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에 달 뜨면
백동호 지음 / 밝은세상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마루타 이야긴 예전에 들어보았다. 한때 강력한 이슈가 되었었다. 그런데 만주에 있는 주력부태인 731부대의 이야기만 들었을 뿐 소록도에서까지 생체실험을 했던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아무 그동안 귀막고 눈막고 있었나 보다. 한센병 자체만으로도 무거운 병이건만 그들에게까지 세균성 주사를 놓았다니.. 사람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하긴 이건 예전에 벌어진 상황이긴 하지만 현대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잔인하다. 얼마전 소록도와 육지를 잇는 다리가 생겼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소록도에 살던 사람들은 얼마나 육지로 나가고 싶어했을지는 보지 않아도 그려지는 현상이다. 그렇지만 그들을 맘놓고 그 다리로 육지에 나오지 못하게 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았던 것 같다. 이렇게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앞에서 한없이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가 보다. 한센병이 전염되지 않는 병이라는 걸 수녀님 신부님 그리고 봉사자들이 들어가서 충분히 보여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꺼려 하고 있다.

한센병..옛말 나병.. 예전 어릴때 나병이야기를 참으로 많이도 들었었다. 촌에서 자랐으니 당연 논이 있었는데 어른들은 보리가 자랄 즈음엔 논에 가지말라고 한다. 왜냐면 아직도 문둥이 들이 그곳에 있고 어린 아이들을 잡아 먹는단다..라는 이야기. 그곳에 누가 갔더니 어린아이 옷이 찢겨져 있더라는 이야기.. 게다가 하필이면 그곳에 농수를 관리하는 단순한 네모집인 시멘트집이 있었고 그곳에 가끔 거지가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다 보리밭 필때쯤엔 봄바람이 살랑할때라 한창 손이 필요한 농촌집엔 아이들 손이라도 필요할 때이다. 그러니 어른들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아이들을 밤 늦게까지 밖에서 놀지 못하게 하려는 이야기라는건 나중에 고등학생 정도 큰 아이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나병이야긴 촌이라면 어디서든 쉽게 들을수 있던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보다는 사람몸이 썩어 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니 그런 이야길 듣고 가지 않으려 했던 것이리라.

이 책에선 그 나환자들이 주인공이다, 오대산 타잔이라 불리는 한상혁..이란 사람이 풀어놓은 가슴아픈 이야기. 아득하게 멀리 깊숙이 숨겨져 있던 이야기를 감옥에서 밖에 풀어놓을 수 없는 사정이 아이러니 하긴 하지만 말이다. 거기다 나환자들도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잔학상이야 알려지지 않았어도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거기에서 소외받은 나환자들의 이야기는 더 아플 수 밖에 없는 것이리라.
안그래도 천시 받고 또 받는 그들인데.. 그들도 사람의 사람이기에 환우들간의 정, 남녀간의 사랑도 존재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텐데...그것조차도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다. 이 이상혁의 소록도를 탈출해서 산에서 살았다. 그것조차도 사람들은 인정을 하지 못했고 괜히 자신보다 힘이 없는 약자앞에서 군림하다 일이 거꾸로 되었다. 그래서 감옥에 들어왔고 그곳에서 이상혁의 입을 통해서 소록도의 참상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그곳에서 일제의 생체실험과 고문했던 사람들보다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실미도를 썼던 작가가 또 한번 숨겨진 이야기를 고발한 책이다. 사람들의 이기성과 그 잔인성의 극에 대해서 말이다. 사람들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보리밭에 달이 뜨면 그들에게도 밝음이 전해지긴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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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은 2009-06-28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뷰 잘 보고 갑니다.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지 못한 그들에게 진실을 알림으로써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