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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의 판도라 ㅣ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4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지음, 정창 옮김 / 들녘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콩고의 판도라는 작가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책이 한권 쓰여지는 지를 자세히 알려준다.
이 작가는 아주 기초작가에서 시작한다. 어떤 한 사람이 누군가의 글을 쓰고 있는데 너무나 많은 글을 쓰기에 조그만 고료를 받고 글을 써 달라는 권유를 받는다. 그냥 작지만 글을 쓰고싶어하는 소작가이기에 그 고료를 받고 글을 쓴다. 스토리가 주어지면 그대로만 쓰면 되는데 요즘 말로하면 구성작가가 있고 스토리작가가 있는 것이랑 닮았다. 그래서 열심히 글을 적다가 자기에게 구성을 준 작가의 죽음을 맞이한다. 그 죽음을 따라가다 보니 그 사람들은 작가를 사기치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첨 돈을 대면서 이름을 쥔 한사람과 그 사이에 구성을 만드는 세명이 있고 마지막에 이 작가가 있는 것이다. 본인이 적은 책이 의외로 잘 읽혀지고 있음을 알기에 억울함을 호소하다 변호사 노튼을 만나게 된다. 그 노튼을 통하여 마커스 가비를 만나는데 이 마커스가 콩고의 판도라를 만들어간 사람이다.
표지에 하얗고 길쭉한 사람의 뒷모습을 닮은 듯한 것이 있는데 언뜻 보면 사람의 뒷모습같고 언뜻보면 옥수수 같기도 하다. 근데 저 사람이 아마 책에서 나오는 지하세계 사람인 텍튼족을 표현한 건가 보다.
이 책은 읽으면 읽어 갈수록 흥미롭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상의 이야기가 재밌고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쓰고 있는 토미 톰슨은 어리석어 보이지만 작가로서 첫 발걸음을 잘 딛고 있어 보이고 노튼이란 변호사는 자기가 변호를 맡은 사람을 끝까지 살리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며 마커스 가비는 한편으론 똑똑하지만 한편으론 어리숙한 전형적인 다른 사람들 밑에 속한 사람으로 나온다. 이 사람이 죽였다는 크레이브 형제인 윌리엄과 리처드는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자로 굴림하는 전형적인 못난 사람으로 나온다. 이들이 약자에게 얼마나나쁜 행동을 많이 했는지..사람으로서는 하지 못할 일을 버젓이 시키고 그 나쁜일을 아주 당연히 행한 사람이 마커스 가비이다. 자기를 시킨 사람이 나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쁘다고 말하고 그 일을 행하지 않을 위인은 못된다. 그러면서 가끔씩 본인도 모르게 반항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사랑에 빠진다. 것도 전혀 다른 종족이랑.. 더군다나 주인의 여자를 탐하게 되는 것이다. 둘이 함께 도망가서 살 생각은 하지 못하고 오로지 주인 밑에서 복종하면서 살 뿐이다. 가끔 이해 못할 행동을 하는 주인공 마커스 가비를 통해서 콩고를 들여다 본다. 가비와 함께 콩고를 느끼고 콩고에서 살아간다..이상한 나라 콩고를.. 밀림의 오지에서 말이다.
사람이란 나쁜 행동도 자주 하다 보면 그것이 나쁜지 모르게 만성화 되어 버리는 것 같다. 그래서 악만 행하는 사람이 나오나 보다. 우리나라도 폭군이 왕으로 있을 땐 아무도 잘못되었 다고 말하는 충신이 없다. 그렇지만 왕이 성군일땐 오히려 참견하는 신하가 아주 많다. 그것이 사람이 길들여지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작가도 마커스와 동일한 입장에 놓이면서 동일한 생각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이 비단 작가뿐 아니라 사람이라면 환경에 따라 죄와 선의 가치관이 달라지는 기형적인 일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이 항상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