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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임영태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아홉번째집 두번째 대문이라는 특이하면서도 새롭고 그러면서도 거창한 제목으로 사람들의 눈길과 손길을 잡는다. 그런데 정작 아홉번째집 두번째 대문은 이세상에 없는 와이프가 문패에 새긴 말일뿐이다. 결국엔 그 제목은 주인공도 뜻을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다만 모든 사람들이 유추를 할 뿐이다. 제목처럼 내용 자체 전체가 굉장히 시니컬하다.
41세의 중년에 막 갖들어온 남자. 남의 인생을 대신해주는 대필작가. 예전엔 자신을 무진장 사랑해 주는 아내가 있었다. 그 아내는 이 남자가 무슨일을 하든지 무조건 이해해주고 응원해준다. 자그마한 출판사를 연속해서 나올때도 잘했다라는 말만 해준다. 그렇게 착하고 사랑스런 아내가 어느순간 만만해 지고 그런만큼 소홀히 대하게 된다. 그러다 본인옆에서 떠나 다른세상으로 가고 만다. 보내고 난뒤 마냥 그리워하고 아내에게 못한 일들을 반성해 가면서 사는 남자다. 어찌 보면 과거를 끌어안고 사는 남자이기도 하다.
그렇게 특별하지도 않고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장 평범한 남자. 너무 이야기거리가 없어서 무심히 지나가는 남자. 게다가 본인의 삶에 자신감도 없고 활력도 없이 그냥 하루 하루를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남자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 이야기다.
이제 갖 41세가 된 남자. 요즘의 세상에서 마흔하나란 숫자는 그리 많지가 않다. 중년이라는 말을 쓰는데 중년에 끼지 못하는 나이다. 오히려 90세에서 100세를 살아가는 할아버지들을 볼땐 그저 청년의 나이일 뿐이다. 그런데 중년이라는 말을 쓰면서 거의 다 산듯한 냄새를 풍긴다. 50도 되지 않은 나이에 그렇게 세상을 한발자욱 뒤에서 방관자인듯한 보는 것이 이상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을 해 보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 옛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70년대의 중년의 나이를 그대로 자기에게 대입하는 것 같다. 그런것으로 보면 이 남자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졌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기에 직장에서도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현실과 대응하다가 튕겨져나오고 만다. 그리곤 현실을 비판하고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현실에 좌절한다. 그 좌절하는 방식이 사표를 쓰고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평범한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는 것도 신기할 뿐더러 그 책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니까 함께 공감하면서 함께 슬퍼하기도 한다. 너무나 우리네 삶이랑 닮아있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기도 한다. 이렇게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이 현실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거부하고 특별한 삶을 꿈꾸는 우리네를 한방 때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나 또한 일상의 현실에서 안주하지 못하고 다른 삶을 꿈꾸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