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의 행성에서 - 구름이 가린 그림자를 밟다
최조은 지음 / 보민출판사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세상에서 글이 이렇게 세심하고 이뿌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책이다. 그런느낌을 오래간만에 만나는 책이다. 이 책은 단순한 사물의 나열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지를 세세하게 설명해준다. 아마 주인공이 여자라서 그러리란 생각을 해본다. 여성의 눈으로 여성의 손으로 쓰여진 책이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색을 잃어버리는 것은 어떤것인지.. 사람의 이기심은 또한 어떠한 것인지를 분명하게 드러내주는 듯 하다. 운명이란 이름도 진하게 다가온다. 평상시에 운명을 꿈꾸는 나이기에 더 이사람의 말을 믿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일은 억지로 뭔가를 하려 할때보다 내가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때가 있다. 그 자연스러움이야 말로 운명이 되는 것이다. 이름하여 "때" 가 되면 된다. 라는 말로 우리주위에 흔하게 들려오곤 하는 것이다.

 

책안에서도 주인공 하수경은 7년이나 기억을 잃어버린채 살고 있다. 어느 누구보다 함께 한 세월이 길었고 또 누구보다 사랑하는 이였다. 그 때문에 한창 예민하고 사춘기일때 왕따라는 것을 당하면서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사랑이었다. 하지만 그 사랑을 그 추억을 7년이라는 세월동안 전혀 없는 사람처럼 살았다. 아니 살아내고 있었다고 해야 될 것이다. 혼자만의 둘레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혼자서 일하며 먹고 살았다. 그동안에 그 남자만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우리에게 빨갛고 노랗다라고 말할 수 있는 색조차 잃어버렸다. 그녀의 눈에는 흑과 백... 까망과 하양만 보일 뿐이다. 긴세월동안 그렇게 살아서 쥬스가 노란지도 잊어버리고 살았다. 그래서 유독 하얀 하늘을 좋아했다. 하얀옷과 검정옷을 선호했다. 그것들은 다른 사람의 눈에도 그러한 색으로 보일테니까..

 

어느날 문득 때가 되었을때 그녀에게 화려한 색상을 보여주는 사진을 만난다. 왜 유독 그 사진에게만 색을 입힐 수 있었는지 그녀는 알지 못한다. 어린날의 상처만 안고 안으로 안으로만 살아가던 그녀.. 드디어 그녀에게 왜 색을 잃어버렸는지 그녀를 슬프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움을 주는 이가 어떤지를 일깨워주는 사건을 만난다. 그 사건을 일깨워준 이는 다름아닌 자신을 왕따시킨 주인공이었다. 그녀를 왕따시킨 이재경은 이기심의 전형적인 캐릭터로 나오는 듯 하다. 그렇게 괴롭혀 놓고 당한이는 그로 인해 삶을 잘 살지도 못하는데 어릴때의 한때지난 이야기로 치부해버린다. 그러면서 자신의 현재의 위치를 부탁한다. 하지만 그것이 수용되지 않았을때는 그 자신의 예전 버릇이 나온다. 자신이 나빠서 그런것이 아니라 자신이 왕따시킨이는 언제든지 또한 그럴 수 있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는 듯 했다.

 

다양한 인물상을 보여주지만 운명은 있는 것이고 악한 이는 벌을 받고 착한 이는 본인 입으로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밝혀진다는 권선징악이 깔려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세월이 말해준다는 사실도 이야기한다. 왕따의 아픔도 부분 기억상실증도 세월이 자연스럽게 치유해준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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