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군단 1~4권 박스 세트 - 한정판
후루야 미노루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이 아파트에는 매일 아침 8시반에 정확하게 출근하는 여성이 있다. 

약간 긴 파마머리, 어떤 날은 스커트 차림, 어떤 날은 진 청바지에 마이를 입고 높은 구두를 신은 이 여성. 수수한 화장, 차분한 표정, 전문직에 종사할 것 같은 이미지, 얼굴은 계란형에 미인이다! 

난 항상 9시 출근이지만 어느 날 눈에 띈 이 여성을 보기 위해 매일 아침 8시 20분에 출근한다. 그런 나에게 모두 성실하다고 말한다. 푸훗. 항상 사실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 법. 

이 여성은 어떤 날은 뛰고, 어떤 날은 걷는다. 다급한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어떤 날은 저녁에도 볼 때가 있다. 7시에서 8시쯤 퇴근을 하는 듯 하다. 

이 여성 분은 내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그렇지 모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여성분께 내 마음대로 이름도 지어드렸다. 지혜씨라고 말이다. 출근하기 위해 멀리서 걸어오는 그 여성에게 혼자서 말을 걸어본다. 

'지혜씨, 오늘은 헤어스타일이 멋지시네요.' 

'지혜씨, 오늘은 옷이 참 잘 어울리세요.' 

그렇게 아파트 길목에서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다.

옴진리교에 대한 책을 열심히 보고 있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사랑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하고 말이다. 그리고 결심했다. 누군가를 사랑하겠다고 말이다. 근데 주변을 둘러보니 변압실이라 오로지 웽~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전압기와 책상, 의자, tv 뿐. 난 혼자였다.

이 녀석들에게 애정을 쏟을까 하다가 '이건 아니야, 난 사람이야, 사람을 사랑해야 해'라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다 섬광 같이 지나간 한 여성, 매일 같이 서로 무표정하게 바라 보지만 난 그 여성에게 애정을 쏟아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사랑을 쏟아준다고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밤에는 달을 보며 그 여성이 오늘은 좋은 하루를 보냈기를! 낮에는 해를 보며 그 여성이 오늘은 즐거운 일만이 가득하기를! 중얼거리고 있다. 

나랑 친한 경비 반장님은 지하에 나와 달 보고 해 보고 중얼거리는 나를 보며 걱정이 되시는 모양이다. 저번에 무슨 책을 읽냐고 물어보실 길래 옴진리교라는 사린 가스 테러 사건에 대한 책을 보고 있다고 말씀드리자 갸우뚱 하시며 전기 공부 책은 안 읽어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 이후에 택배로 배달되는 책들은 경비 반장님을 통해서 오는데 옴진리교 2탄 '약속의 장소에서' 그리고 옴진리교 교주의 어린 시절을 추적한 '황천의 개'등. 

배달 될 때마다 무슨 책이냐고 물어 보시는 경비 반장님께 내가 그 때마다 옴진리교라고 하자 더욱 더 이상한 표정으로 바뀌시고 있다. 그리고 경비 반장님께서 한 마디. 

'암튼 힘 내!' 

뭘, 힘 내란 거지...뭐 하여튼...나를 요즘 좀 피하신다. 경비 반장님. 나랑 곧잘 차도 마시며 시국을 토론 했는데 말이다. 

내 생활의 모든 사상의 원류는 후루야 미노루다.

만화가를 지망하는 오타쿠 기계과 친구와 더불어 에로계의 공고 본좌라 불리는 화공과 친구 그리고 공산주의 사상에 한 발 담그고 있는 공고의 붉은별 전기과 나 이렇게 세 명을 주축으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써클이 형성되었다. 이름하여 '바보파' 

전태일 평전에서 전태일 열사가 활동했던 써클의 이름이 '바보파'라는 사실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우리는 그런 심오한 의미의 이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여름이 지나고 대 토론이 벌어졌다. 우리는 공고생이기 때문에 놀고 다녀서야 되겠는가 아무리 공부를 하지 않아도 시험은 잘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써클 동료들을 설득해 겨울 중간고사를 집중 공부를 했었다. 

