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둠에 갇힌 날
얀 코스틴 바그너 지음, 유혜자 옮김 / 들녘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들녘의 책은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 같다. 내용도 물론 색다를 뿐 아니라 색다른 시도를 통하여 소설의 새로움을 보여주는 듯 하다. 덕분에 편한 소설을 좋아하는 내게 많은 장르의 소설을 선물 인것 같다. 이번의 책도 그러한 들녘의 뜻에 어긋나지 않은 듯 하다.
처음 책을 보면 한 남자가 있다. 그 남자의 눈은 앞에 있는 것을 선명하게 볼 수 없다. 그저 흐릿한 윤곽만으로 사물을 판단할 뿐이다. 그 남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살고 있다. 도시가 아닌 섬이지만 호텔이라는 사람을 끄는 것이 존재해 가끔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도 하는 곳이다. 그러한 곳에 어떠한 사건이 일어난다. 그 사건은 자살인듯하면서도 이 눈먼 남자와 연결되어진 듯 한 묘한 사건이다.
같은 글들이 반복적으로 쓰여져 있다. 오타가 아닐까 잘못 인쇄되어진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하지만 끝과 연결해서 보면 어쩌면 같은 부분을 반복적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연결하는 것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어떠한 생각을 할때 이야기 연결이 되지 않다 싶을 때 그 부분을 지우고 다시 앞의 이야기를 한번 더 생각해서 연결하는 뭐 그런 류의 글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가끔은 현실과 생각자체가 혼동되어진다. 가상과 현실 사이의 세상에서 마구 섞이는 내머리는 어찌 감당해야 할지.. 주인공의 머리가 복잡하듯이 읽는 내머리도 복잡해졌다.
가상의 세계에선 장님에다 원하는 여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세상돌아가는 것에선 완전 발을 빼고 자연과 더불어 사랑하나로 살고 있다. 어찌보면 순진하고 순수할 수도 있어 보인다. 현실에선 딸도 있고 와이프도 있다. 일도 잘 이루어지고 있다. 간혹 사업이 곡선을 이룰때도 있지만 그럭저럭 잘 살아내고 있다. 와이프 몰래 필요한 것을 얻기도 한다. 약간은 삶을 즐기는 듯 하면서도 어느 한 부분으로는 삶을 한발 뒤에서 사는 듯 한 느낌이 든다. 가상과 현실을 왔다갔다 하다보니 아이를 데리러 가야할 현실을 잊어버린다. 덕분에 아이에게 사고가 일어나고 생각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기도 하다. 그렇게 주인공은 가상과 현실을 왔다갔다 하는 삶을 살고 있다. 글이 끝나갈 무렵엔 그 모두가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가상에선 물론 현실에서도 결코 세상의 중심이 되지 못하는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 하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가끔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한다. 내가 책임지지 못한 일이 생기거나 현실이 너무 가난해서 정신적으로라도 부유하고 싶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싶을때 나자신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간혹 그 순간만은 편할 때가 있다. 하지만 자기자신이 주체가 되지 않는 삶은 삶이 아닌 것 이다. 자신이 주체가 되고 좀더 삶에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