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책에서 우리가 진실하고 절실한 감정을 부정할 때, 그것이 몸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도덕과 종교마저도 우리에게 감정을 부정하라고 요구한다. 나는 한때 심리요법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직접 심리요법을 실시하기도 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에 학대를 당한 사람들은 자신의 진실한 감정을 강력하게 억압하여분리하고 난 이후에야 비로소, ‘네 번째 계명‘에 따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 부모를 존경하거나 사랑하지 못한다. 무의식적으로 늘 부모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무리 원해도 부모와 경직되지 않은, 신뢰 넘치는 관계를 쌓을수가 없다. - P9
어린 시절이 그 이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게 된 이후로, 나는 유난히 관심이 가는 작가들의 일기와 편지들을 많이 읽었다. 그때마다 그들의 발언 속에서 항상 작품과 어린 시절에 시작된 그들의동경과 고통을 이해하는 열쇠를 찾아냈다. 그들의 의식과 감정은 어린 시절의 비극과는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그들이 쓴 작품 속에서나는 이 비극을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도스토예프스키, 니체, 랭보가 그랬다. 그리고 이는 다른 독자들도 나와 같이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P32
비범한 재능의 소유자들이었던 그들은 삶에서 ‘도덕의 방해‘ 때문에 현실, 곧 ‘몸의 진실‘을 깨닫지 못했다. 쉴러는자유를 위해 싸웠고, 랭보나 미시마유키오는 겉으로 보기에 일체의도덕적 금기사항을 깨부쉈으며, 조이스는 시대의 문학적 미학적 규범을 전복했다. 또한 프루스트는 부르주아의 삶을 벗어나지 못한 자기 어머니에게서 받은 고통을 통찰하지는 못했어도, 부르주아의 삶을 꿰뚫어보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부모를 위해 희생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 P34
우리는 우리 자녀를, 아브라함이 이삭을 하느님의 제단 위에 바치듯이, 제물로 바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리고 그 이후의 전 교육과정 동안 과제를 준다. 곧 우리를 사랑하고 존경하며 존중하고, 우리를 위해 출세하여 명예욕을 채워달라는, 요컨대 우리에게 베풀지 않았던 모든 것을 바치라는 과제를 안긴다. - P36
받지 못했으면서도 아이가 부모에게 그런 사랑을 주려고 노력하는이유는,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부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제껏 실망했으면서도 늘 부모에게서 무슨 좋은 것을받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어서다. 이런 노력을 중단하지 않으면, 성인에게도 재앙이 닥칠 수 있다. 결국 그 노력의 결과는 허상, 강제, 겉치레,자기기만이 될 것이다. - P37
어머니는 감정과 사실을 혼동했다. 나의 설명을 통해 비난받았다고 느끼면, 어머니는 내가 자기를 공격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그건확고부동한 사실이 되었다. 내 행동이 아니라 다른 원인 때문에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이해하려면 어머니에게 성찰력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가 어떤 일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어머니는 늘 자기가 옳다고 느꼈다. 그것이 어린 시절에 내가 경험한 ‘전체주의 체제‘였다. - P31
파렴치한 독재자는 과거에 매를 맞으면서 자란 아이의 마음속에억압되어 있는 불안을 동원한다. 이 아이들이 아버지를 고발한다는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렇게고통을 받았으면서도 아이들은 아버지에게 충성을 다한다. 모든 독재자는 사람들이 갖가지 실마리를 붙들고 매달리는 이러한 아버지를 상징한다. 사람들은 이렇게 맹목적으로 매달리면, 언젠가는 그아버지를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사람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희망을 품고 있다. - P95
이제 우리 스스로 ‘네 번째 계명‘에서벗어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나를 가혹하게 대했다고 나이든 부모에게 앙갚음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내 말은 이러한 삶의 전형에서 우리 자신과 아이들을 해방시키기 위해서는 부모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과거에 부모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부모가 어린 아이인 우리를 어떻게 대했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마음속에서 파괴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내면화된 부모와 헤어져야 한다. 그래야 삶을 긍정하고 자신을 존중할 수 있다. - P23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받은 심리요법이 효과가 있었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수십 년에 걸쳐 정신분석이나 심리요법을 받았으면서도 여전히 증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에 대해 나는 오래전부터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긍정적인 치료 효과를 거둔 모든 경우를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분명히 확인했다. 자기가 겪은 과거를 캐내부모가 저지른 행동에 대한 분노를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게 해준동반자를 만났을 때, 사람들은 학대받던 아이의 파괴적인 애착에서벗어날 수 있었다. 그들은 어른으로서 자신의 삶을 더 자유롭게 꾸려나갈 수 있었고, 부모를 미워할 필요가 없었다. - P101
그러나 우리는 어린이와 어른 모두 상반되는 감정을 느낄 때가 무척 많다는 것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우리가 절대자신의 감정을 설명하려 하지 않는 어른과 관계를 맺고 있는 어린이라면, 자주 혼란에 직면하고, 그로 인하여 심하게 불안을 느끼게 될것이다. 또한 그런 혼란스럽고 불안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감정을 분열시키고 억압하는 메커니즘에 매달릴 것이다. 불안을 느끼지않고, 부모를 사랑하고 신뢰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부모의 소망에부응하여 부모가 만족스러워하는 자녀가 되려고 할 것이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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