서로 밤을 새가며 토론을 하고 교과서에 밑줄을 치며 우리는 공고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를 했다. 공고는 참 좋았던 점이 어디부터 어디까지 페이지에 문제가 다 나온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공부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우리 써클 소속은 기계과 오타쿠를 중심으로 2명, 화공과 에로 본좌를 중심으로 1명, 전기과 공고의 붉은별을 중심으로 3명이었다. 서로 과마다 시험 범위는 틀리기 때문에 각기 과별로 범위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공부를 했다. 

공고는 공부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기에 공부를 하면 눈에 확 띈다. 우리가 공부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아이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야, 졔네 공부한다.' 

공부를 하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난 속으로 그런 아이들의 기대와 칭찬 속에서 우쭐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반드시 이번에 우리 전기과에서 대 반란을 일으키고야 말겠다라며 강한 각오를 품었다. 

시험 날, 전기과 우리들은 사색이 되었다. 시험 범위를 잘못 파악한 내 오류로 시험 범위가 아닌 앞 페이지들을 우리는 공부를 한 것이다. 

전 날 밤을 새서 눈이 빨개진 우리들은 너무 황당한 마음에 서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시험 결과가 발표되던 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학교를 가지 말고 가출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시험 결과가 발표되고 우리 성적이 밝혀지자, 아이들은 파안대소를 했다. 나 때문에 같이 시험을 망친 동지들도 고개를 푹 숙인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이 모든 실패는 시험 범위를 착각한 내 실수다라고 양심 선언도 했으나 그 소리에 아이들은 더 파안대소! 

그래서 붙여진 우리 써클의 별명이 '바보파'였다. 써클 이름을 우리가 지은 것이 아니라 여론이 지어준 것이다. 우리는 한사코 그 써클이 이름이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말이다. 

웃긴 것은 공고에서는 불량써클 비밀 조사를 한다. 학기에 몇 번씩 비밀 여론조사를 실시해 괴롭히는 불량써클이 있는지를 파악하는데, 어떤 녀석이 장난으로 '바보파 루쉰P'라고 내 이름을 적었다. 

우리 써클은 담배도 못 피고, 오토바이도 못 타며 지극히 순박한 친구들로 구성돼 있었다. 삥을 뜯기는 커녕 중학생들에게 삥을 뜯긴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의 주로 활동은 싸움 잘하는 녀석들을 피해서 점심을 어디서 숨어 먹을 것인가가 매일의 주요 주제였다. 

선도실로 불려간 나.

'너희들 바보파가 뭐하는 써클이야!' 

'저기...점심 먹는 써클인데요.' 

'뭐라고! 이 새끼가!' 

싸다귀를 맞았다. 그 이후 우리 써클은 그런 것이 아니라 이러 저러한 그냥 집이나 같이 다니는 친구들 모임이다라고 말을 하고 또 말 했지만 역시나 선생들은 사람을 믿지 않았다. 

실컷 얻어 터지고 써클 해체 각서까지 쓰고 일주일에 한 번 선도실로 불려가 그 간의 활동을 보고해야 했다. 결국 보다 못 한 같은 반 친구들이 장난으로 쓴 그 친구를 찾아내 우리 써클을 다 해명해 주기까지 공포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바보파'란 명칭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힘들고 고난의 고개를 넘던 시절, 나에게 힘을 내라며 오타쿠 기계과 친구가 준 책이 '크레이지 군단' 해적판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의붓 아버지에게 버림 받은 추남 이쿠오, 스구오 형제, 자신이 낳아 준 어머니가 누군인지 모른채 공원에서 방황을 하며 사는 추남 이또킹, 시험만 잘 보라고 압박하는 집에 뛰쳐나와 가출한 잘생긴 카즈. 

후루야 미노루의 책을 보면 알겠지만, 이 사람 추남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그린다. 주인공 추남 이쿠오를 보며 거울 속의 얼굴을 봤을 때 싱크로율 70%에 육박해 너무 놀랐던 기억도 떠 오르고 말이다.  

