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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숨겼지? (보드북) ㅣ 비룡소 아기 그림책 6
고미 타로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2년 9월
평점 :
<금붕어가 달아나네>가 한 마리 물고기를 찾아내는 것이라면 <누가 숨겼지?>는 다양한 사물을 숨기고 있는 동물들을 보고 그 사물이 어디 숨었는지 찾아내는 조금 어려운 수준의 책이다.
“장갑을 숨긴 건 누구? 칫솔을 숨긴 건 누구? 양말을 숨긴 건 누구? 촛불을 숨긴 건 누구?”
<금붕어가 달아나네>를 읽을 때는 손가락으로 숨어 있는 금붕어를 금방 찾아내던 아이가 이 책은 조금 어려운지 몇 번 유심히 들여다보기만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자신감을 얻었는지 숨어 있는 칫솔과 촛불, 장갑 등을 찾으며 아주 흡족해 한다. 책을 보기 시작한 지 한 달 정도가 되었지만 나비 날개에 숨어 있는 카드 등 어려운 것은 아직도 못 찾는 눈치다.
사슴의 뿔 대신 올라가 있는 촛불이나 친구의 땋은 머리 대신 붙어 있는 숟가락과 포크는 어른에게도 웃음을 준다. 고미 타로의 기발한 상상력에 다시 한 번 감동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곳곳에 숨겨 놓으면서 재미있게 표현한 그림들로 아이들을 사로잡는 그림책 작가. 그의 천부적인 천재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눈동자를 굴려가며 숨어 있는 사물을 찾으려 애쓰는 아이 모습은 기특하기도 하면서 신기하다. 아이들의 호기심이란 참으로 무궁무진하고 그 창조적인 머릿속은 기발한 상상력의 공간일 것이다. 그 상상력과 창의성을 기르는 데에 그림책만큼 좋은 것도 없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고미타로의 원작은 꽤나 선명한 그림이라던데 인쇄 상태가 그다지 좋지 못하여 흐릿하게 표현된 것이다. 원작의 그림 색상이나 크기를 될 수 있으면 잘 살려 출판하는 의지가 아쉽다. 어린이 책 시장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발생한 일이겠지만 아이들을 상대로 너무 안일하게 돈벌이를 하려는 의도가 엿보여 아쉽다.
그래도 아이가 좋아한다면 엄마도 기쁜 것이 본래 마음이다. 우리나라에도 고미 타로처럼 기발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작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의 정서를 담으면서도 세계적인 파급력을 가진 그림책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든 엄마들의 소망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