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스트 2009.7.8 - 통권 26
에세이스트사 편집부 엮음 / 에세이스트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사골뼈를 사다가 물과 함께 커다란 무쇠솥에 넣고 장작불을 떼어 오래 오래 끓이고 나면 구수한 향이 나는 진한 국물이 만들어진다. 그 진국을 만들기 위해선 오래된 시간이 걸린다. 정성도 듬뿍 들어가야 한다. 그 진국에 파를 잘게 썰어 넣고 소금을 살짜기 넣어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모든 사람들이 만들어서 먹고 있다. 요즘엔 나이든 부부들 사이에서 그것을 만들면 겁이 난다고 한다. 곰국을 진하게 우려내어 한봉지씩 만들어서 냉동고에 넣어두고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는 거란다 마눌님들이. 그래서 영감님들은 무지 싫어한다지. 혼자 홀아비 신세 된다고..

그렇게 구수한 향기가 나는 책을 만났다. 에세이스트. 에세이들의 집합체. 에세이들의 천국.
예전 나이 어릴땐 건방진 마음으로 에세이들을 싫어했었다. 오히려 가짜들만 풍성한 소설만 무지 파고 들었었다. 에세이는 환경만 되면 다 쓸 수 있을거란 생각을 했었다. 낙엽을 태우는 냄새가 구수하다라고 표현되어 있는 장면을 봤을땐 낙엽태우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투덜거리기도 했었다. 낙엽을 모아서 불을 지피다 보면 불이 붙기에 무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동안 매운 연기가 올라와서 눈을 찔러 눈물을 찔끔 찔끔 흘리면서도 해야 하는 일이기에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낑낑거리면서 했었다. 그런데 그것을 냄새가 구수하다느니 하면서 표현해 낸 그 작가님을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게 현실을 조금 틀어서 가진자의 존재로 비춰졌다, 사춘기때의 시골에서 사는 소녀에게는.
그렇지만 그것이 글을 쓰는 요령이고 글을 쓰는 작가의 또 다른 관점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만큼 들어서야 알게 된 것이다. 그 모든 것이 나이가 들어서야 느낄수 있는 향기였고 연륜이었고 경험의 여유였던 것이다. 또한 글을 한자 한자 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도 알게 되었다. 그런 글 하나가 나오려면 부단한 노력이 가미되어야 한다는 것도 말이다.

이 에세이스트는 여러분의 글을 한 책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느 한분의 글이 약간 나랑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으면 또 다른 분의 글에선 함께 공감하면서 이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글이 있음 쉬운글이 있고, 생각을 하면서 읽어야 될 글이 있는가 하면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글도 함께 공존한다는 것이다. 보통 에세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한 작가의 글에서 넘어가지 못해서 그런경우가 많은데 여러분들의 글이 함께 있으니 걸리면 풀어주는 글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래되고 잘 쓰는 님들의 글도 있으면 신인의 글도 함께 한다는 것이고 또한 글을 쓰고자 하는 분들이 있음 길도 알려준다. 등단할 수 있는 길을 말이다. 문학을 전공한 학생이라면 여러님들의 글을 한 꺼번에 읽고 본인의 글과 비교도 해보고 미숙한 글을 적힌대로 보내면 되는 것이다.

여러님들......이 책에서 곰국의 진하고 구수한 향기를 느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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