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ㄱ ㄴ ㄷ 비룡소 창작그림책 7
박은영 글.그림 / 비룡소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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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소에서 나온 창작 그림책 시리즈 중 스테디셀러라고 손꼽을 만한 <기차 ㄱㄴㄷ>이다. 세계적인 그림책 박람회 등에서 호평 받고 상도 받은 유명한 책인데 앞서 소개한 책과 마찬가지로 한글 자음을 가지고 만든 책의 하나다.

 

이 책은 적합한 연령층이 조금 높아서 만 18개월 이상의 아이에게 좋다. 생각보다 그림이 화려하지 않고 약간 단조로운 부분이 있어서 어떤 아이들은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사물인 기차를 소재로 하고 있어서 한창 인지력이 발달하는 시기에 읽어주면 좋을 만한 책이다.

 

책의 구성은 기차를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ㄱㄴㄷ을 배우도록 되어 있다. , 기다란 기차가, ㄴ, 나무 옆을 지나, ㄷ, 다리를 건너, ㄹ, 랄랄랄 노래를 부르며, ㅁ, 마을을 거쳐서와 같이 각 자음을 첫 음절로 하는 다양한 단어들이 등장하는 게 특징적이다.

 

한창 말과 글을 배우는 시기에 읽어 주면 자음 습득과 함께 단어 공부도 자연스레 이루어지도록 만들어졌다. 등장하는 단어들도 쉽고 각 장에 나오는 구절들도 매우 단순하여 아이가 지겨워 하지 않고 잘 볼 수 있다. 그림 또한 부드러운 색채와 단순한 모양으로 사물을 묘사하여 자극적이지 않아 좋다.

 

부모가 한글 교육에 너무 열을 올리면서 지나치게 가르치려 든다면 오히려 아이들은 공부에서 멀어지려고 할 때가 많다. 생활 구석구석에서 언어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현명한 부모가 선택하는 한글 교육의 지름길이 아닌가 싶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글자 하나하나, 책 몇 권, 과자 봉지, 벽그림, 간판 등을 가지고 아이의 관심을 끌어 보자. 한번 한글 읽기에 재미를 붙인 아이는 점점 글자 세계가 가진 즐거운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통해 공부하는 것이 아이에게는 가장 좋은 학습법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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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 생생 똑똑 세밀화 시리즈 11
윤종근 지음 / 효리원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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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에 관해서 만큼은 어느 나라 부모 못지 않게 부지런한 우리나라 엄마들. 아이가 커가면서 그들이 가장 먼저 ‘교육’하고 싶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한글이다. 어느 집 아이는 벌써 동화책을 줄줄 읽더라, 우리 아이는 글자 공부에 관심이 전혀 없다는 둥 엄마들의 대화만 보더라도 그 극성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기 한글 교육이 갖고 오는 여러 폐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들이 굳이 빨리 한글을 가르치려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몇 연구 결과에도 나왔듯이 한글을 먼저 습득한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상상, 추리, 이해력 등 여러 사고력이 더 발달한다. 그 이유는 언어라는 상징 체계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사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들은 한글 교육을 통해 아이 스스로 책을 읽으며 더 넓은 세상을 만나게 해 주고 싶다. 그런 엄마들의 마음과는 달리 아이들은 무조건 ‘공부’라고 하면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한창 놀기 좋아하는 만 3 - 5세의 아이들을 데리고 한글을 가르치려고 하면 짜증을 내며 저 멀리 도망가 버리기 일쑤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한글과 친숙하도록 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한글 퍼즐이나 커다란 한글 자음과 모음이 그려진 벽그림, 과자 봉지 등을 이용해 한글과 친해지는 방법이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퍼즐, 벽그림, 과자 봉지 등에 있는 한글을 보여 주면서 그것을 ‘알고 싶다’는 욕구를 자연스레 불어 넣어 준다.

