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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소시지 - 27일 간의 달콤한 거짓말 ㅣ 풀빛 청소년 문학 6
우베 팀 지음, 김지선 옮김 / 풀빛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아주 재밌는 책 한 권을 봤다. 그냥 가볍기만 할 것이라는 선입관을 넘어뜨리고 진지한 사랑이야기가 담겨있음을 알려준..
음식이름이 제목에다 군홧발이 담겨있는 노란 색의 책 표지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 한권의 이야기를 다 담아놓은 것이다. 어찌 이리 잘 표현해서 표지에 다 담았는지 신기할 정도로...
이 이야긴 카레소시지란 음식의 발자취를 찾는 과정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다.
어려서 카레소시지를 맛있게 먹은 그 노점의 주인 아주머니가 카레소시지를 처음으로 만든 분이란걸 알게 되어 그분을 수소문해서 찾아간다. 그 아주머니는 어느덧 양로원에서 눈멀면서도 아주 건사한 쉐타를 뜨는 그런 할머니로 변해있었다. 그 분에게서 카레소시지의 탄생과정을 듣게된다. 그 과정에서 카레소시지랑은 별개인 듯하면서도 은근하게 관련있는 아주머니의 얽힌 사랑이야기를 듣게 된다. 레나 브뤼커 아주머니의 행복했던 시절의 한토막 이야기를..
세계2차 대전이 막바지인 독일에서 해군이었던 브래머가 군으로 차출된다. 그가 군대로 찾아 들어가는 하루전 레나 브뤼커란 나이 많은 아줌마를 만난다. 비를 피해 공습을 피해 레나를 따라간다. 그리고 다음날 그는 군대로 가지 않고 레나의 집에 그냥 눌러 앉아버린다. 탈영병이 되는 것이다. 레나는 40세가 넘었고 브래머는 24살의 돌지난 아이가 있는 아버지였다.
아마 브래머는 전쟁에 가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인지라 돌지난 아이랑 영원히 헤어지기 싫었을 것이다. 그래서 레나의 집에 안착을 해 버린 것이리라. 레나가 나이가 많거나 상관없이 의지할 수 있는 여인이었으니까..
레나는 아들을 군에 보내고 딸도 간호보조사로 전쟁중인 나라에 떠나 보내고 혼자 지내고 있던 터이다. 신랑은 한량이라 벌써 집을 떠난지 오래였다. 그렇지만 이 남자 저남자 품으로 함부로 뛰어들지 않는 자존심을 지키는 여인이었다. 당원에 가입되지 않고 주위사람들을 의심하지도 않는 그냥 시니컬한 여인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담담하게 신랑이 떠난걸 받아들이기도 하면서도 신랑이 언제와서 본인들 물건을 찾을까봐 잘 정돈해두기도 해 두는 여인이기도 하다. 그 이유도 본인이 와서 물건을 찾을 때 이런 저런 변명을 하기 싫어서라는 이유에서이다. 그런 여인이 젊은 남자인 브레머에게 빠져버린다. 브레머란 남자랑 헤어지면 자신에게 다가올 남자는 본인의 나이에 맞는 5~60대의 남자일 뿐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또한 브레머가 레나에게 잊혀진 젊음을 다시 기억나게 해 주기에 그 사람과 그 암울한 시기를 함께 견뎌낸다.
그러다가 전쟁이 끝났음을..독일이 영국군에게 항복해서 본인들이 살고 있는 함부르크가 전쟁없이 무혈 항복했음을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처음엔 그냥 장난으로 숨겼던 이야기가 나중엔 브래머가 그냥 떠나버릴까봐 끝까지 숨기게 된다.
하루 이틀 숨기다가 거짓말을 낳게 되고 그 거짓말의 나날에서 몸싸움도 하게 된다.
아주머니의 젊음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이야기하면 떠나버릴 사랑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고 싶어서일것이다. 자기를 버리고 간 신랑에 대한 미움보다는 다시 찾아온 사랑을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이들의 수근거림도 넘겨버릴 수 있을 정도의 사랑인데 그 사랑을 움켜쥐고자 하는 마음을 어찌 뭐라고 하랴. 그 사랑을 놓치면 할머니가 되어버릴 것 같은 마지막 사랑일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