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 2015-05-27  

루쉰님

 
 
이진 2015-05-2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포옹해요!
그냥 왠지 포옹하고 싶어졌어요.
저는 지금 서울에 와 있어요. 대학에서 저의 위치와 제 자신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을 겪고 있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힘드네요.
제 바로 앞에는 박형준 시인이 열심히 강의를 하고 계시는데 못난 제자는 집중하지 않고 있어요.
이 멋진 시인도 대학의 교수로 마주하니 흥미가 떨어지게 되는군요.
서울예대에 가서 한강의 강의를 들었어도 이랬을까, 생각하니 좀 서글퍼져요.
또 외롭기도 하고, 외롭고, 외로울 것 같고.
마음을 나누고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게 생각보다 힘드네요.
그런 의미에서 제 고등학교 3년 동안은 참 축복받은 기간이었다는 생각을 해요.
지금은 연락조차 하지 않는 제 친구들이 새삼 고맙게 느껴지는 요즈음이에요.
저를 달래주는 것은 영화뿐인데, 네, 그래서 요즘 영화에 아주 미쳐있어요.
시간 나면 옆 동네 CGV 가서 영화보고 오고, 대한극장 가서 독립영화도 가끔 보고.
그런데 지금 조금 막막한 게 어쩌다보니 영화 감독 평론을 다섯 장 분량으로 써내야 해요.
물론 재미 있을 거고 기대도 되는데 제출 기한이 모레까지라는 게 문제죠.
어제까지 싯다르타 관련 에세이를 일곱 장 써내야 했던 터라 거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고,
남은 시간도 없기 때문에 이틀 만에 영화 네 편을 보고 그걸 분석해서 평론을 써야 한다는 건... 후
그래도 저는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굉장히 한가한 편인 거 같아요
저번 주 까지만 해도 정말이지 신나게 한가롭게 놀았거든요.
이렇게... 아무 것도 안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책도 안 읽게 되고... 글도 안 쓰게 되고... 대학 오니까 좀 그래요.
루쉰님도 잘 하고 계시죠? 고시촌...
저 같으면 견디지 못하고 손을 놓았을 거 같아요.
저는 의지란 눈곱보다도 없는 아주 박약한 청년이기 때문에... 대학 다 떨어졌으면 그냥 집에 박혀서 영화만 보고 있었을 것 같아요.
루쉰님 대단해요. 앞으로 더 대단한 사람이 될 거 잖아요.
저도 좀 끌고 가주세요. ㅎㅎ... 킥킥
음... 그만 써야 겠어요. 너무 막 말하네. 수업에 좀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루쉰님 언제나 힘,
언제나 미소 ^____^

루쉰P 2015-05-27 21:22   좋아요 0 | URL
남자랑 포옹은 시도를 안 해봐서....솔직히 싫어요...포옹은 ㅋ
마음을 나누고 의지할 사람은 대학와서 찾는 것은 좀처럼 쉽지는 않을 것 같네요. 저 역시 고시촌에 있지만 딱히 마음 나눌 사람은 없어서....나 혼자의 마음을 여러 개로 나누어 의지를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별로 도움은 안 되지만 ㅋ
외로움도 외로운데로 방황하지 않고 해야 할 것을 굳건히 하는 것이 좋을 듯 싶어요. 제가 이런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ㅋㅋㅋㅋ 해야 할 걸 안하면 나중에는 더 허무한 것이 사실이니 말이에요. 장학금이라든지 학점이라든지 그것이 꼭 목표가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해야할 것에서는 물러서지 않으시면 좋을 듯 싶어요.
그게 나중에 더 허무해 지는 것에서 탈출하는 길이라 조금은 생각이 들어요. ㅋ
그래도 계속 레포트 쓰시고 하는 것을 보면 외로운데도 아주 잘 적응을 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영화를 자주 봐요. ㅋ 고시원에서 머리가 아플 땐 영화만큼 좋은 게 없으니 말이에요. 물론 액션 영화나 그런 것 위주로 봐서 뭐가 남지는 않지만 시간은 참으로 잘 간다는 깨달음을 얻곤 합니다.
소이진님도 저와 비슷하신데요 뭘 ㅋ 저도 책은 전혀 안 읽고 글도 전혀 쓰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다시 반드시 쓸 것이다라는 생각은 하고 있죠.
전 정말 대단해 질 거에요. ㅋㅋㅋ 무지하게 대단해 질 겁니다. 그러나 누구를 끌고 갈만한 인물은 아니어서 ㅎ
의지박약은 저 역시 한 평생 쭉 달고 살아온 인생의 모토 입니다. 그냥 거기서 조금씩 반항하는 것 뿐이지요.
모쪼록 외로움 속에서 지지 마시고, 그런 외로움과 격렬히 싸우시며 다니시기 바랍니다. 한 평생 외롭게 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외로움은 금방 사라질 것이라 여겨져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