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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 2009.9.10 - 통권 27
에세이스트사 편집부 엮음 / 에세이스트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이제 수필의 달인이 되어가는 것 같다. 예전엔 수필만 하면 경기를 앓듯이 싫어하였는데 에세이스트를 자주 대하는 순간 어느듯 나도 모르게 수필의 맛에 끌리어 간다. 그 맛이 단맛인지도 모른체 쓴맛만 알고는 무조건 도망갔었다. 이번에 나온 글들은 달다 못해 감칠맛 까지 난다. 수필이란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글감들이 소재가 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이 이쁘게 이야기가 되는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마 예전에 경기를 한것은 너무나 글자체가 꾸며져 있기에 거부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원래 꾸밈 자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앞선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글들은 너무나 꾸며져 있기에 우선적으로 거부감을 안았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 쓰는 글들은 그리 많이 꾸미지 않는다. 우리들이 쓰는 언어로 쓰여져 있기에 함께 박수치며 웃을 수 있고 감동을 얻을 수도 있는 것 같다. 또한 세상을 반영한 신종플루까지 나오는 것 보면서 역시 글쓰는 이들은 세상을 앞서나간다는 것을 새삼 느껴본다.
이야기 거리중에서 환경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한가지가 내 주위에서도 일어나는 이야기라 더 공감이 갔다. 그것은 각자의 집앞에 있는 우편함에 새의 둥지가 되었다는 글이다. 우리집 우편함에도 그랬었다. 어느날 울 친정아버지께서 우편함에 글을 하나 적어서 올려놓은 걸 봤다. 난 좀 무심하게 다니는 지라 그 글이 내 눈에 뜨이기 까진 우편함이 새의 둥지로 변한것을 알지 못했다. 그 글은 이랬다. " 우편함에 편지를 넣지 마시요" 말은 아주 간단했지만 왜 그렇게 적을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지 못하는 나는 그제서야 우편함을 눈여겨 보았고 그 우편함에 들어있지 않아야 할 것들.. 지푸라기, 아주작은 흙덩이, 깃털 같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요즘 새들은 살곳이 없어서 그런지 참으로 특이한 곳에 방을 구한다. 그래서 이야기를 보았을때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또 하나의 글은 남편은 아내에게 첫번째가 되는 것이 꿈이다라구 한 것도.. 아줌마인 나로서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주변의 엄마들이 남편보다 자식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러지 말지 하면서도 어느샌가 그들과 같아가는 나를 보기도 하니까.
이렇게 우리의 옆에 있는 분들이 우리를 모델로 적은듯한 따뜻한 글을 접할 수 있어서 무지 좋은 것 같다. 에세이스트는 날이 갈수록 수필이란 것에 대해 눈을 뜨게 하는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