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혁명가라면 우리네 6.25전쟁 이야기를 듣고 자라서 그런지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자라면서 변화는 했지만 그래도 무섭다는 생각이 저 밑에 남아서 지워지지 않네요. 그런데 체 게바라는 쿠바의 이름 있는 혁명 대장입니다. 저 같이 혁명이나 정치를 도외시 하는 사람에게도 들릴정도로 유명합니다. 그 분은 혁명가입니다. 혁명을 앞에서 이끈 지도자이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혁명이란 무서움 앞에 따뜻한 인정미로 더 알려진 분입니다. 전 그분의 일기를 읽지는 못했지만 따뜻한 인간미를 가진 분이라는 건 귀동냥으로 들었습니다. 그 따뜻함을 확인 할 수 있었던 책이 바로 이 녹색노트 입니다. 이 녹색노트에는 69편의 시가 적혀져 있습니다. 물론 체 게바라의 본인의 시는 아닙니다. 본인이 읽고 듣고자 하는 네명의 시인의 시를 필사해 놓은 것이지요. 총알이 날라다니는 현장에서 시를 읽고 싶었나 봅니다. 얼마나 책을 좋아하고 시를 좋아하셨으면 그 싸움속에서 시를 필사해 다니시는지 놀랍고도 놀라울 따름입니다. 표지에도 담배하나를 물고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결코 혁명을 하느라 집이 아닌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얼굴이 아닙니다. 꼭 아주 평온한 집에서 잠시 해바라기를 하는 사람으로 보일 뿐 입니다. 하지만 이분은 혁명과 함께 평생을 살아오신 분입니다. 그런데도 표정하나만은 무지 맑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대접받는가 봅니다. 체 게바라님이 시를 필사하신 녹색노트 속의 시인들은 20세기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받는 파블로 네루다, 안데스이 시인 세사르 바예호, 쿠바 국민시인 니콜라스 기옌, 스페인 27세대 시인 레온 펠리뻬 입니다. 우리랑은 너무나 동떨어진 사람이라 귀에 익숙한 분들은 아니지만 그 당시 바예호님은 아니지만 나머지 세분들은 체 게바라님이 사망한 후에도 살아서 추모시를 쓰신 분들입니다. 그분들은 녹색노트에 그분들의 시가 필사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알면 더 한 기쁨을 느끼셨겠지요. 체 게바라님은 콩고를 비롯한 아프리카에서 활동한 시기 그리고 쿠바에서 활동한 시기, 마지막으로 볼리비아 시기에 아마 이 시들이 필사되었다고 추측합니다. 어디 어느곳에서 시를 필사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시기에 체 게바라님의 생각과 신념을 엿보고 싶어 후세의 사람들은 파고 또 파봅니다. 그래서 그 분을 좀 더 알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부록으로 체 게바라님의 삶이 조금 담겨 있습니다. 젊은 시절의 모습. 총재 시절 노동자와 함께 했던 모습. 마지막 가는 길도 보여줍니다. 사진으로. 그 당시 정부군은 참으로 못 됬다는 생각을 주는 사진이기도 합니다.(물론 저만 느낀 것일 수도 있겠지요..) 죽은 사람을 다시 확인하고 손을 잘라서 지문 채취를 하고 끔찍할 뿐입니다. 그렇게 그 분은 갔습니다. 혁명이란 무엇인지를 알으켜 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