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스치는 바람 1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전쟁은 사람을 악하게 만든다. 아무리 선한사람도 아무리 전쟁을 싫어하는 사람도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광인이 된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총을 들수는 없다. 칼을 들수는 없다. 사람을 인정하면서 사람을 향하여 총과 칼을 겨눌수 없다. 찌를 수도 없다. 그러기에 그들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해야할 일과 살아남을 일만 생각한다.

 

그런곳에서 살아남았던 스기야마란 일본간수가 있다. 애초에 살아왔던 사연이 그리 아름답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그는 전쟁중에 살아남았다. 전쟁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람이 얼마나 악해지는지.. 악해질 수 밖에 없는 표본처럼 보이기도 한다. 1943년 전쟁이 끝나기 몇년전에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사건이 시작된다. 그래서 이야기는 그곳에서 살다간 스기야마란 간수와 우리의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스기야마는 무서운 독종 교도관이었다. 또한 그는 섬세한 피아노 조율사이기도 하다. 또 그는 시인이기도 하다. 인간적이기까지 하다. 사람이 그렇게 변할 수 있는 것은 전쟁이 만든 결과물이기도 하고 사랑이 만든 결과물이기도 하다. 또한 언어. 문장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시라는 언어가 사람을 울릴수도 있고 그 사람을 변화시킬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주는 듯 하다. 글을 몰랐을 때에는 글과 글사이의 이야기를 알지 못했다. 그랬기에 오감으로만 삶을 살수 밖에 없었다. 눈과 입과 코와 귀로 듣고 먹고 냄새맛고 느끼는 것만으로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글을 알고부터는 그 글로 세상이 보여지기 시작한다. 그것은 몸을 통해서 맞아야만 아프다는 것을 알았던 예전에 비해 맞지 않고 글만 보고도 아프다는 사실을 알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시를 통해서 전쟁중에 광인처럼 굴던 사람도 시를 사랑하고 음악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보면 문자가 얼마나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바람의 화원을 썼던 이정명 님의 글은 담백하고 간결하다다. 하지만 그속에 많을 말들이 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책속에 빠져들게 한다. 가상의 글이란걸 알면서도 같이 느끼고 공감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전개해 나간다. 이 책안에서 말하듯이 문장속에 말이 있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시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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