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는 개인의 발달과 인류 역사 모두에 있어서, 근친상간 금기를 다른 모든 금기들의 토대로 보았다. 죄책감은 야만적이고 탐욕스러운 충동들과 싸우는 데 있어서필수적인 무기이며 성적 에너지의 승화는, 굳이 구별할필요가 없다고 여겼던, 모든 문화와 문명을 이루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한다고 보았다.
프로이트는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모든 신경증의 ‘주요 콤플렉스‘ 혹은 ‘핵심 콤플렉스‘ 라고 불렀다. 1920년 판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Three Essays on Sexuality』에 추가된주석에서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정신분석학 체계 전체가 기초하고 있는 움직일 수 없는 초석임을 분명히했다.
지구상의 모든 아이들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해소라는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 과제에실패한 사람은 신경증의 희생양이 된다.
문명의 진보를 위해 우리가 치른 대가는 ‘죄책감의 증가에 따른 행복의 상실‘이다. 그는 이것을 ‘우리 연구의 최종결론‘ 이라고 불렀으며, 이런 이유로 이 책의 제목을 ‘문명 속의 불만이라붙이면서 문명과 불만의 두드러진 병치 상태를 나타내고있다. 즉, 문명이 불만을 일으킨다.
여기서 나는 프로이트가 지나치게 환원주의적이고 생물학주의적이며 역사적 상대성의 여지를 거의 남겨두지않았다는 오해를 해명하기 위해, 프로이트가 주장한 것들의 논지 두 가지를 더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프로이트가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보편적이며 생물학적으로 물려받은 것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할지라도, 동시에 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해소가 바로 그 생물학유산으로부터 우리를 어느 정도 자유롭게 해 준다고보았다.
둘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보편성이 곧 오이디푸스적힘들이 역사적 발달과 문화적 상대성의 영향을 받지 않고표현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프로이트는 소포클레스 시대의 사회적 관습과 셰익스피어 시대의 사회적 관습을 비교하였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보편성을 주장했던 꿈의 해석』(1900)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처음 언급한 다음 곧바로 이 중요한 주제의 역사성을 강조했다.
전경으로 드러나는 것은 정서와 자리(position) 간의 상호작용이다. 클라인에게 있어서 ‘자리‘는 불안과 방어, 대상관계(object relation)와 충동의 배열(constellation)이다.29) 근본적인 분열이 에로스와 타나토스 사이에 존재하며, 그로 인해 우리는 사랑과 미움, 감사와 질투 같이 짝을이룬 감정들을 전체대상과 부분대상 모두에 대해 느끼게된다.
자리와 정서에 대한 이 개념들과 함께 하는 또 다른기본적인 내용이 있다. 클라인의 발달도식에서 최초의 상태는 프로이트의 발달도식에서처럼 극복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정신병적 불안 상태에서는 무의식에 존재하는두 가지 기본 방식인 편집-분열적 자리 (paranoid-schizoidposition)와 우울적 자리(depressive position)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통합된 지각이 계속해서 깨어진다. 여기서 우울적 자리는 전체대상과의 관계에서 보다 성숙하고 통합된 사고를 하는 상태를 말하며, 분열적 자리는 부분대상 관계가 우세한 상태를 말한다. 이 두 자리는 결국 두 자리 사이에서의 동요를 보여주는 양방향 화살표로 연결된다.(편집- 분열적 자리 <ㅡ >우울적 자리).
