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나가사키 - 2010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
에릭 파이 지음, 백선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4월

58살의 갈곳없는 중년의 여인이 어릴때 아름다운 추억을 가진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예전의 기억과 아울러 집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에 고단한 몸을 누인다. 물론 그집은 그 여인의 집이 아니다. 지금은 56살의 중년남자가 홀로 살고 있는 집이다. 그러니 엄염히 남의 집이다. 말도 할 수 없는 동거가 시작되었다. 여자만 알고 남자는 모르는 이상한 동거.. 한사람은 본인의 집을 지켜야하지만 한사람은 추억의 집에서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숨겨야 하는 동거.. 그러한 동거가 1년동안 계속된다.

 남자는 모를때는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살았지만 알고는 그집에서 더이상 살지 못한다. 혼자 살기를 좋아하고 동료들의 모임에도 잘 가지 않던 그에게 자신의 집에서 이상한 징후들이 나타난다. 커다랗고 귀중한 것이 없어지지 않고 자그마한 요구르트나 음료수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틀틀하거나 호탕한 남자였다면 그러한 것들이 없어져도 없어짐조차 느낄수 없지만 이 남잔 세심하다. 직업도 위성사진을 분석하는 것이다. 뭔가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이 습관인 이 남자.. 자신의 집에서 자그마한 이상한 조짐도 찾아낼 수 있다. 어느날 자신의 집에 캠코드를 설치하고 회사에서 관찰한다. 그곳에서 낯선 여인을 보게 된다.

 자신이 경찰에 신고를 하고 난뒤 또한 그 여자가 걸리지 않게 집으로 전화를 한다. 여자는 세심하게 자신의 흔적을 철저히 감추지만 1년이라는 시간의 지나면서 차츰 그 집에 대해 안심을 하게 된다. 주의가 약간 흐트러진 것이 요구르트를 한병 슬쩍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으로 추억의 집에서 내쳐지게 된다.

 이 책을 보면서 모르게는 아니지만 서로의 합의하에 집을 나눠서 사용해도 좋을 듯 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방 하나를 공유하는 이야기를 들을땐 왠지 거부감이 느껴졌었지만 이같은 경우는 방을 공유하는 것도 아니다. 낮에는 저녁형 인간이 살고 저녁엔 아침형 인간이 산다면 요즘같이 집값높을때에는 좋은 조건인것 같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들이 덩그러니 커다란 집을 혼자 차지하는 것도 어찌보면 낭비이기 때문이다.

 아주 얇고 간단한 내용으로 되어있지만 들어있는 내용은 결코 얇지도 간단하지도 않다. 사람이 살아가면 엄청난 외로움과 고독을 안고 살아간다. 가족들 친구들 이웃들이 옆에 있기도 하지만 사람은 언제나 혼자다. 어떠한 일에 대해 결정할때도 주위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결정은 본인 스스로가 내어야 한다. 그 결정에 따른 책임도 본인이 져야 하는 것이기에.. 그런점에서 이 책의 여자와 남자는 잘 말해준다. 여자는 1년동안 살아도 아무일 없었으니 조금씩 긴장을 놓아버린 댓가로 유치장 신세까지 져야 했고 남자는 자신의 깔끔한 성격으로 자신의 집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는 순간 신고를 했지만 그집에서 더이상 살수가 없게 되었다. 두명의 주인공은 자신이 결정한 결과로 인해 결코 이쁘지는 않지만 책임가지 지게 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