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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으로 만든 선인장
전경환 지음 / 도서출판 be(비)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납으로 선인장을 만들려면 굉장한 수고를 필요로 할 것 같다. 일단 정교하게 도안을 생각해서 그려야 하고 견본을 만들어야 할 것이며 그 납물들을 불에다 녹여서 견본에 부어서 굳혀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많은 수고와 손들이 필요해야만이 납으로 선인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 만큼 공이 들어가고 깊게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생이 아닐까란 생각을 먼저 해본다.
이 책은 납으로 선인장을 만들지는 않는다. 다만 사람이 살아가려면 필요하다면 필요한 생각들을 정리한 책인 것 같다. 본인들이 해야만 하는 생각들을 하지 않고 단순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 대신 생각해주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 복잡다고 하기 싫고 힘들다고 그냥 한쪽으로만 미뤄두기만 했던 생각들을 이 책에선 집어주는 것 같다. 그래서 약간은 무거울 수도 있다. 그래서 피할 수도 있는 생각들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번쯤 읽고 내가 생각할 것들을 대신 생각해 보면 인간적인 내면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하나하나의 말과 그림들이 너무나 선명하게 일러주는 듯 하다.
망각이란 그냥 단순하게 잊어버리기만 하는 것은 아닌가보다. 그 속에서 걸러 다음 삶을 살 수있도록 준비할 수 있게 도와 주는 통로인 샘이다. 그렇게 잊기도 하면서 새로움에 대한 것을 생각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또 다음 날을 준비하고 살아 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가끔은 망상의 세계에서 현실을 잊기도 하지만 그 망상의 세계에서 어렵고 힘든 삶을 이겨 낼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한다. 그렇게 이 책을 붙들고 그동안 생각지 않았던 것들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끔 사람이기에 삶을 정화하기 보다는 욕망에 따르기도 한다. 그것도 나만 그런 것이 아니기에 그렇게 불편하지도 않다. 우리가 사는 삶 자체가 모두 욕망을 쫓아 한 평생 파고 드는 불나방 같으니까 말이다. 불나방이 무작정 불에 뛰어들기도 하지만 정신을 잃기 전까진 불의 화려함과 따뜻함을 즐기기도 한다. 그래서 그 속에서 행복도 느끼는 것일 것이다. 우리 인간들도 같지 않을까... 뭐든 하고 싶다는 욕망만 간직한 체 무조건 내달리는 그 과정은 행복으로 충만할 것 이다. 결과에 따라 그 과정의 행복이 정당화 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무작정 앞만 보고 뛰는 삶을 살다가 가끔은 되돌아 보는 삶, 내가 보지 못하는 삶을 되새길 필요가 있을때 이 책이 필요하고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