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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구슬
김휘 지음 / 작가정신 / 2014년 7월
평점 :
눈보라구슬 왜 이런 제목을 지었을까 궁금했다. 공감하면서도 서늘해진다. 각자의 삶에만 몰두한 우리들에게 불어 닥친 눈보라, 투명하고 서늘하게 당신을 되비치는 구슬 같은 눈들. 책표지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난 장편소설의 서서히 조여 오는 약간의 질식되는 듯 한 느낌을 가지며 사건들을 쫓아가고 주인공의 시점에서 추격하는 추리소설들을 좋아하지만 여기의 단편소설들의 농축된 긴장감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잘 짜여져 있고 여운이 강한 아주 진한 원액 쥬스처럼..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약간의 씁쓸한 웃음를 짓게 되는 그런 책은 참 오랜만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싸늘함 오싹함이 싫지는 않았지만 읽어가면서 약간의 체념이랄까 내용의 것들을 어느 순간 체화된 듯한 감정 이입이 되어 같이 소름끼치는 듯한 느낌을 공감하면서도 강하게 반발하고 싶고 그들 주변의 다른 사람처럼 그저 방관자 같은 느낌도 들었다.
나는 어느 한 편의 설 수 없는 그런 중간자적인 독자가 되어있었다.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참 생각을 했다. 선한자도 악한자도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는 상황들... 인생의 아이러니라며 넘길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생이란 다 그런 거니까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러기에 살아가는 동안에 선택의 기로에서 아니면 무의식중에 난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면서 떠오른 기도문 "내가 알고지은 죄에 대해서도 모르고 지은 죄에 대해서도 사하여 주십시오."라는 인간의 죄의식이라는 게 철저하게 개인적이다 보니 더 그럴지도 모른다. 좀 더 예민하다고 죄의식을 더 갖게 될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저 자신이 감당해야할 몫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세세한 감정들이 묻어나는 글들이 또 잠 못 들게 한다. 당사자만이 느낄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경험 안에서의 슬픔이고 죄의식이고 기쁨이다.
일상의 이야기를 괴담의 형식으로 다가오지만 결국 다양한 사연들에서 느껴지는 이야기하고픈 것들은 거의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넌 거기 안에 있긴 하는 거니? 무얼 하고 있는 거니? 젠장 내 말 좀 들어보라구? 넌 아닐거라고 생각하니?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것, 나쁜 의도가 나쁜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것, 좋은 의도가 있긴 하지만 결과가 나쁘다면, 그럴지라도 모두가 극단적으로 좋거나 나쁜 것을 가져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할지라도 그래도 좋은 의도로 시작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최소한 처음시작할 때 죄책감속에 나쁜 의도는 아니었어하고 위로는 되니까...