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김없이 남김없이
김태용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그동안 한국문학에 이런 소설은 없었다. 서사 아닌 서사의 시험, 언어 아닌 언어의 실험! 소설의 경계에서 끝없이 소멸되고 생성되는 언어를 통해 '글쓰기'를 말하다! - 책에 소개하기 위해서 두른 띠에 적혀진 글이다. 

이 말을 보면서 대체 어떤 책일까란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리도 어렵고 처음 접하는 책인지는 몰랐다.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진 것을 많다면 많을 수도 있고 적다면 적을 수도 있는 책을 봤으며 왠만한 소설류는 한번쯤은 다 봤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글이 바다를 이룬 것처럼 아니 강이 바다가 되기 위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다랗게 커다랗게 변화하듯이 이글도 이야기가 되기 위해서 꼬리를 꼬리를 물고 글자의 바다를 이루어낸다. 어찌보면 황당하지만 어찌보면 가장 밑바닥인 삶을 잘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잘 나지 않은 남자.. 아니 삶을 포기한 남자... 우리의 눈에 빈둥빈둥 놀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백수인 남자. 그 남자가 자살하고 싶었지만 자살이 되지 않았고 사람들과 인연도 끊고 방안에서 은둔적인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엔 그 은둔때문에 나올 수 밖에 없는.. 엄마라고 부르고 싶지 않은 여인의 죽음을 기다리지만 또한 엄마란 줄이 끄는 데로 또 그렇게 엄마를 찾아가는 남자.. 그 남자의 눈에 비친 세상은 한심하기도 하지만 철학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조금은 황당하기도 하고 처음 접해서 어렵기만 한 이글이 조금씩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리라.

삶을 주도해서 모든 생의 가운데에서 주관적으로 사는 삶이 있는 반면 그 변두리에서 행복하게 사는 삶도 있다. 그런 삶이 있다면 또한 그 삶의 전쟁에 뛰어들기를 포기하는 삶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포기한다고 해서 삶이 포기해질 수 있을까?.. 생을 마감하지 않고 삶속에서 뒤쳐져 살아가는 게 진정한 삶일까?..삶을 포기할때 그 삶속으로 빠져들지는 않는 것일까?..삶의 굴레에서 도망가고자 하는 삶을 끌어당기는 것은 아닐까?

덕분에 여러삶을 생각하게 되었고 삶을 생각하는 관점이 조금 더 넓어질 수 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고 조금은 천천히 읽혀지는 책이지만 색다른 이야기를 만난 것에 감사한다. 어렵다고 평상의 글과 조금 다르다고 쉽게 배척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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