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슈퍼 계약직입니다 - B정규직이 회사에서 몰래 쓴 B밀일기
이하루 지음 / 황금부엉이 / 2018년 8월
평점 :

속이 시원하다. <나는 슈퍼 계약직입니다>(이하루 지음/ 황금부엉이 / 2018)는 10년 직장생활 중 8년을 계약직으로 일해온 저자가 쓴 직장생활 분투기이다. 그런데 이 책은 계약직이든 정규직이든 일용직이든 직장이란 곳에 갇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계약직, 임시직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이들이 받는 괴로움과 스트레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불안감, 평소 하하호호 함께 웃고 일하다가 인센티브나 보너스 시즌이 되면 극명하게 신분의 차이(?)가 드러나는 계약직. 그들의 애환이 적나라하게 그려짐으로써 보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더불어 위로를 해주고 있다.
계약직의 사회생활이라고 해서 어둡고 슬픈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자유로움과 일의 무게감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불안과 자유로움의 줄타기를 하며, 한 해 한 해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점심시간이 되었음에도 움직이지 않는 팀원들, 퇴근시간이 훌쩍 지나도 자리를 보존하고 있는 팀장(일하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자리만 지키는 것), 주말에 등산으로 단합대회를 하는 못된(?) 회사...이 책에 나오는 상황은 거의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하는 바일 것이다.
작가의 말을 보니, 가슴 한켠이 시렸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스트레스로 꽉 막힌 내 삶의 혈을 꾹꾹 눌러주기 위해서였다.
'브런치'란 플랫폼에 글을 쓰는 일은 나의 테라피 관리법이었다.
쓰고 나면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기의 흐름이 활발해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가끔 누군가 공감을 해줄 때는
물파스를 바른 것처럼 뭉친 근육까지 시원해졌다.
.
.
이렇게 쓰기 시작한 것이 누적 조회 수 200만을 기록하고,
카카오 브런치 프로젝트 은상을 받고,
출판사와 계약하게 된 것은 의외의 결과였다.
그러나 의외로 벌어진 이런 일들을 과분하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겸손 떨며 고개 숙인 벼로 방의하는 건 회사에서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결혼한, 임신을 준비하는 30대 여성이 갈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임신을 계획한다는 자체만으로 최종 합격에 오를 확률이 확 떨어지니까. 이것 역시 씁쓸한 현실이다.
글 쓰는 사람답게 이하루 작가의 글은 유쾌했다. 증간중간 나오는 일러스트도 양경수 작가 못지 않은 위트와 깨알 재미가 있어서 즐거웠다. 심보가 고약한 팀장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사람, 당장 짤리더라도 할 말은 하고 사는 사람. 그건 계약직이든 정규직이든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는 이상적인 직딩의 모습이리라.
스트레스 받는 직장인이라면 꼭 한번씩 읽어보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