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을 닮은 유머러스한 이야긴 줄 알았다. 그런데 말 그대로 디자인 이야기다. 한때는 디자인하는 사람을 무지 부러워 한 적이 있었다. 뭔가를 만들고 표현해 낸다는 것은 그러지 못한 이들로 부터 무한한 부러움의 대상이다. 아주 이쁜 것을 척척 그려내고 표현해 내는 그들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근데 작가님은 그 어려운 디자인을 글로써 적어내는 데 너무 자연스럽게 풀어내신다. 경상도 사람이라 경상도 이야기 할때 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들려오고, 성당에 다니니 "내 탓이오" 로고가 참 친숙했다. 맞다. 그걸 붙이기도 하고 가지고 다니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아무도 안하더라. 하지만 그것이 서서히 사라질 때 왜 사라졌는지를 생각해 보지를 못했다. 그냥 그게 어느 시대에 맞춰서 붙인거라서 그 기간이 끝났나 보다 라고만 생각했을 뿐이다. 그걸 그냥 디자인에 관계한 님께서 이유를 알고 싶어 하셨다니 왠지 부끄러운 느낌도 든다. 또 검찰에서의 친절한 검찰상을 그린 명함을 만드는 과정을 적은 글은 정말 재밌기도 했다. 평상시의 사람이라면 괜히 검찰이나 경찰이라면 아무 잘못도 없어도 주눅이 들것이다. 특히나 검찰은 그나마 먼 곳에 있는 사람이라 조금 덜하긴 한데 경찰은 왠지 가까이 하기도 싫은 사람중에 하나다. 그 검찰청에서 괜히 주눅이 든 작가님을 보면서 좀더 당당해지지..우리가 부러워하는 디자인 하는 사람이.. 것도 예술하는 사람이 좀더 당당해지길 바랬다. 괜히 우리가 못하는 디자인 하는 사람이니 주눅들지 말았음 하는 심리적인 작용이었을 것이다. 책을 하나 하나 읽으면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게 되는 것 같다. 평상시엔 무심히 지나치는 지하철 노선도. 하긴 여긴 촌이라 자주 보기도 어렵고 공기탁한 지하철에서 노선도 쳐다보고 있기도 힘들다. 그 지하철 노선도가 달팽이가 되고 코끼리가 되고 곰이 되는 건 또 하나의 발견이 아닌가 싶다. 그 곳에서까지 세심하게 디자인한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나중에 서울 가게 되면 함 찾아 봐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여러가지고 글을 재밌게 쓰면서 모든 생활에 디자인이 들어가 잇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신기할 정도로 그리 쉽게 생각되지도 않는다. 왜 그리 디자인이면 어렵게 여겨졌는지. 하긴 작가님이 지리나 길 찾기에 잘하면 디자인도 잘한다 했는데 그것을 못하기 때문에 디자인도 함께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해본다. 살짜기........ 역시 디자인하신 분이라 그런지 자료 수집차원에서 유명한 분들이 만든 물건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른바 명품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명품의 가치를 알고 가지고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근데 그것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 인것 같다. 나는 알지도 못하고 봐도 볼수가 없으니 그렇게 애닳아 하지도 않고 머리에 자리 잡지도 못한다. 나같이 이렇게 무뇌인 사람들은 좋은 것을 만드는 사람에겐 참 힘든 사람일거란 생각이 든다. 디자인을 하더라도 명품을 만들더라도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신이 날 텐데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나오는 저자의 선배를 이해할 것 같다. 좋은 것을 애써 구입했는데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얼마나 열이 받겠는가?..한마디로 찐맛이 없다라는 표현을 쓴다..경상도에선.. 좋은 것을 만들고 그것을 알아봐 주는 사람만 만나면 한 평생 잘 살았다라는 말을 할 수 있겠다. 디자인.........어렵고 어렵게만 여겨 가까이 가기 어려워 했는데 이렇게 재밌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게 해준 작가님께 감사함을 느낀다..다음에 디자인에 관한 책을 접한다면 무조건 거부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