그런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엄마가 시간을 내어 하나하나 가르치며 한글을 습득하도록 한다. 이 경우 지나치게 ‘공부한다’는 느낌을 주면 싫증 내기 십상이므로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자음, 모음을 알려 주고 단어를 가르치도록 한다. 단어나 자음 하나를 알아가면서 아이들은 더더욱 글자에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아이에게 한글 자음, 모음을 교육하는 시기에 읽어주면 좋을 만한 책들도 꽤 많이 있다. 효리원에서 나온 생생 똑똑 세밀화 시리즈 중 하나인 <한글>은 아주 이른 나이인 돌 전후 아이에게도 적합한 자음 교육서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실제 사물처럼 자세하게 그려진 세밀화를 매우 좋아한다. 이 책 또한 세밀화 시리즈 중 하나로 각 페이지마다 실물처럼 그려진 그림들이 하나씩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맨 첫 장을 펼치면 왼쪽에는 커다란 ‘ㄱ’이 있고 오른쪽에 개구리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작은 글씨로 ‘개굴개굴 개구리’라고 쓰여 있다. 다음 장은 ‘ㄴ, 나풀나풀 나비, ㄷ, 뒤룩뒤룩 돼지, ㄹ, 룰루랄라 라디오’ 이렇게 나온다. 이런 식으로 하여 각 자음을 첫 음절로 한 의성의태어와 사물 이름이 하나씩 연결되어 등장하는 형식이다.

어른들에게는 지겨워 보이지만 의외로 아이의 반응은 뜨겁다. 이 책은 만 8개월에서 돌 사이의 아이가 있는 우리 동네 엄마들이 공동 구매한 책 중 하나인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 책을 아주 좋아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세밀화에, 의성의태어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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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사와 함께하는 영아 놀이 - 연세대학교 영아교육 프로그램
이영.김온기.우현경 지음 / 다섯수레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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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영아가 세상에 태어나 최초로 경험하는 환경이며 동시에 영아의 경험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따라서 부모가 제공하는 직, 간접적인 경험은 영아의 성장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영아가 태어나면서부터 맺게 되는 부모와의 관계는 영아의 성격과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주며, 영아가 사화적 상호 작용이나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책의 서문에서

 

<부모, 교사와 함께 하는 영아놀이>는 연세대학교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영아교육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시작하는 글의 제목은 생후 첫 3년, 아기의 개성과 능력이 형성된다라는 심각한 주제로, 인간의 성장 과정에 있어서 영아기가 그만큼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생후 첫 3년을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아직 어리니까 하고 단순한 보육만 신경 쓰게 된다. 많은 부모들이 잘 먹고 잘 자며 건강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시기는 아기 두뇌가 급속도의 성장을 이루는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에 아이를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은 발전 가능성이 있는 아이의 무한한 잠재력을 방치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 책은 부모와 영아의 안정된 애착과 양질의 상호 작용을 통해 아이와 부모가 서로 교류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놀이 활동을 하면서 자녀와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좋다.

 

많은 부모들은 영아가 걷기 시작하고 자아가 강해지는 생후 1년 즈음, 양육에 관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혼란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영아를 다루기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통제를 많이 하게 되고 아이 또한 반항적이 되어 말을 듣지 않는 갈등의 시기가 닥치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 아이와 제대로 놀아줄 수만 있다면 부모의 역할은 더욱 빛이 날 것이다.

 

최근에는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점점 더 아이와 놀아줄 시간이 부족하다고 호소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이런 부모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부모와 함께 하는 영아 교육 프로그램이다. 꼭 이런 놀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놀이들을 활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아이와 잘 놀아준답시고 부모가 지나치게 놀이를 주도하거나 통제하면 오히려 놀이를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 오기도 한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아이의 놀이를 진행하면 좋을까? 여기서 제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영아가 스스로 잘 놀이하고 있는 경우 영아를 보고 웃어주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등의 지지를 보내는 간접적인 참여 방법이 있다.

둘째, 영아의 놀이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놀이를 촉진시켜 주기 위해서 놀이 아이디어나 장난감 등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셋째, 영아의 놀이에 직접 참여하여 함께 놀이하는 방법이다. 놀이에 시범을 보이기도 하고, 놀이 상대자가 되어 주기도 한다.

 

이런 방법으로 아이와 자주 놀이 시간을 갖는다면 아이는 부모를 친밀하게 여기고 좋은 놀이 상대자로 삼게 된다. 이런 기회가 늘다 보면 저절로 부모와의 긍정적 애착이 형성될 것이다. 이와 함께 지능을 사용해야 하는 놀이를 다양하게 해 주면 부모가 원하는 머리 좋은 아이가 자연스럽게 되기 마련이다.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놀이들은 꽤 많다. 놀이의 종류를 만 1세 미만, 만 1-2세, 2-3세로 따로 분류한 것이 특징적인데 다른 책들에 비해 굉장히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12개월 미만의 아이가 할 만한 몸놀이로 베개 언덕 놀이를 알려 준다.

