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산악인 유정열의 한국 800 명산 탐방기
유정열 지음 / 관동산악연구회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에 산이 이렇게 많이 있는 줄 미처 몰랐다. 많다 많다 해도 이렇게 많을 수 있을까만은 것보다는 그 800의 산들을 찾아다닌 산악인이 있다는 것에 더 놀라울 따름이다.

우린 흔히 산이라면 크고 이름 있는 산만 찾는다. 그렇게 산을 찾는 사람들은 물론 산악인이 아니다. 그저 그렇게 봄가을만 되면 떠나는 나들이 행객이다. 나또한 한때는 그렇게 나그네 행객이었다. 지리산을 선두로 태백산 월악산 치악산 한라산 정상 바로 밑에까지. 거기다 덕유산 북한산 소백산 비슬산 화왕산 두타산 청옥산까지 맛을 봤으며 가야산 매화산 영치산 신불산 가지산 주왕산 등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갔다 하면 정상을 밟고 오는 것만이 진정 산을 오르는 줄 알았다. 그래서 산이 가지고 있는 어떤 이야기도 들을 귀를 막고 오로지 오르기만 했다. 아니 산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아예 생각지도 못했다. 그냥 산의 색이 고운것만 찾아서 떠났었다. 봄이면 울긋불긋 색을 입히는 철쭉을 보러 소백산으로 향했고 가을이면 화왕산이나 영남 알프스의 갈대를 찾아 갔었다. 그리고 겨울엔 태백산 치악산 이었지. 그리고 산을 길게 타고 싶으면 지리산으로 향했었다. 그렇게 눈만 즐겁게 하기 위해서 산으로 갔었지 이 책의 주인공처럼 마음을 보살피러 가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일 것이다. 이 책이 더 나에게 다가온 것은. 내가 못했던 산이 품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려산에 얽힌 이야기. 설인귀의 비석이 있는 산 등 우리네의 역사가 담겨있는 산도 있고 한이 담겨있는 산도 있다. 그리고 이도저도 없이 그냥 유정열님의 마음 다스리는 산도 있다. 내게도 그런 산이 있었는지 까막득하기만 하다. 팔각산을 오르면서더 그것이 어찌 팔각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지도 모르고 오로지 오르기만 했었다. 올라가지 않는 다리를 부여잡으면서. 최근에 내가 간 산에서도 이야기거리를 찾은 적이 있긴 있었다. 단석산에 있는 김유신이 내리쳐 갈랐다는 그 바위가 있는 산. 갔을땐 비문을 읽으면서도 그저 설마 했었는데 그것이 역사에도 나오는 바위일줄은 몰랐었다. 그렇게 산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데 과연 우린 얼마나 듣고 오게 될지 생각해 볼 뿐이다. 
 

이 책엔 산의 사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산이 가장 화려할 때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게다가 산에서 내려와서 즐길수 있는 맛집과 교통편 편의시설과 산에 따라 산행코스와 그 주위에 함께 볼 수 있는 곳도 소개되어 있다. 그저 어느날 우연찮게 이 책을 폈을 때 나오는 산을 무작정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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