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노인이 입술을 떼었다. 통역자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않으며, 놀라운 집중력으로 오직 카메라만을 응시한 채 대답했다.
좋아. 내가 이야기해줄게.
카메라 렌즈를 꿰뚫고, 그 뒤에 서 있었을 인선의 눈까지 관통해 날아온 그 눈의 빛이 내 눈을 찔렀다. 오랜 시간 그 만남을 기다려온 사람의 대답이라고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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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거장을 향해 나아가며 생각한다. 바람이 멎은 것같이 이 눈도갑자기 멈춰주지 않을까. 그러나 눈의 밀도는 오히려 점점 높아지고 있다. 회백색 허공에서 한계 없이 눈송이들이 생겨나고 있는것 같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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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듬지가 잘린 단면마다 소금 결정 같은 눈송이들이 내려앉은검은 나무들과 그 뒤로 엎드린 봉분들 사이를 나는 걸었다. 
문득 발을 멈춘 것은 어느 순간부터 운동화 아래로 자작자작 물이 밟혔기 때문이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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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책을 읽노라면 편하기도 하고, 몸이 소리 내는 법을 자연스럽게 깨친다는 장점도 있다. 자기목소리 고유의 색을 찾고 소리에 공명을 싣고 싶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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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르가 그에게 말하였다. "임금님,
저에게는 임금님이 하느님의 천사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임금님의 영광에 대한 두려움으로 저의 마음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임금님은 놀라우신 분이십니다. 임금님, 또한 임금님의 얼굴은 인자하심으로 충만합니다." 에스테르는 이렇게 말하다가 실신하여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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