짙은 어둠으로 시작되는 이 만화는 이쿠오, 이또킹을 중심으로 가출한 청년들의 말도 안 되는 인생역정이 펼쳐진다. 그들을 받아 준 착한 이발소를 중심으로 말이다. 

지랄 같은 세상이다라며 그 동안 벌어지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좌절하고 있던 나에게 '크레이지 군단'의 주인공들은 그런 지랄 맞은 세상에서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를 낱낱이 가르쳐 주었다. 

후루야 미노루는 이 작품에서 어둠을 웃음으로 한껏 포장해 주었다. 우울한 것도 힘든 것도 모두 다 이렇게 만들어 버리자! 그것이 내가 후루야 미노루에게 배운 것이다. 

정말 웃긴 만화였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안의 있는 어둠에 대한 컨트롤도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야 할 지도 감을 잡았다. 

이 책에는 애정 결핍증이 있는 여자아이가 나온다. 그녀는 이또킹을 너무 사랑해 집착의 정점을 보여주는데 결국 이또킹 엉덩이에 칼침을 놓는다. 

이 여자아이는 부모님도 없이 원조교제로 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누군가 자신을 성적 기계로 보는 것이 아닌 사랑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자신이 사랑하겠다고 정한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녀는 돌아 버리는 것이다. 

그 삭막한 세계에서 그녀가 바라던 사랑이 집착증으로 변하기는 했지만,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랑을 받고 싶다는 그 마음은 참으로 공감을 했다. 

이 아파트에 있는 아름다운 여성 지혜씨, 그 분에게 들리던 들리지 않던 봄이기 때문에 나름 소중한 사랑의 텔레파시를 보내 드리려고 한다. 난 절대 다가가지 않는다. 그것이 후루야 미노루에게 배운 사랑법이다.  

이 책에서 압권은 인생 리샛 버튼이다. 

이쿠오는 이또킹에게 묻는다. 만약 외계인이 나타나 인생이 실패했다며 이 버튼을 누르면 인생을 다시 리셋할 수 있다고 하며 누를 것이냐 물어본다. 

이또킹은 싫다고 한다. 왜냐면 이쿠오를 만났기 때문이란다. 

나 역시 외계인이 리셋 버튼을 누르라고 한다면 아니라고 할 것이다. 추남이어도 성격이 지랄 맞아도 버티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후루야 미노루에게 배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를 사랑해줘야 하기 때문에 돌아갈 수 없다고 말이다. 내가 돌아가면 지혜씨를 누가 챙겨주나!  

봄인데 우울한 리뷰는 좀 벗어나 나름 희망적 리뷰를 한 편 써보자는 마음에 썼는데...또 글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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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4-17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님.
본인을 추남 추남 하시는데, 어느 정도인데 그러시나요?
인증샷 올려주시면 제가 대신 판단해 드리겠습니다. 캬캬.

시험 범위를 잘못 알았다니, 주춧돌이 잘못 놓인 곳에 공든 탑을 쌓으신게 되었군요, 결국.
속상하셨겠어요.. 거기다 선생님의 오해까지. ㅠㅠ
지혜 씨라는 분 이야기에, 으아 했는데, 돌이켜보니 머.. 저두 누군가를 두고 이런 저런 공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분에게 폐만 안 끼친다면, 즐거운 일 좋은거잖아요. 저는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후루야 미노루 작품이 또 있지 않던가요?

아하, 이름이 귀에 익더라니, 이나중 탁구부 작가군요.
으........ 그림이 너무 으..... 제 신음소리 먼지 아시죠? ^^

루쉰P 2011-04-17 21:55   좋아요 0 | URL
인터넷이란 이럴 때 유용하죠. ^^ 추남이라는 단어 만으론 정말 이 사람이 추남일까? 아주 못 생긴 것일까?하며 의구심을 가지지만 나름 다 자기만의 상상 속의 추남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 상상 속에서 현실의 추남인 저보다 1%라도 잘 생겨 있진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를 하며 절대 네버! 제 인증샷은 올리지 않습니다. 푸하하하!