 

이것은 베개 위에서 움직이게 하고 몸을 기대고 엎드리게 하면서 몸을 움직이게 하는 놀이의 하나이다. 이때 엄마는 베개 너머에서 영아와 눈을 맞추고 웃어 주며 다정한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베개 위로 넘어가게 유도한다. 필요할 때 손을 내밀어주거나 손뼉을 치며 격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와 00이가 베개 언덕 위로 잘 올라오는구나.

엄마 얼굴이랑 만났네. (얼굴을 부드럽게 비비며) OO아 반가워.

엄마한테 안기고 싶어? (안아주며) 잘했어요.

 

책에서 소개하는 놀이들은 사실 대부분이 옛 어른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하던 놀이들이다. 발달 단계별로 해주어야 할 놀이들도 각각 다른데 그걸 한 페이지에 하나씩 그림과 함께 설명해 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놀이의 과정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대본처럼 아이와 엄마가 할 일, 이 놀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 등을 간결하게 요약한 점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잘 못 놀아주는 것을 합리화할 것이 아니라 이런 놀이들을 통해 자주 아이를 격려해주고 웃어주자. 엄마의 방긋 웃는 얼굴, 함께 놀아주면서 격려해 주는 목소리만 들어도 아이는 건강하고 밝게 자란다.  엄마와 함께 노는 가운데에 아이의 두뇌, 신체, 사고 도 저절로 쑥쑥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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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꽃의 상처 시에 詩
유진택 지음 / 시와에세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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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이 소재로 선택하는 것들을 보면 대부분 그가 처한 상황과 환경을 알 수 있다. 이른바 신세대 작가라고 하는 젊은 시인들은 도회적인 삶과 인스턴트 문화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나이가 지긋한 시인들은 힘들었던 청년기의 삶을 회상한다. 시 속에는 그들이 처한 삶에서의 고뇌와 번민, 슬픔과 행복감이 그대로 녹아 있다.

 

시인 유진택의 시를 읽다 보면 그가 처한 환경이 농촌임을 극명히 느낄 수 있다. 시골의 풍경을 소재로 하여 그 안에서 느껴지는 삶의 노고를 그대로 표현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화자 자신의 삶보다 농촌에 묻힌 어머니와 아버지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우리 농촌의 서글픈 현실을 표현한다.

 

오리나무로 깎아 만든

지겟작대기 힘이 있었다

양무릎으로 구부리면 뚝 하고 부러질 것 같은 나무

아버지를 일으켜 세웠다

지게 위에 집채만한 꼴을 얹어 불끈 일어서는 아버지,

칠순 나이에도 보이지 않는 힘이 있었다

그것은 아버지의 힘이 아니었다

약골인 아버지를 대신해

한쪽 무릎을 대신한 지겟작대기였다.

(후략)

 

-         <오리나무 지겟작대기> 중에서

 

시인이 그리는 세계는 농촌의 위태로운 일상이다. 젊은 이들은 모두 떠나고 칠순의 아버지와 어머니만이 남아 쓸쓸히 지키고 있는 우리의 농촌. 그 처량한 풍경 속에는 지게 작대기에 몸을 의지하고 한평생 살아 온 나이 든 이의 힘든 삶이 담겨 있다.

 

어머니를 바라보는 시적 화자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어머니의 몸은 굴곡 많은 삶이다로 시작하는 시 <어머니의 몸>은 울퉁불퉁한 어깨, 돌부리처럼 굳어버린 몸, 숭숭 구멍이 뚫린 뼈를 가진 여든 일곱의 어머니에 대해 말한다.

 

천천히 일어서면 허리 굽어지고 앉으면 공처럼 말리는 어머니의 몸을 보는 자식의 마음은 죄송함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시의 마지막에 단물을 모두 자식에게 빼앗기고/ 마당 가 한 귀퉁이를 돌 지난 아기처럼 조심스레 걷는다/ 간신히 피어난 삐삐꽃 한 송이/ 눈곱 같은 꽃망울을 매달고 조심스레 하늘거린다는 말로 어머니를 보는 자신의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

 

농촌의 삶이 힘들고 고되다고 하여 늘 걱정스럽고 서글픈 것만은 아니다. 농촌에는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것들이 보여주는 낭만이 있다. 시의 화자들은 연못, 나무, 바람, 하늘, 풀섶 등 자연 속을 거닐며 자유롭게 시상을 펼쳐 보인다. <달빛에 젖은 개구리 알 I>은 도시에선 볼 수 없는 개구리 알을 소재로 하여 시골의 낭만적 정취를 마음껏 뿜어내는 시이다.

