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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먼 여행 ㅣ 아시아 문학선 2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손석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2년 7월
평점 :
길고도 아주 길게 책을 보았다. 모든 사람이 말한다. 자기자신의 삶을 책으로 옮기면 몇권을 가득 채울 수 있다고. 이 책이 그러한 책이다. 하나하나 섬세하고 세심하게..그리고 상세하고 자세히도 쓰내려 간다. 한가족의 일을.. 한마을의 일을... 한나라의 일을...
우리가 한곁으로 밀어내면서 사는 삶을 구스타드는 철저히 준비해서 삶을 살아간다. 계속되는 전쟁이라 창문에 붙여놓은 검은 등화지도 결코 떼지 않는다.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인식하고 난 뒤 떼어 낸다. 집안에 빛이 들어오지 않아 캄캄하더라도 그러한 불편쯤은 참아낸다. 그리고 아파트와 길을 가로지른 담벼락에 사람들이 모두 소변을 보아 냄새로 진동을 해도 다른 사람들은 불편할뿐 그냥 지낸다. 하지만 구스타드는 자신의 없는 경제에도 불구하고 냄새와 모기의 진원지인 그곳에 화가의 벽화그리기를 시도한다. 화가가 하나씩 담벼락에 세상에 있는 하나의 신들을 그려넣어 완성하면서 사람들은 변화한다. 더러워서 소변을 마구 보던 그곳에 향기가 진동한다.
그렇지만 삶이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냄새나고 모기가 떼를 이루어 사는 담벼락은 허물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사람들의 기원이 담긴 벽활를 담은 벽으로 변했는데 시에서 허물어 버린단다. 시에서 냄새나는 벽을 허물자라고 결정이 나는 것이 그리 더딘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의 기원이 되고 명물이 된 벽화로 된 담인줄을 모르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러한 일이 우리 주변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어떻게 해줬으면 하고 바라면 그 바람은 들어주지도 않으면서 겨우 그것에 대해 적응할때쯤에는 그것을 허물어 버리던지 다른것을 해버린다. 그래서 가지는 배신감이란...
여긴 인도이다. 아직까지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고 평화가 오려고 한 그런 인도이다. 그 시대의 삶을 그려놓은 것이지만 우리네 삶과 많이 닮아 있다. 이성을 가진 사람들은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는 심정으로 미신에 의지하게 된다. 엄마는 아빠와 아들간의 갈등을 미신의 방법으로 풀 수 있다는 윗집 할머니의 말을 따른다. 그것이 설령 다른사람에게 해가 가는 것이라도. 우리의 엄마들도 그러하리라.. 죄가 불거지더라도 자신이 덮어쓰고 가면 된다는 이상한 논리로 황당한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부자도 아니고 적당히 가난한 평범한 남자의 꿈.. 우정.. 정치를 담은... 그리고 엄마의 무모한 사랑을 담은 이야기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