참고로 정말 추남입니다. 제가 추남이라는 증언으로 친구들 말에 의하며 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추남이다. 얼굴의 끝을 보여준다는 등! 그냥 흘끗 지나치며 보는 데도 토가 나올 것 같다는 등. 진심 어린 증언이 많습니다. 푸훗, 전 그런 친구들에게 너희들도 그다지 낫지 않아라며 비난 쓰나미를 퍼부어 주기는 하지만 홀로 거울을 보며 씁쓸해 하기는 합니다. ^^
여성 분에게도 이미 추남이다라는 증언은 많이 확보를 해 놓은 상태입니다. 여태껏 같이 일 했던 직장 여성 동지들에게도 '생긴 것에 비해 성격은 여리네'란 말을 가장 많이 들었거든요. 푸하하하!

지혜씨(?)에게 절대 폐를 끼치지 않고 오로지 정말 사랑을 베풀어 드린 다짐이에요. 저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뭐 이런 일이죠. 그냥 참 예쁜 분이다라고 감탄하고 그 분이 잘 되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 아! 순수하여라! 친구들은 그런 저를 보고 전투적 정신이 없다는니 거의 변태적이다라며 악언을 쏟아 붓는데 사실 여성에게는 용기가 없는 것은 맞아요. ㅋㅋㅋ

ㅋㅋㅋ 후루야 미노루의 그림체는 많은 분이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처음 이 작가의 그림을 접할 때는 정말 대충그렸군이란 생각부터 했으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추남'을 그려내는 그의 대충 그린 듯한 섬세함은 거의 거장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작가에 대한 사람들의 호불호는 굉장히 강합니다. 전 광적으로 좋아하는 쪽이구요. 뭐랄까? 인생에 있어서 목숨걸고 좋아할 만한 만화가 한 명 있는 것 쯤은 괜찮지 않을까요?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04-17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천의 개>에는 아사하라 쇼코가 어린 시절 미나마타 병에 걸려 눈이 안 보이게 된 이야기가 나와요.지방공무원들에게 아무리 문제해결을 위해 하소연을 해도 안 들어줘서 무서운 반사회적인 복수심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이어지지요.슬슬 읽었는데도 왠지 묘한 기분이 들더군요.물론 그렇다 해서 아사하라에게 관용을 베풀 수는 없겠지만...

루쉰P 2011-04-19 09:09   좋아요 0 | URL
<황천의 개>도 일독했어요. 노이에자이트님의 말씀처럼 아사하라 쇼코에 대한 언급이 나오더군요. 근데 어린 시절만 잠깐 언급되고 더 자세히는 나오지 않아 좀 실망한 책이에요. 하여튼 저 역시 아사하라에게 관용을 베풀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그런 아사하라를 만든 일본 사회도 한심하다고 생각해요. 노이에자이트님의 독서의 그물은 어디까지 펼쳐져 있으신거죠? 반드시 추적해 볼꺼에요. ^^

노이에자이트 2011-04-20 23:09   좋아요 0 | URL
독서의 그물은 저인망으로 좍 훑고 지나갑니다.정독보단 술술 읽는다거나 일부 내용만 읽는 경우가 더 많지요.

다락방 2011-04-17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튼 힘 내!'

뭘, 힘 내란 거지...


이 부분 읽다가 웃었어요. 암튼 힘내, 뭘 힘내란 거지.. 하하하하.

지하에서 '옴진리교'와 '사린사건' 을 읽으시다뇨, 루쉰님. 얼마전에 친구가 지하철안에서 그 책의 광고를 봤다고 이 무슨 악취미냐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지하에서 보기에 그 책은 지나치게 우울하잖아요, 루쉰님. 지하에서 언더그라운드라뇨. 저는 이십대 중반에 그 책 읽는데 책장이 안넘어가서 낑낑거렸던 기억이 나요.