 

개구리 알 축축하게 벼 포기 사이 머물러 있을 때 봄 향기 섞인 엷은 바람 논두렁을 타고 온다. 그때마다 논두렁 풀들이 신나게 춤을 춘다. (중략) 이제 저 개구리 알들도 곧 깨어날 것이다. 봄바람이 던져주는 사랑의 설레임과 개구리들이 토해내는 사랑의 밀어를 타고 알들은 점점 더 부풀어 오를 것이다. 부풀어 오를수록 안개 더 두터워지고 논두렁에 핀 들꽃 몇 송이도 안개를 따라 사랑의 노래를 아득하게 부를 것이다.

 

-         <달빛에 젖은 개구리 알 I> 중에서

 

벼 포기 사이에 있는 개구리 알을 보고 봄 바람사랑의 설렘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인의 낭만성은 충분히 입증된다. 이렇게 시골의 아름다운 서정을 노래하는 시를 읽다 보면 마치 독자인 내가 달빛에 젖은 개구리 알을 보고 있는 마냥 마음이 들뜨고 기분이 좋아진다. 저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다고 하여 지나친 낭만성은 경계해야 한다. 시인은 시를 통해 인생을 노래하고 세상의 부정적 측면을 엄중히 꾸짖는 막중한 임무를 지닌 이들이 아니던가. 유진택 시인의 시들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낭만성과 삶에 대한 자기 철학 못지 않게 현실에 대한 비판을 담은 시도 이 시집에는 존재한다.

 

재벌들이 사놓은 땅, 참 넓기도 하다

자벌레 한 놈이 꾸역꾸역 넓이를 잰다

(중략)

언젠가는 쌓아 올릴 러브 호텔

벌거벗은 가슴들이 붉은 등불 아래 신음할 때

가난한 사람들 마음이야 오죽하겠나

차라리 못쓰는 땅으로 묵혀두게나

하늘보고 치솟은 풀들 분한 마음 달랠 때

둥지 없는 산새들 날아와 노래 부르면

답답해진 가슴 속 확 뚫리지나 않겠나

 

-         <자벌레 한 놈> 중에서

 

점점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문학 세계 또한 도시적이고 문명적인 것만 이야기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촌의 삶, 시골의 풍경을 노래한 시들을 만나면 반갑기 그지 없다. 우리의 삶은 이처럼 땅과 흙, 바다와 하늘을 토대로 하고 있지 않던가.

 

문학마저 시골을 등진다면 세상은 정말 각박한 철골 구조물과 같을 것이다. 답답한 콘트리트 건물과 아스팔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자신에게 한 송이 민들레 꽃 같은 휴식을 주어 보자. 잠시 쉬는 동안 농촌의 일상을 담은 시 한 편을 읽으며 한줄기 바람 같은 손길을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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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육아책 - 날마다 초보인 부모를 위한
아케하시 다이지 지음, 김대환 옮김, 오타 토모코 그림 / 이레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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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는 데에 정답이 어디 있을까. 그래도 엄마 마음은 무언가 보다 나은 육아법이 있지 않을까 하고 여기 저기 정보를 뒤지게 마련이다. 특히 나이 드신 어른들을 모시고 사는 경우가 드문 요즘에 옛날과 같은 좋은 육아 방법이 전수되기가 참 힘들다.

 

현대를 사는 엄마들을 대부분 다양한 정보를 담은 육아 싸이트나 서적을 통해 육아 지식과 정보를 얻는다. 그러나 이것 또한 부지런해야 가능한 일. 아이와 씨름하다 보면 하루가 후딱 지나가는 이 마당에 언제 컴퓨터나 책을 붙들고 앉아 있으란 말인가.

 

<친절한 육아책>은 날마다 초보인 부모를 위해 아주 간단한 글과 만화로 육아의 여러 방법을 가르친다. 너무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금방 읽히기 때문에 늘 시간에 쫓기는 엄마들에게도 유용하다. 게다가 만화로 예를 들어 주어 책 읽기가 귀찮은 이들에게도 적합하다.

