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잃다
박영광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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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남자가 있다. 아주 성실하게 세상을 살아온 남자이다. 우연찮게라도 행운을 거머쥐어 보지 못한 남자였다. 남들 다 가진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둘이서 살아 왔다. 그렇지만 그는 아주 성실하게 잘 자랐다. 아주 우직하면서도 우둔한 그 남자. 한번도 세상의 주목을 끄는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항상 다른 사람 옆에서 성실하게 일만하는 남자.
그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곳에선 그 남자는 주인공이었다. 그렇지만 그 남자는 주인공역을 잘 하지 못했다. 항상 다른이들때문에 그들과 함께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다. 아주 중요한 자리에 말이다. 첫 아이 지운을 낳는 그자리에서도 자리를 지켜주지 못했고 아이의 재롱잔치에서도 있어주지 못했다. 벼르고 벼르고 간 놀이공원에서까지 함께 타지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딸 수진이의 재롱잔치에 가고 싶었지만 결국엔 그 자리도 가지 못했다. 그 남자는 형사였다. 것도 강력계 형사. 항상 살인이 옆에 벌어져서 언제나 비상인 그런 직업을 가진 남자였다. 그래서 가족의 중요한 모든 행사에 함께 하지를 못했다. 그렇다고 일을 잘 하여 tv에도 나오지 못했다.

그 남자가 딸의 재롱잔치날에 한 사건을 해결하러 갔다가 온몸이 난도질을 당해서 목숨을 끊었다. 그는 그대로 이별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느껴지지 않는 몸으로, 느낄수 없는 몸으로 본인이 살아 있을 때 해 주지 못했던 그 자리를 찾아 이별하러 다닌다. 본인이 없을 때 가족들이 느꼇을 감정들을 함께 이해하면서 서서이 이별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삶이란 그리 쉽게 이별할 수가 없는 것이다. 쉽게 이별하는 삶을 살았다면 아주 잘 살았던 삶이었을 것이다. 그는 후회가 많은 삶을 살았기에 쉽게 이별 할 수가 없었다. 자꾸만 뒤돌아지는 머리를 앞으로 돌리고 또 돌려야만 했다.

내 남편이 경찰이 아니기에 감사했다. 내 아이의 아버지가 그냥 평범한 직장인임을 감사했다. 아침에 웃으면서 나갔다가 웃으면서 돌아오는 그런 사람이기에 감사했다. 일상의 단조로운 삶이 가장 커다란 행복임을 알게 되었다. 하루에 아무일도 없이 심심할 정도로 흘러간 나날이 우리에겐 가장 평화로운 한때였음을 알게 되었다.

요즘엔 라디오에서나 tv뉴스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전혀 남의 말 같지가 않다. 아침에 웃으면서 나갔던 가족들이 웃으면서 저녁에 돌아 오는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 또 그들을 마냥 부러워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나 또한 이제 한 가정을 이루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삶을 책임져야 할 부모가 되었기에 더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는가 보다. 가족의 흐트러짐을 당한 사람들이 우리의 삶을 부러워 함을 알아 삶을 살아감에 하루를 감사히 여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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