루쉰P 2011-04-19 09:12   좋아요 0 | URL
아직도 뭘 힘 내란 건지 생각 중이에요. ㅋㅋㅋ 좀 걱정되시나 봐요. 항상 변압실에서 책만 읽고 있으니 말이죠. 푸훗.

맞아요. 지하에서 읽기는 완전 우울하죠. 하지만 전 독서에 대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우울할 땐 더 우울한 책을 읽으며 정면돌파하는 뭔가 비상적 방식! 전 근데 뇌구조가 정말 이상한 듯 합니다. 독을 더 독한 독으로 치유하는 방식을 사용해 여태껏 제 안의 우울과 싸워 왔어요. 이렇게 쓰니까 되게 있어 보여요. 아~ 부끄러워라...

양철나무꾼 2011-04-19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적인 리뷰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재밌는 리뷰는 맞습니다.
완전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저도 몇년 전에 자전거 도로로 지나가는 김규항을 아침 출근 길에 보고 한번 더 볼 수 있을까 하여 그 시간에 맞춰 출근합니다.
제가 차 안에서 그를 향하여 손을 흔들었겠습니까?
아님 싸인을 받았겠습니까?
심지어 아무것도 안하는 입으로 '김규항 짱~!'하고 외치지도 못했는걸요~^^

루쉰P 2011-04-19 09:16   좋아요 0 | URL
희망적 리뷰에 대한 궁극의 꿈을 항상 키워요. 원래 리뷰의 목적은 책을 소개함인데 전 이왕이면 내가 즐겁게 읽은 책을 다른 분도 즐겁게 읽으며 희망적으로 보셨으면 하거든요. 그래서 뭔가 희망적이고 아름다운 리뷰를 쓰고 싶다고 컴퓨터 앞에 앉아 쓰고 있지만 막상 쓰다 보면 뭔가 어둠의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이 상황!

몰입해서 읽어주셨다니 너무 감사해요. T.T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중에 은근히 마음 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서재도 돌아다니며 보지만 은근히 마음 가는 서재도 있구요. 양철댁님 서재는 완전 마음가요. ㅋㅋㅋ

에디 2011-04-19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왓 저도 정말 좋아해요. 크레이지 군단! 전 역사에 남을 세기적 명저인 이나중탁구부보다 크레이지 군단이 더 좋아요. 책에 나오는 잘생긴 남정네 (이름이 기억안나네요) 도 좋은데, 그 이상한 역원조교제(?)는 심히 안타깝지만...

언더그라운드도 좀 비슷한 기분이 들지 않나요. 특히 하권이. 인생의 리셋버튼을 누르지 말라는..

루쉰P 2011-04-19 15:59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에디님 ^^ 아! 맞습니다. 후루야 미노루의 역작은 저도 단연코 크레이지 군단이라 생각합니다. 이나중 탁구부는 그의 사상이 혼란하게 섞여 있다고 하면, 그 뒤 작품들로 가면서 점점 뭔가 심화되는 흔히들 말하는 사이코패스라든가 뭔가 사회와 단절된 인간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더라구요.

후루야 미노루 작품에서 개인적으로 1위는 크레이지 군단. 2위는 심해어, 낮비 3위는 이나중 탁구부, 그린힐, 두더지 4위 사가테라로 꼽고 있어요.


저는 후루야 미노루는 작품을 통해 계속 진화하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읽게 만드는 것 같아요. 어둠 속의 웃음을 찾는 그의 작품이 전 참 끌립니다.

다락방 2011-04-21 09:33   좋아요 0 | URL
역사에 남을 세기적 명저, 인 이나중탁구부, 라니. 아 정말. 에디님.
저도 이나중탁구부 낄낄대며 봤었어요.