살펴보면서, 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완벽한 비극이라 부른 희곡이자 또 다른 비극 후보인 『햄릿』에 영향을 준고전인 『오이디푸스 왕」에 대해 별안간 통찰을 얻게 되어다. 30) 만약 오이디푸스가 언제 근친상간을 저질렀는가를물어본다면, 그 대답은 흔히 이야기되는 것과는 매우 다른 시각에서 생각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일어났던 일은 자신의 아이가 자신을 죽이고 부인과 결혼하리라는 신탁을 들은 라이오스 왕이 아들이 태어나자 그 아이를 학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밀한 연구를 통해 학대 받은 많은 사람들에대한 이야기가 드러날수록, 이것이 그 이야기의 전부가아님을 알게 된다. 그의 무의식에 관해서, 아주 색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소포클레스가 최초의 클라인학파였다는 몇 가지 증거가 있는데, 만약 우리가 내면세계에 주목했다면 라이오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설명해 줄 수는 있는, 아주 초기의 오이디푸스에게 있었던 충동들을 알았을 것이다. 오이디푸스가 만약 프로이트류의 아기였다면 세 살 반 즈음 마음속에서근친상간을 범했겠지만, 그는 충실한 클라인류의 아기처럼 출생 직후부터 그런 충동들을 가지고 있었다. 오이디푸스는 프로이트류의 아기가 가지는 일차적 나르시시즘이 아닌, 대상관계를 출생시점부터 가졌다.
1928년 작 논문에서 클라인은 편집-분열적 자리에서 투사적 동일시*가 하는 역할을 완전히 구성해 냈으며, 오이디푸스 이야기에 관한 클라인학파의 현대적 유추의 모든 기본 요소들을 제공하고 있다.
프로이트는 1919년에꿈의 해석」에서 다루어졌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가 인류의 역사와, 종교 및 도덕성의진화에 대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중요한 설명을 해 준다는 것을 이후의 연구들이 보여 주고 있다"는 주석을 덧붙였다. 그는 칼 융(Carl Jung)의 영향으로 1910년에 ‘콤플렉스‘ 라는 용어를 추가했으며, 우리가 이미 살펴보았듯이, 『토템과 금기」에서 원시부족민의 아버지 살해가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며 인간 역사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클라인은 자신이 ‘오이디푸스적 상황‘ 이라 부른 것이 전 생애에 걸쳐 반복해서 나타난다고 보았으며, 이를 프로이트의 고전적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구별한다.
클라인은 초자아가 구강기부터 존재한다고 보았다. "환상의 삶과 상반된 감정들의 동요 속에서, 리비도체계의 각 단계에 있는 아이들은 자신의 대상들,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부모를 내사하고(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런 요소들로부터 초자아를 형성한다. 아동의대상관계와 관련된 모든 요소들은 초자아 형성에 처음부터 관여한다."
처음에 아동이 받아들이는 것은 전체로서의 부모가아닌 특정한 부분들, 즉 의미 있는 부분대상들이다. ..
처음으로 내사하는 대상, 즉 어머니의 가슴은 초자아의 토대를 형성한다......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있어서 최초의죄책감은 어머니, 주로 그녀의 젖가슴을 소유하려는 구강-가학적 욕망(oral-sadistic desire)에서 기인한다(아브라함),
따라서 죄책감이 발생하는 시점은 유아기이다.
클라인의 마지막 주장은, 프로이트의 발달도식에서는 신중하게 구별되는 개념들을 그녀가 뒤섞는다는 인상을 뒷받침해 주는 구절로 시작된다.
클라인은 "공격적인 대상관계의 원형을수립하는 특별한 형태가 있는데, 나는 그 과정을 ‘투사적동일시‘라 부를 것을 제안한다"라며 자신의 가장 심오한 개념적인 투사적 동일시 기재를 명명했다. 투사적 동일시는 편집-분열적 자리의 핵심을 차지하며, 여기에서는 분열, 투사 기제, 부분대상 관계가 주가 된다.
"클라인에 의해 기술된 초기 오이디푸스 갈등은 유아의 세계가 광범위하게 분리되고 주로 부분대상과 관계를 맺는때인 편집-분열적 자리에서 일어난다."
만약 발달과정이 만족스럽게 진행된다면, 좋은 내적 대상과의 안정적 관계는 통합, 분열의 치유, 투사의 철회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는 우울적 자리에 도달함으로써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해소할 수 있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해소해 나감으로써 우울적 자리에 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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