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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명시 낭독 - 생각의 깊이를 키우는 특별한 방법
고영성.조기영 지음 / 스마트북스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이도 처음이고, 나도 학부모가 처음이라 지금은 매일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제 고작 일주일이 지났는데 한 달은 겪은 것처럼 정신없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시'를 선물했다. 내가 쓴 건 아니고, 좋은 시를 모아서 직접 읽게 하는 <우리아이 명시 낭독>이다.
작년에 <우리아이 낭독혁명>을 보고 아이 독서에 대한 첫 번째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아래 포스팅 참조) 묵독과 낭독의 차이. 왜 낭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 그 뒤로 나는 아이에게 책을 더 많이 읽어주기도 했고, 글자를 점점 알아가는 재미를 아는 우리 아이도 점점 우렁차게 책을 읽게 되었다. <우리아이 낭독혁명>의 저자인 고영성 작가가 이번에는 조기영 시인과 손을 잡고, 명시를 읽는 실전편을 출간하게 되었다.
생각의 깊이를 키우는 특별한 방법 <우리아이 명시낭독>은 낭독의 중요성을 충분히 익힌 학부모라면 바로 집어들 수 있는 책이다. 나 역시 이 책을 망설임 없이 꺼내든 것도 모두 아이에게 낭독이 얼마나 좋은지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10권의 책보다, 명문을 10번 낭독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표지 문구가 마음을 움직였다.
책은 일주일에 한 편, 1년 동안 낭독과 필사, 암송을 하도록 스케줄이 짜여져 있었다. 이대로 한다면, 1년 내내 우리 아이는 명시를 읽게 되는 것이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생각을 깊게 한다는 것이며, 은유와 비유의 개념을 알 수 있고, 무엇보다 마음에 풍요로움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집중력/두뇌발달에도 효과적이어서 컴퓨터 게임을 할 때와 글을 큰소리로 낭독할 때 뇌의 활성화 정도가 확연하게 다름을 알 수 있었다.
두 아빠가 뭉쳤다. 독서전문가이자 여러 권의 독서 관련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고영성 작가와 고민정 전 아나운서의 남편으로 더 잘 알려진 조기영 시인이 48편의 시를 골랐다. 교과서에서 본 시도 있고, 요즘 화제가 된 시도 있다. 다양한 시인의 다채로운 시를 한꺼번에 볼 수 있어, 아이도 부모도 명시를 읽을 좋은 기회가 되었다.
48편의 시를 고르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명시여야만 한다.
2. 우리말 시여야만 한다.
3. 짧을수록 좋다.
4. 낭독하기에 어렵지 않아야 한다.
5. 내용은 깊어도 좋다.

또한 연령에 따른 맞춤형 명시 낭독법이 소개되어 있다. 6세 미만 유아에게는 부모가 직접 명시를 읽어주고, 7세부터 초등 저학년은 직접 시를 낭독하고 암송할 수 있도록 하라고 알려준다. 저자는 하루에 3번 시를 읽으면 좋다고 권한다. 실제로 잠들기 전 아이들과 시를 읽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아직 글을 모르는 5살 막내에게 내가 먼저 시를 읽어주고, 이윽고 큰 아이가 그 시를 낭독하는 순서로.
처음에 책을 받자마자 큰 아이가 시를 쭉쭉 읽어달라고 해서 반 이상을 읽어주었다.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 윤동주의 '서시', 그리고 중간에 보니 내가 좋아하는 나태주의 '풀꽃', 기형도의 '엄마 걱정', 권정생의 '뻐꾹새', 장석주의 '대추 한 알'...지금 봐도 가슴이 뭉클한 명시가 가득해서 아이에게 읽어주는 동안 내가 더 감동을 받았다.

<우리아이 명시낭독>에는 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명시 낭독이 아이에게 좋은 7가지 이유, 명시를 낭독하는 7가지 방법 등 명시 낭독에 대한 필요성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어, 학부모에게 큰 도움이 된다. 학교 다닐 때에도 수업시간에나 시를 접했지, 일부러 시집을 열어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나이가 들수록) 시가 좋아진다. 한 편의 시를 갖고 하루 종일 되새길 때도 있고, 늘 마음에 담고 있을 때도 있다. 그렇게 좋은 시를 어릴 때부터 읽는다면, 창의력과 사고력, 어휘력은 물론 아이의 마음에 시가 주는 감성의 씨앗이 싹트게 될 것이다.
원고지에 쓰여 있는 글자를 직접 따라볼 수 있는 필사 페이지와 필사와 암송을 했는지 체크할 수 있는 연간 체크리스트까지 있어서 아이와 함께 진도를 체크하기에도 수월하다. 단순히 시를 읽고 감동받는 것이 아니라 이를 학습과도 연관하여 체계적으로 잘 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가 주는 기쁨과 감동을 아이도 크게 느끼면 좋겠다. 내가 힘들 때 시가 위로를 해주듯, 아이의 힘든 시간이 올 때 시로부터 위로와 기쁨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건 다 내려놓는 시대에, 하루에 10분씩이라도 명시를 만나는 시간을 가진다면 마음 부자가 되리라 확신한다.
3월부터 시작하여 내년 2월까지, 매일 명시 낭독에 도전해보자고 아이와 약속했다. 그 약속, 꼭 지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