루쉰P 2011-04-21 10:01   좋아요 0 | URL
아! 역시 다락방님도 이나중탁구부를 보셨다니, 어쩐지 처음 뵈었을 때부터 뭔가 사상의 흐름이 통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나중탁구부의 작가는 남자는 추남으로 상당히 잘 그리지만 여 주인공은 그와 반대로 굉장히 미인으로 잘 그립니다. 전 다락방님의 이미지가 이나중 탁구부의 쿄코와 겹쳐지네요. ^^

쉽싸리 2011-04-22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만화책을 안/못 본지 오래됐어요.(정확히 하자면 안본게 맞는거 같네요. 하지만 변명하자면 '그 많던 "만화방"은 다 어디로 갔는가?' 에요)

이 '이나중 탁구부'는 제 기억이 맞다면(안 맞을 확률이 거의 99%지만)아이큐 점프라는 주간만화 잡지에서 보았던것 같아요. 연재였죠. 저는 이 작품을 끝까지 보지 안/못했어요. 한 2~3회 까지는 본것 같은데, 매우 독특한 작가구나(저는 언제나, 일본만화의 다양성에 대해서 만큼은 경의를 표하는 입장입니다)라는 정도의 생각. 하지만 그것이 지금으로부터 거의 15,6년 전의 일이기 때문에(꼭 그렇다고 볼 순 없지만)그당시에는 굉장한 '충격'을 주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루쉰P 2011-04-23 00:39   좋아요 0 | URL
아니? 아이큐 점프에 연재가 되다니 저도 처음 듣는 소식이네요. 이나중 탁구부는 아주 대충 그린 그림체 덕분에 아주 충격을 메가톤 급으로 주며 만화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죠. 발로 그려도 저것보다는 잘 그리겠다는 등 아주 극찬이 이어졌죠. ㅋㅋ

만화책도 그렇고 어떤 책이든 그것이 내 사상의 형성에 도움이 되었는가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전 만화책이든 어린이 동화든 그 어떤 것이든 그것의 진정한 가치는 제 삶에 그것이 어떻게 융화돼 나를 살려 갈 수 있는가라는 점이거든요. 그 점에서는 후루야 미노루가 탐 중요한 사상가입니다. ㅋㅋ

감은빛 2011-04-28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책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통과!

2. '추남'이라고 극구 주장하시는 루쉰님에 대해서는,
미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네요.
(심지어 저처럼 외모에 자신없는 사람도 수많은 연애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구요!)

3. 리셋 버튼에 대해서는,
오래전에 읽었던 '리플레이'라는 소설이 떠올랐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리셋과는 약간 개념이 달랐던 것 같네요.

4. 마지막으로 '지혜씨'에 대해서는,
그런 손에 잡히지 않는 짝사랑 말고,
좀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대쉬를 고려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어쨌거나 용기있는 사람이 미인을 얻는다는 말은 맞는 것 같아요!

루쉰P 2011-04-29 10:34   좋아요 0 | URL
1. 책에 대해 모르신다니 저도 통과!

2. 음...감은빛님 덕분에 자신감 얻었음.

3. 결론은 리셋 버튼과 리플레이라는 소설과는 틀린다는 사실 판명

4. 누구한테 대쉬하죠???

꼬마요정 2011-06-07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루쉰p님 리뷰 읽다기 웃겨서 배꼽 빠질 뻔 했어요..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이렇게 삶과 책을 잘 섞어서 재밌는 글을 쓰시나요..?? 지혜씨와 옴진리교, 경비 아저씨, 바보파... 이러다가 루쉰p님 과거에 대해 낱낱이 알게 되어 우연히 마주치면 알아보게 되는 게 아닐까..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루쉰P 2011-06-07 00:51   좋아요 0 | URL
분명 알아보실 겁니다. 뒤통수를 후려치고 싶은 추남이라서 풉!!

칭찬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전 사실 책 리뷰가 아니라 뭔가 자기 한탄의 리뷰를 쓰는 걸 발명하고 있어요. 흠...뭔가 이상하죠?

지나가다 2012-05-11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리뷰...맘을 울리네요....
엉터리 세상에서 제대로 학창시절 보내셨네요...
후루야 미노루는 절망하지 않아서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