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조정래는 태백산맥을 통해서 처음 만났다. 태백산맥 한권을 쥐면서 얼마나 기뻤던지..돈이 넉넉할때가 아니어서 두권사고 읽고 또 두권사고 읽다가 생일선물로 몇권을 더 얻었었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책이 나오는 것보다 나 읽는 속도가 빨랐고 기다렸다 읽지 못하는 나도 책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인내를 알으켜 주었다. 그렇게 기다리다 만난 책 태백산맥.. 을 다 읽고 한강을 읽었다. 한강을 읽고 또 아리랑까지 그렇게 작가 조정래를 모르면서 그의 책을 찾게 되었다. 아리랑을 읽으면서 순서가 바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리랑이 먼저 나오지.. 하면서..
그보다 먼저 나온 이야기들이 이 외면하는 벽이다. 외면하는 벽은 1977년에서 1979년까지 작가가 쓴 단편집 8작품을 현대의 책으로 바꿔 한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이 8편의 이야기 각자는 각각의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시대의 사람들의 삶을 너무나 공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 시대를 공감하고 있는 나 자신이 싫긴 하지만 그 시대를 그렇게 잘 그려낸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그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인정을 베풀기 보다는 살아가야 했던 것 같다. 그렇기에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에게는 악착같은 면으로 악귀같이 굴기도 했나보다. 가지지 못한 사람들 또한 악착같이 살아야 했다. 농촌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자기와 다른 삶을 받아들일 마음이 작았나 보다. 기지촌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잡종이라고 놀려대야 했고 바람나서 도망간 엄마가 있는 아이의 뒤에서 손가락질 하며 수군득대었으며 사상범을 잡아다 전혀 엉뚱한 감옥을 만들었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마을 전체를 속이는 일까지 서슴치 않고 해 나간다.
없는것에서 가진것이 우선순위가 되어서 다른 것들은 모두 외면하고 일단 가지기를 소망하는 것인지.. 사람으로서는 의아하게 생각하는 행동도 한다. 13평의 아파트에서 살며서 사람이 나이를 먹어 돌아가시게 되면 함께 장사지내 주는 것이 순서이건만 시체를 이고 살수 없다. 밑에 두고 살수 없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으로 울지도 못하게 하고 장사도 빨리 치르라고 이야기하는 어처구니 없는 헤프닝을 벌이기도 한다. 거기에 비하면 전기없는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고 텔레비젼이 처음 들어오게 되면서 텔레비젼이 마을 모두의 우선순위로 자리잡는 것은 웃음으로 넘길수도 있는 이야기인듯 하다.
작가 조정래의 이야기는 공감하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남게 한다.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정과 가지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기심이 공유하는 그래서 인간성이 멀어지는 이야기를 하려 하는 것 같다. 오히려 그때보다 지금이 인간성이 더 많게 느껴질 정도이다. 과도기에 사는 사람들은 나 먹고 살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어려움은 적당히 눈감고 사는 외면하는 삶을 사는 듯하다. 그렇다고 요즘에 그러한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조금 더 여유로우니 외면보다는 주위를 돌아보는 삶이 많은 세상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