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신진혜 지음 / 창해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남자의 세상에 태어나서 여자로 처음으로 여왕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요.
왕자를 기다리는 왕궁에서 공주의 몸으로 태어나 너무나 미미한 존재로 탄생했네요. 태어난 존재조차 희미해져 평범하게 자라난 선덕여왕의 어린 시절. 덕분에 정신과 몸은 자유로웠나 봅니다. 맘껏 자연을 만끽했으니 말입니다. 그 덕분에 자연을 보는 안목이 생겼고 모란꽃의 향기 없음을 그림으로만 보고도 알 수 있었던 거지요. 그렇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신 분이 사랑또한 자유로운 분과 했지요. 다만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리고 받아들인 시간이 짧았을 뿐. 그 사랑을 평생토록 속으로만 삭혔을 뿐이지요. 한나라의 여왕이 되려면 사랑도 선택한 사랑보다는 선택해준 사람이랑 결혼을 해야 했지요. 밝고 자유로운 정신에서 정치의 물과 함께 보내려면 얼마나 냉정해져야 할지는 안 봐도 보여집니다. 나라를 책임져야 하는 어깨에 드리워진 책임감만해도 점점 힘들어지지요.

여자로서 아무리 잘해도 남자들의 세상에서 헤져나가기가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당나라에서 여자라고 왕임을 인정하지도 않고 비꼬아 될 때도 얼마나 가슴 아팠을지.. 읽는 나도 함께 가슴 아팠습니다. 그것을 내색치 않고 통큰 왕으로써 표현할 때 속으로 타들어가는 시커먼 것이 다 보일 정도였네요. 더군다나 사랑하는 비형량을 본인의 사랑때문에 죽었다고 한탄할때도..너무나 가슴아팠지요. 본인의 굴레때문에 사랑하는 이들을 다 떠나 보낼 수 밖에 없음이 또한 안타까웠지요. 더군다나 예지를 할 수 있는 꿈을 얻기 위해 몸이 그토록이나 심하게 아파하는 모습은 여리디 여린 여인이건만 굳건하게 잘 지켜내는 모습이 대견했답니다.

이렇게 선덕여왕에 대해 상세히 글을 써준 분이 25살의 역사학도라니.. 것도 미국에서 태어난 어린 학생이라는 점에서 놀랍고도 놀라울 따름입니다. 역사에서도 몇 줄 안 적혀있는 선덕여왕에 대해서 이렇게 사랑과 일생에 대해 쓸 수 있는 것에 대해 한 번 더 감탄합니다. 더군다나 이 책 한권을 쓰기 위해서 5년 동안 5번이나 처음부터 끝까지 쓰고 또 쓴 것도 대단할 뿐이지요. 끝까지 본인의 마음에 흡족 할 수 있도록 고쳐 쓴 저력이 우리에게 이렇게 선덕여왕을 제대로 알리려고 그랬나 봅니다. 그 네번째이 결말보다 지금의 결말을 택해 준 것에 또 한 번 공감을 느낍니다.

그래요. 죽음으로 끝을 내는 것보단 시작이 훨씬 좋은 결말인 것 같습니다. 왜냐면 삼국통일의 염원은 선덕여왕께서 죽음으로 결론이 나는 건 아니니 말입니다. 그것이 초석이 되어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난 뒤 삼국은 통일이 되니까요. 그 염원의 결말이 아주 뒤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여왕의 죽음이 결말이기 보다는 초석을 다지는 시작이 훨씬 가슴에 다가옵니다. 작가님의 선택으로 말미암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을 충분히 듣게 되었네요.

작가님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뇌리에서 잊혀졌던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에 대해서 이렇게 알게 되어 감사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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