 

그렇다고 하여 만만히 볼 만한 책은 전혀 아니다. 다른 어떤 두꺼운 책보다 더 훌륭하게 아이 키우는 좋은 방법들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은 일본 독자들은 글자가 크고 문장도 간결하기 때문에 어린아이를 키우느라 시간적 여유가 없는 어머니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책 내용에 모두 납득할 수 있었다. 걸핏하면 삐치는 엄마가 되지 않으려고 이 책을 항상 볼 수 있는 곳에 두고 있다.고 칭찬한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엄마들이 자기 아이가 공부도 잘 하고 심부름도 잘 하며 주위의 못된 아이들이게도 지지 않는 강한 아이, 자기 의사를 확실히 갖고 있는 아이,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 밖에서 잘 노는 아이로 크길 바란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아이가 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자기 의사를 확실히 갖고 있는 아이는 대개 성격이 고분고분하지 않으며, 밖에서 잘 놀면서 심부름도 잘하고 숙제도 잘 한다는 것은 보통 아이에게 엄청난 무리이기 때문이다. 잘 놀면서 어떻게 공부도 잘 할 수 있겠는가. 이런 바람은 그저 엄마의 지나친 욕심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 아이가 현실에 없는 이상적인 아이가 되지 못한다고 고민하기보다 지금 있는 아이의 장점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함이 옳다. 모든 아이들은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개성이 있는 존재들이며 장단점을 고루 갖춘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욱해서 순간적으로 화를 폭발시키는 아이는 대개 남을 배려하는 상냥한 면을 갖고 있습니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는 자신의 의사를 이미 확실히 갖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동작이 느린 아이는 신중하고 인내심이 강한 타입일지도 모릅니다. 장난이 심한 아이는 요즘 아이들이 잊어버린 활달함을 갖고 있습니다. 얌전한 아이는 남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도 쉽게 알아차리는 민감한 면이 있습니다.

 

이렇게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점을 갖고 있는 아이에게 부족한 면만 자꾸 보고 꾸짖는다면 아이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부모가 시선을 달리해서 보면 문제아로 보이던 아이도 사랑스럽고 훌륭한 아이가 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부모의 육아 태도에 달려 있는 것이다.

 

영아기 때에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많이 안아주고 다독거리며 스킨쉽을 자주 하는 것이다. 울어도 안아주지 않고 내버려두면 아이들은 스스로 울음을 삼키는 능력이 생긴다. 이런 아이들은 결국 잘 안 울게 되어 겉보기에는 안아주지 않아도 되는 착한 아이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내면으로는 불만을 꾹꾹 눌러 놓으면서 분노가 가득 차게 된다. 이렇게 쌓인 불만들은 언제 폭발할지도 모르는 위험물이 되고 결국 정신적으로 피폐한 인간이 되기 쉽다. 아이들은 무의식 중에 자기가 세상에 필요 없는 존재이며 아무도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다는 위험한 가치관을 형성하게 된다.

 

저자는 만 10세까지는 아이의 어리광을 충분히 받아주고 따뜻이 대하라고 강조한다. 어리광을 충분히 부린 아이는 욕구 불만이 없기 때문에 건강한 인격체로 자랄 수 있다. 그러나 어리광응석을 혼돈하는 일은 금물이다. 어리광 부리는 것은 어린 아이다운 긍정적 행동인 반면에 응석 부리는 것은 자기 고집을 부리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나쁜 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불쾌한 일을 엄마에게 털어 놓을 때 귀 기울여 잘 들어주는 일은 어리광을 받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슈퍼마켓에서 사지 않아도 될 물건을 사달라고 떼쓰는 것은 응석에 해당한다. 이 응석을 받아주다 보면 아이는 점점 더 버릇 없는 사람이 된다.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부모는 보다 더 자기 아이에 대한 이해가 쉽다. 아이와 대화할 때에는 어떤 대답을 내리려 하지 말고 그저 맞장구를 쳐 가며 들어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아이들은 이미 마음 속에 올바른 생각과 행동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른과의 대화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아이의 반항에 대처하는 것 또한 유연한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아이가 반항한다는 것은 자기 의지를 갖고 행동하겠다는 표현이다. 이럴 때 부모가 너무 민감하게 굴면 아이의 반항심은 삐뚤어지고 만다. 아이의 독단적 태도를 환기시키면서 해가 되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받아주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어리광반항을 거듭하면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 길을 걷는다. 아이들 특유의 이런 행동들에 대해 지나치게 혼을 내거나 가르치려 들지 말고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좋은 습관을 형성하도록 해 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모의 관심과 대화, 부모 자신의 긍정적인 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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