 '국민'이 있는지 돌아보고,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그래서 우릴 든든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는 경찰로 거듭나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