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사람은 모두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며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란 얘기.
강물의 얘기를 듣고 깨달음에 이른 싯다르타나 아비의 말을 어기고 속된 길로 떠난 어린 싯다르타가 다르지 않은 것처럼 모든 인간은 그 자체로 불성을 지닌 존재란 것.
중생 모두를 부처라고 생각한 원효의 그것도 이와 통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나중에 읽어 보기로..
선과 악이란 틀로 세상을 보고 있기에 우리 눈엔 세상이 선과 악으로 가득 찬 것으로 보인단 말,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온전히 이해하긴 어려운 얘기지.

내가 깨달은 최고의 생각이란이런 거야. <모든 진리는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진리이다!>좀더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렇네. <진리란 오직일면적일 때에만 말로 나타낼 수 있으며, 말이라는 겉껍질로 덮어씌울 수가 있다.> 생각으로써 생각될 수 있고 말로써 말해질 수 있는 것, 그런 것은 모두 다 일면적이지. 모두 다 일면적이며, 모두 다 반쪽에 불과하며, 모두 다 전체성이나 완전성, 단일성이 결여되어 있지.
「잘 들어봐, 이보게, 잘 들어보라고! 나도 죄인이고 자네도 죄인이야. 그러나 그 죄인이 언젠가는 다시 브라흐마(바라문교의 창조신―옮긴이)가 될 것이고, 그 죄인이 언젠가는 열반에 이르게 될 것이고, 부처가 될 거야. 그런데이걸 알아두게. 이 <언젠가>라는 것은 착각이고 다만 비유에 불과한 것임을 말이야! 그 죄인은 불성(佛性)으로 나아가고 있는 도중에 있는 것이 아니야.
자네는 그 죄인의 내면에깃들여 있는, 자네의 내면에 깃들여 있는, 아니 모든 중생개개인의 내면에 깃들여 있는, 바로 그 생성되고 있는 부처를, 바로 그 부처가 될 가능성을 지닌 부처를, 바로 그숨어 있는 부처를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되네. 고빈다,이세계는 불완전한 것도 아니며, 완성을 향하여 서서히 나아가는 도중에 있는 것도 아니네. 그럼, 아니고말고, 이 세계는 매순간순간 완성된 상태에 있으며, 온갖 죄업은 이미그 자체 내에 자비(慈悲)를 지니고 있으며, 작은 어린애들은 모두 자기 내면에 이미 백발의 노인을 지니고 있으며, 젖먹이도 모두 자기 내면에 죽음을 지니고 있으며, 죽어가는사람도 모두 자기 내면에 영원한 생명을 지니고 있지.
따라서 나에게는 존재하고 있는 것은 선하게 보이며, 나에게는 죽음이나 삶이 다 같게 보이며, 죄악이나 신성함이 똑같이, 지혜로움이나 어리석음이 똑같이보여. 세상만사의 이치가 틀림없이 그러하며, 세상만사는오로지 나의 동의, 오로지 나의 흔쾌한 응낙, 그리고 나의선선한 양해만을 필요로 할 뿐이네. 이것은 나에게는 좋은일이지. 나를 후원해 줄 뿐, 나에게 결코 해를 입힐 수는없으니 말이야.
이 세상을 이제 더 이상 내가 소망하는 그 어떤 세상, 내가 상상하고 있는 그 어떤 세상, 내가 머릿속으로생각해 낸 일종의 완벽한 상태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이세상을 있는 그대로 놔둔 채 그 세상 자체를 사랑하기 위하여 그리고 기꺼이 그 세상의 일원이 되기 위하여, 내가죄악을 매우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내가 관능적 쾌락, 재물에 대한 욕심, 허영심을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그리고 가장 수치스러운 절망 상태도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그 사물들이 가상이든 아니든 그것은 별 문제가 안 돼. 만약 그 사물들이 가상이라면, 그렇다면 나 역시 사실 가상적 존재인 셈이지.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그 사물들은 언제나 변함없이 나와 똑같은 종류인셈이지. 그 사물들이 나와 동류의 존재라는 사실, 바로 이러한 사실 때문에 나는 그 사물들을 그토록 사랑스럽게 여기는 것이고 그토록 숭배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기는 거야. 그 사물들이 나와 동류라는 사실 때문에 나는 그것들을 사랑할 수 있어.
그러나 나에게는,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것, 이 세상을 업신여기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이세상과 나와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탄하는 마음과 외경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것, 오직 이것만이 중요할 뿐이야
그러자 고빈다는, 가면의 이러한 미소, 흘러가는 그 온갖 형상들을 내려다보며 던지는 이 단일성의 미소, 수천의 태어남과 죽음을 내려다보며 던지는 이 동시성의 미소, 싯다르타의 이미소야말로 자신이 수백 번이나 외경심을 품고 우러러보았던 바로 그 부처 고타마의 미소와 하나도 다르지 않고 영락없이 똑같은 미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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